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
김영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는 마음을 긁어 적는데 청소는 바닥을 쓸어 담는다.

시는 정신을 여행하는 일이고 청소는 물질을 이동시키는 일이다.(...)

청소는 과거를 치워 현재를 드러내는 일이다.

단순한 물질 이동이 아닌 거다.

삶의 무늬를 만들려면 반복해야 한다.

그것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하니까. p.18


멀리 보면 마음이 지칠까 봐 한 걸음 발밑만 봅니다.

한 달은 너무 길게 느껴져 일당으로 일한다 생각합니다.(...)

힘들 때마다 일을 하는 것에 감사한다고 혼잣말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기도합니다.

내 생의 고통 총량을 마저 채우는 중이라고 위로합니다.

노동이 신성하다고 말한 사람을 원망하지 않으려 무지 애씁니다. p.26


퇴근 인사가 어색해서 잠시 서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내일 만나요.”가 보통인데

“안녕히 들어가세요, 이따 봐요.”라니

야간 근무자의 일상은 아침에 퇴근하고 당일 저녁에 출근하는 거라서

‘내일’이라는 단어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p.36


----------------------------


저자는 소통전문가로 스피치 강의를 했고, 시인으로 등단, 여러 권의 책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무려 9.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환경미화원이 되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도 환경미화원이셨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 창피해서 아버지를 모른 척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의 아들은 “아빠 힘내!”라고 이른 새벽에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다. 저자가 일을 할 때 얼마나 힘들지 알 것 같았다.

친구의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이셨는데 그 친구도 아빠가 조금 창피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창 사춘기라서 그랬었던 것 같다.

글이 시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좋았다. 그리고 책 속 짧은 문장들이 눈에 밟힌다.

저자의 말처럼 그 문장들을 가슴에 품고 늘 떠올리고 싶다.


---------------------------------

사는 일은 이별 연습이라 아침은 저녁을 이별하고 밤은 낮과 이별한다.

지금 보는 것은 조금 전에 본 것을 이별해야 하고

들리는 것은 조금 전 들을 것과 이별해야 비로소 들린다.

사랑도 이별을 전제로 하니 만남이 곧 헤어짐인 것을. p.84


“그래.”라고 하면 이해가 되고 “왜 그래?”라고 하면 오해가 된다.

“잘하지 그랬어.”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어떤 일을 할 때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저 하지 않은 말이 인격이 된다.

대화 중에 “난 그것보다 더 해.”라고 말해서 상대의 말에 힘 빼지 마라.

“넌 뭘 하고 싶니?”만 묻지 말고

“넌 뭘 안 하고 싶니?”도 물어라. p.88


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는 뜻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할 말을 다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p.108 금기어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