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쁨 1 - 영처클럽의 탄생 인간의 기쁨 1
유상석 외 지음 / 인간의기쁨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인터넷 게시판에서 가장 심한 혹평이 뭘까? 내 생각에는 "일기는 일기장에 쓰세요."가 아닐까 싶다. 나는 항상 이 말이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생각 한다. 내가 리뷰를 굳이 이런 상처되는 말로 시작한 이유는 <인간의 기쁨>의 첫 번째 글 '평범한 시인들을 위한 변명'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을 하게 될까?

 현대에는 정말 정말 읽을 거리들이 넘쳐난다. 책 뿐만이 아니라 신문, 기사, 블로그, 게시판 등등. 그리고 창작은 또 얼마나 많이 하는가. 특히 SNS의 시대로 들어오며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고 있다. 그럼 일기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요즘은 조금 시들해진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돌이켜 보면 허세와 찌질한 감정들의 집결지였다. 싸이 미니홈피야 원래 일기장으로 만들어진 공간 이었으니까 굳이 그곳까지 찾아들어가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곳의 글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시판 등에 올라오게 되면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 글에는 무순 문제가 있었을까? 사실 글마다 다 각자 나름의 고민과 절절한 삶의 감정들이 담겨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감정의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지루하고 유치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일상에서 흔히 겪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글들은 정제되어 있지가 못하다. 내가 쓴 싸이의 글과 뭉크의 <절규>는 설령 같은 감정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도 풀어내는 방식과 통찰력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은 그냥 글을 못썼다는 뜻이다. 굳이 내가 시간을 내어 읽을 가치를 못느끼겠다는 것이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굉장히 잘 쓴다면 환영 받았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보면 예술가든 아니든 결국 본질을 꿰뚤어 보는 통찰력이나 그것을 풀어내는 기술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기쁨>은 그러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글쓰기 모임인 '영처 클럽'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처녀 같은 수줍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란 뜻이란다.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놓기에는 '부끄러움'이 아닌 '수줍음'을 느끼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쓰는 모임이다. 저절로 삶 속에서 우러나와 글로 표현되어지는 것을 어떻하겠는가. 그냥 써야지ㅎㅎㅎ 작품성이라는 것은 어차피 다른 작가들도 다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다만 언제까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할 뿐.

이런 저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매우 즐겁게 읽었다. 글을 읽으면서 저자들의 성격과 삶의 방식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를 가졌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중요한 질문들에 생을 통해 천천히 알아가고 답하려는 사람들. '너는 무슨 재미니?'라는 물음 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해주고픈 순수한 마음과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즐거워 보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관찰자 시점'이었다. 이방인과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프리모 레비를 소개 하는 글에서는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동 포인트를 알게된 큰 수확을 얻기도 했다. 영처클럽 사람들은 다들 책을 너무 사랑해서 탈인 것 같다. 읽다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책 앞에서 느끼는 존경 때문에 앞에서 말한 겸손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나 싶다.

나에게는 풋풋한 인디밴드 같은 책이었다.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게 내 이야기가 되는 경험들.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언제나 목말라하는 삶에 대한 진정성이 아닐가 싶다. (돌이켜 보면 '영처클럽'이라는 이름도 뭔가 밴드 이름 같다.ㅋㅋㅋ)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이런 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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