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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 - 하루 60끼, 몸무게 27kg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전해 주는 삶의 메시지!
리지 벨라스케스 지음, 김정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12월
평점 :
2014년 12월 25일- 역경을 딛고 일어난 여자의 위로글, 아니면 종교추앙글
솔직히 처음부터 이 책이 동하지는 않았다. 일단 먼저 읽었던 언니의 반응이 막 좋은 편도 아니었고, 엄마가 읽으라고 권해서 읽은 책 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에는 이 책 처럼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 많았기에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뭔가 얻어가는 점이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뭔가 점점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에게 이 책을 딱 받자마자 표지에 나와있는 저자, 리지 벨라스케스의 모습을 처음 딱 보자마자 솔직히.. 그녀가 굉장히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체 마른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라도 리지의 모습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말랐기에 나는 맨처음에 그녀가 굉장히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정신적인 문제도 아니고 자신이 원치도 않은 병의 문제로 이렇게 마른거였으니..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한 후에는 이런 생각을 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리지는 굉장히 대단한 여자였다.
솔직히 나는 나 스스로가 자존감이 무척 없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다. 사람들이 나에게 장점과 단점을 각각 말해보라고 하였을 때,
단점은 10줄이 넘게 서술할 수 있는데에 비해 장점은 단 한가지도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고 또 이런 이유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나는 나 자신이 싫다는 사실 이었다.
나는 뚱뚱하니까, 나는 소심하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못들어주니까..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나 자신을 싫어하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갈수록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나에 비해 리지는 병이 있고, 외형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외모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이 높은 것을 보고 굉장히 부러웠고, 놀랬고, 부끄러웠다.
솔직히 나는 내가 아주 깊은 상처와 아픔을 지녔다고 생각했고, 또 그걸 마음 속 깊이 내재하면서 '나는 이런 아픔을 겪었고, 또 그걸 견뎌낸 사람이야.' 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약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리지가 겪었던 일들에 비하면 내가 겪었던 것은 정말 아픔이나 상처라고 불릴만 한 것은 절대로 아니구나, 나는 정말 나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과거의 상처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에 비해 리지는 그 것을 견뎌내고 다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얻어가는 것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고 또 용서 받는 법. 내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내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이 두가지를 정말 인상깊게 보았었다.
사실 나는 인내심이 짧고 한 번 시작한 일을 끝을 볼 때까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매번 어떤 일을 시작할 때도, 일을 하다가 힘에 부쳐 포기할 때도 매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리지가 제안해 준 방법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목표에 계획을 단계별로 세워 볼 작정이다. 이 책은 나에게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으면서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다.
일단 장과 장 사이에 한 파트(장)가 끝나면 나타나는 '생각 나누기'와 '리지의 제안'은 읽는데 불편함을 초래한 점이 없지않아 있었다. 차라리 '생각 나누기'와 '리지의 제안'을 본문에 잘 융합시켰다면 더 좋았을 것 인데.. 여러모로 좀 아쉽다.
그리고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부분도 아쉬웠다. 물론 좋은 이야기는 계속해도 좋은 이야기로 남지만, 한 권 안에 똑같은 이야기가 3~4번은 반복해서 나오니 처음 그 이야기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동이
계속해서 읽을 수록 조금 떨어져간다는 느낌 때문에 정말 아쉬웠다. 차라리 리지가 정말 많은 상처를 받았던 '유튜브 사건'만을 한 장으로 따로 분류해서 말해주었다면 더욱 감명깊었을 텐데..
이런 저런 이유를 제하고도 정말 아쉽고, 또 어떻게 보면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리지의 신앙생활에 관한 글이었다.
물론 리지에게 신앙생활이 정말 중요하고, 인생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하는 건 존중할 수 있다. 이건 그녀가 택한 종교의 자유이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리지가 이 책을 쓸 때 만큼은 그런 우리의 자유를 존중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무교이기에, '뭐 이렇게 생각하고, 견뎠던 사람도 있구나' 하고 어떻게든 넘길 수 있는 데 반해 만약 이 책을 기독교가 아닌 불교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가 보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저자 스스로는 "자신은 종교를 강요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 특수한 상황때문에 하느님을 많이 언급해도 이해해달라" 고 하면서도 우리에게 계속해서 종교와 관련된 예민한 부분을 언급하니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조금 눈살이 찌뿌려 졌다.
그래도 전체 17장 중에서 앞의 15장 정도는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으나 마지막 2~3장은 그냥 저자의 종교, 신앙을 찬양하는 부분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개인적으론 가장 낯부끄러운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이런 저런 부분 때문에 선뜻 '좋은 책 이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