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샘과 시바클럽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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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한 책이다. 사실 첫인상이 좋은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쁜 축에 속했는데, 이유인 즉슨 청소년 '소설' 이라면서 만화에서나 보일 듯한 그림체를 가진 표지나 자극적이고 값싸보이는 제목 때문이었다. 사실 표지만 봤을 때의 인상이 너무 안좋아서 '10대 아이들을 잘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꼰대같은 어른이 또 하나의 망작을 내놓았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근데 웬걸, 근래 읽었던 책 중 가장 재미있었다. 사실 난 책을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니라와 같이 일차원적인 물체로 밖에 인식을 못하는 사람이라 책 자체를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또 그중 '청소년 소설' 이라는 장르를 제일 꺼려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내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고, 또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읽게 되었을 때 기대하는 부분이 몇 있다. 일단 10대 학생들이 주요 등장인물인 만큼 캐릭터들의 대사를 맛깔나게 제대로 서술해, 그 캐릭터의 매력 뿐 아니라 책 전체의 스토리를 아주 맛있게 잘 살리는 것. 그리고 책에서 드러난 작품의 전체적인 성격은 밝고 명랑하되 그 안에 어느 정도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할 것. 이 두 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짝퉁샘과 시바클럽]은 내가 기대하는 이 두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한, 맛있는 김떡순 삼종세트였던 것 같다. 물론 읽으면서 태극이 가정 내에서 발생한 폭력 문제나 태극이 어머니의 대처 부분과 같은 사소한 장면에서 찝찝함과 답답함을 다소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땐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단 캐릭터들의 대사가 너무 찰졌다. 그때 그때 상황표현도 10대 청소년스럽게 아주 자연스러웠고(심지어 웃겼다). 정말 읽으면서 작가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길래 이렇게 다사다난하고 복잡한 우리들의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작가님 마음 속에 미소 같이 여리지만 당당한 10대 소녀가 숨어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후반부에 읽는 나로 하여금 가슴을 턱 막히게 했던 태극이의 한마디, "그래, 그런데 왜 나만 나쁘고, 그 어른들은 나쁘지 않다는 거야?" 세상에 이유 없고 사연 없는 악은 없다더니 태극이의 이 한마디는 태극이네의 가난한 가정사 보다, 태극이의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라서 태극이가 차별을 받아왔다는 것보다 더 가슴 아렸다. 특히 어린 나이에 또래에게서 행해지는 온갖 차별과 폭력, 선입견과 맞서 싸워야 했던 태극이의 외로움과 설움이 이 외마디 대사에서 다 느껴져서 정말 찡한 장면이었다. 또 짝퉁샘과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 라이따이한이든, 이주노동자의 자식이든 그들은 모두 우리 책임이고 의무라는 말. 그 밑에 적혀진 "그걸 온전히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지만, 어렴풋이 알 듯도 했다" 라는 대사는 아직 여물지 못한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준 느낌이다.

 

사실 읽으면서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다문화 가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짝퉁샘과 시바클럽]은 [완득이]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더 발랄하고 더 귀엽고, 그래서 더 찡한...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을 태극이와 씨발클럽(!) 아이들에게 김떡순 한세트 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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