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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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과거 모 출판사에서 아직 출판되지 않은 가재본 책을 먼저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 책은 제본도 인쇄도 매우 정식적이지 않아보이는 뭔가 내부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럼에도 이야기는 완성되어 있는 그런 인쇄물이었는데, 그런 인쇄물은 매번 초반1쇄본을 의식적으로 모으는 나에게 꽤 매력적인 동기요인이다. 인스타에서 주요 관심사는 수영 50%, 화분10%, 독서 40%인데 이런 나에게 도서 출간전 서포터즈 모집 게시물은 일상이다. 다만, 매번 월간지 나오듯이 정기구입하는 핀시리즈 소설선은 그냥 넘기기엔 그 게시물을 확인한 시점에 링크를 몇번 더 클릭할 여유가 있었던 정황 이상의 우주의 기운이 발생된 것임을 인정해본다. 


그렇게 신청 후 선정되었고, 기다림. 그런데,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보다 늦게 도착해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을 먼저 읽고, 서포터즈 도서는 이곳저곳 구경했다. 냄새도 맡아보며, 어디가 다를까 구석구석 관찰하며 살펴보았더니 크게 다른 점은 없었고, ① 책머리에 현대문학 인장이 찍혀있었다는 점, ② 초판본 한정 작가 친필사인이 없다는 점 정도... 본 도서는 비매품입니다 정도의 문구는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 


1. 간단리뷰


기후위기시대와 무정부 국가 중 더 유해한 건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입스에 빠진 것도 아닌데, 이야기의 구성을 수수께끼처럼 설계하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모호하고 어찌되었든 상관없잖아 하고 망망대해만 바라보라고 하면 되는걸까. 아이고. 작금의 아포칼립스가 파도처럼 다가오는 현실을 아무말 대잔치의 해설이 정말 우리가 위기에 처했구나. 아.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어져 책 말미의 편집자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 싶어 확인보았더니, 이미 망망대해로 쓸려나가 침잠되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망망대해라는 건 무엇일까요.


망망대해는 무겁게 밀려오는 파도의 세계, 그러니까 밀려오기만 하고 돌아가지는 않는 그런 누적되어가는 세계인가요. 그렇다면 이번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밀려오고 있을까요. 한번 드려다 봅시다.


다음 구름에서 쉬어가자지만, 다음 구름이 있기는 합니까.


애크모를 달고 살던 모수는 죽었고

연은 장례를 치루고 

함께 운영하던 해변여관의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저녁의 바다를 바라보다 이전과는 달라진 풍경을 깨닫고

 201호 천의 존재를 인지하는데

천에게는 한나라는 친구이자, 연인이자, 동거인이 있었는데 이 한나가 연과 닮았구나.

이제, 연에게는 모수가 없고 천에게는 한나가 없고 

그렇다고 연과 천이 함께라는 건 아니고 

단지 살아가는 것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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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을 보고 진짜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 책의 156-179페이지(무려 23페이지나 된다!)에는 작품해설이 실려있는데, 이 해설은 여지껏 감상적으로 독서해오던 독자를 심히 도발한다. 그것도 무려 이과의 감성으로!


작중 이야기의 시작이 모수(모수는 모집단의 대표값으로, 모집단을 묘사하거나, 규정짓는데 도움이 되는 값을 의미; 즉 이야기의 인물들을 묘사하거나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인물로 이해될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자)의 죽음때문인지 몰라도, 자연수와 실수, 허수를 설명하는데 무려 4페이지에 걸쳐 도면자료와 함께 설명한다. 이쯤되면, 문과감성으로 책을 한숨에 읽어와 감성의 망망대해에 서있는 독자에게 복잡한 방정식을 해석해 그 파도위의 오전오후 최저최고 파고를 분석해서 가장 안전한 시간대에 아직 침식되지 않은 육지로 걸어나오라는 도발과 무엇이 다른가. 


심지어 166페이지 주석6에 따르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1~9까지 연-천-연 순으로 나오는 것을 파도에 비유하면서 하나를 정수로, 모수를 익명의 숫자인 모수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x축, y축과 존재론적 벡터를 이야기하면서 이장욱 작가가 창조한 이상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온것을 환영한다면서 해설을 마친다. (이쯤되면 정말 싸우자는 거죠?는 웃자고 하는 소리고) 이런 도발이 화제가 되어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 정말 좋겠다. 이렇게 책을 읽은 느낌을 먼저 적어놓고, 인스타와 서점 리뷰를 일주일넘게 리프레시 해보지만 실제 책을 읽은 사람들의 후기라고 느껴지는 글은 안보여 못내 마음이 아쉽다. 이 소설 적당히 1시간 반정도면 읽는데. 책 후반부에는 엄청 웃기는, 도발하는 해설도 있는데...


이 작품의 설계에 대한 문과적 반론으로 마무리.


1) 목차 분석 


제목없음의 0에서 1. 연으로 시작한다음  → 2. 천 → 3. 연 순으로 4번 천연을 반복하여 다시 제목없음 10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렇다면 '천+연'이 무슨 반복인지를 먼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천연은 '인간의 손이 닫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천과 연의 장을 하나의 장으로 놓고 보면 누구의 손이 닫지 않은 그대로의 천과 연이 있음을 깨닫을 수 있다. 


2) 유월 중 기온이 42도 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것에 대한 분석(자연수, 실수, 허수가 뭐가 중요해. 기온이 이모양인데.)


2023년 6월 19일 국내의 많은 매체에서는 기상 관측 이후 역대 최고의 기온을 갈아치웠다는 기사를 보도했는데, 당시의 기온은 경기 양평과 여주의 낮기온 기준 37도였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은 해안지역으로 해안지역의 경우, 내륙지역 대비 비열의 차이로 인해, 서울과 포항 기준으로 평균기온에서 약 4.6도 정도 차이(기상청 통계 참조)가 난다. 즉, 내륙지역은 46도씨 이상의 기온이 유월 기온으로 추정되어지는 바, 이는 23년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사막지대인 데스밸리의 기온을 초과하는 수치이다. 또한 이 수치를 연중 가장 더운 8월까지로 펼쳐보면 54도 이상의 기온으로 추정된다. 즉, 모든 도시지역은 사막이라는 것. 그런데, 작중에선 태풍도 오고 비도 제법 내린다.


3) 뜨거운 유월의 바다는 ok, 중독자들은? 제목에 대한 분석(이상하고 아름다운 우주로 설명이 가능한가?)


연과 천, 한나를 중독자라고 할 수 있나? 무엇에 중독되었나? 그냥 살아가는 것 그자체도 중독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을까. 차라리 작가의 말에 나온 '침잠'이라는 밋밋한 제목이 오히려 책의 인상과 더 맞지 않나.


#뜨거운유월의바다와중독자들 #이장욱#현대문학핀서포터즈 #도서지원 @hdmhbook


* 이책은 실제 구입하기도 했고, 도서지원을 받기도 한 그런 책입니다. 마냥 환영과 찬사의 리뷰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런 리뷰도 나름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라고 적다가 뭔가 민폐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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