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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성이 우아에게 연애만하는 진부한 밀당 이야기가 아닌 실제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리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현실에 정말 있음법직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이제 겨우 14살인 소녀일 뿐입니다.(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14살 소녀는 힘도 약하고 지혜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키다리아저씨와 같은 조력자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용기를 내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조금씩 전진해나갑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동화같은 한 소녀의 성장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시대적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입니다. 얼마나 흥미진진할 지 처음 읽을 때부터 기대 많이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실은 옮긴이때문이긴합니다만)
제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자면,
이 이야기는 분명 장르소설의 느낌과 이미지가 가득한데 제목으로 인해 뭔가 유럽의 어두운 잔혹동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라니. 나무가 거짓말을 먹는다고 하니 수많은 생각이 듭니다. 많고 많은 것들 중에 왜 하필 거짓말일까. 누군가 소원을 나무에게 청하고 나무는 소원을 들어준 후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가져간다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이 이야기는 거짓말을 나무에게 들려주어 그 거짓말이 퍼져나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되면 나무가 열매를 맺는답니다. 그래서 그 열매를 거짓말을 들려준 사람이 먹으면 미래? 혹은 거짓과 관련된 숨겨진 사실이 보인다고 하니 뭐 크게 이득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거짓말로 인해 생긴 혼란과 사건의 결과에 비해 얻게 되는 댓가가 너무 작은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적고보니 자연스레 생각나는 한 나무가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태초에 살았던 에덴동산의 선악과 나무 말입니다. 선악과는 선악을 알게해주는 나무에 열리는 열매인데 제가 알기론 그 효능은 성경에 나오지 않았죠. 그저 '금기'라는 상징이었을까요.
참,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거짓말을 먹고 어떤 진실을 알려준 다음 더욱 커집니다. 처음에는 잎사귀가 몇개 없는 작은 줄기식물에 불과했지만 거짓말을 먹으면 먹을 수록 자라난다는 거죠. 마치 제크와 콩나물의 나무처럼요. 그런데, 거짓말을 먹는 나무에게도 약점은 있었으니 햇빛에 닿으면 불에 타버린다는 거죠. 거짓말이 참된 진실에 맞닿으면 사라지는 것처럼요.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에 장르소설이 주는 죽음, 비밀, 반전, 재반전 그리고 성장이 이어집니다. 여기에 빅토리아 시대 복식에 대한 풍부한 묘사는 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 이야기의 시대는 빅토리아 시대입니다. 뭔가 여성이 승리만 할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하지만 실상은 어둡죠. 이야기 내내 날씨는 흐리고 비오고 파도는 높게만 칩니다. 그렇기에 14살 소녀 페이스의 고군분투가 더욱 빛나는 것이겠죠. 이 시기 유럽 어딘가에선 도리안, 지킬앤하이드, 캡틴 네모, 프랑켄슈타인 등이 맹활약을 하며 페이스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사실, 이 시기의 여성이 어떤 인생을 살아야하는지는 이야기 속에 아주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한마디로 답답해요. 고구마를 입에 넣고 마스크를 한 채 백미터 달리기 하는 기분입니다.
빅토리아 시대를 사전적 의미로 보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1837년부터 1901년까지를 의미하는데, 이 시기에 대한민국의 중학생 이상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산업혁명이 일어나죠. 이야기 속에서는 1860년이라는 말이 나오니 중기 빅토리아 시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빅토리아 시대는 과거 계급사회, 종교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 산업혁명을 매개로 과학적 시대, 실용적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라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격랑의 시대 출발점에서 페이스는 훌륭히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들(!)을 밝혀내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시작하는 것이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거죠. 빅토리입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 이야기는 향후에 시리즈로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셜록 홈즈나 모리아티 교수 시리즈 처럼 말이죠.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어요. 빨강머리 앤, 말괄량이 삐삐는 이제 식상하잖아요.(물론, 아직도 매우 좋아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