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일기
박명호 지음 / 인타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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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일기’는 관광 명소를 찾아다며 그 감흥을 적은 여느 기행문과는 다르다. 우리가 잊어버린 시간과 공간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를 찾아가는 인문 기행이다.
두만강과 압록강 너머 공간에 ‘만주’라는 오래된 호칭으로 우리의 과거가 살아 있다. 그 곳에는 우리의 말과 우리의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핏줄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국의 소수민족이지만 우리의 디아스포라이다. 이 책은 만주 일대에 살아가는 조선족을 만나 그들의 어제와 오늘을 들춰보고, 그들의 삶과 애환을 소설가 특유의 감성으로 생생하게 담은 기록이다. (책소개 중에서)

>>> 저자는 만주를 뻔질나게 다녔다고 한다. 한두번이 아닌 스무해가 넘는 세월동안 한 두 해 건너 한번씩 셋 또는 대여섯 일행과 가기도 했지만 주로 혼자 많이 다녔단다.
저자에게 만주는 선물과 같은 곳이라고 한다.

만주는 흙먼지 날리는 빛바랜 사진, 내 오래된 그리움 같은 곳이다.
멀리서 전파 타고 넘어오는 연변 라지오방송을 들으면서 그곳에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도라지, 아리랑을 부르는 우리 동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만주가 과거의 역사가 아닌 살아 있는 현재의 역사라는 것이 내게는 살 떨리는 감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곳은 갈 수 없는 죽의 장막 저 쪽의 땅이었다.(...)
그러나 만주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없는 흑백사진 같은 그리움이 있고, 눈물이 있고 사연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시간이 나면 그 곳에 간다. (작가의 말 중에서)

연변에 가면 나는 언제나 '순수'라는 막연한 화두에 시달린다.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순수'에 집착하게 하는 것일까. 우리 사회보다 자본주의 때가 덜 묻은 과거의 모습이 많이 남아서일까. 순수에는 연민의 정도 있고, 과거도 있고, 나약함도 있다. (P. 67)

강가에 목단(모란)꽃이 많이 피어서 목단강일까, 아니면 강이 목단처럼 고와서일까... 그 모란의 꽃잎을 강물에 띄우듯이 먼 남쪽 나라에 편지를 보낸다... 생각만 해도 그림이 쫙~ 펼쳐진다. (...) 어쩌면 우리가 엄동설한에도 굳이 목단강을 찾은 것은 목단강의 그러한 이미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P. 111~112)

무연한 들판에 점점이 피어 있는 도라지꽃, 얼마나 평범한 들이며 얼마나 소박한 도라지꽃인가! 송이가 그리 크지 않고 꽃잎도 단층인 도라지꽃, 빛깔도 빨간색이나 노란색처럼 화사한 색갈이 아니고 흰 빛갈이 아니면 보랏빛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뜨이지도 않는 너무나도 수수한 꽃이다. 마치 이 땅에서 한 세기동안 살아온 우리 조선민족과 흡사하다. (P. 127 '도라지 잡지에 실려있는
수필 '도라지')

>>> 만주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알아간 것 같다. 조선족, 한족, 북조선여인들, 그리고 그곳의 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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