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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 3 - 내가 훔친 여름 / 60년대식 ㅣ 김승옥 소설전집 5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이 여름일까? 그래 이것이 여름이다. 비치 파라솔, 눈부신 백사장, 검푸르고 부드러운 파도, 빨간 수영복, 풍만한 아가씨의 웃는 얼굴, 하얗고 가지런한 이빨, 짧기 때문에 유쾌한 자유, 그것들은 나의 여름이 아니다. 나의 여름은, 차표 없어 불안한 기차여행, 신분을 속여 맡은 일거리, 땀내음에 찌든 아가씨, 겁탈 같은 유혹, 비린내 나는 여인숙에서의 정사, 그리고나면 기다리고 있는 괴로운 휴식과의 만남일 뿐이다...(중략)’ 이번에 읽은 <내가훔친여름>에서 나온 표현 중 한 부분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잘 안 와닿을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지 더욱 궁금하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이창수는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시골에서 자랐으며 아버지가 학교 교장선생님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해왔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왔다. 하지만 대학교 와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곳 답게, 창수는 그만 실력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뒤처지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장영일’ 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영일이는 창수와 중학교 동창이자 같은 서울대학교 학생이다. 영일이는 창수를 보자마자 아는 척을 하지만 창수는 기억해내지 못한다. 한참이 지나서야 옛날 사진을 보고 영일이가 중학교때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처음에 창수는 영일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러다가 영일이가 자신과 잘 통하는 친구임을 알게 되고 서로 친해지게 된다. 친해진 창수와 영일이는 전라남도 여수로 여행을 가게 된다. 표를 구입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한다. 열차 안에서 영일이는 계속 서울대학교 단과대학 배지를 계속해서 바꿔달게 된다. 창수는 영일이가 가짜 서울대 학생임을 알게 된다. 승무원으로부터 무임승차 한 사실을 걸리게 된 해프닝이 벌어지게 되고 어렵사리 여수에 도착하게 된다. 영일이는 그곳에서도 카바레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선배에게도 창수가 서울대 미대생이라고 사기를 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김승옥이 1966년도에 지은 소설이다. 그 당시 사회상은 어떠하였는가?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 인지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창 어수선할 때였고, 당시에 서울대학교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통하고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창수는 서울대 학생들의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창수는 서울대 학생 대부분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창수 실제로도 이런 정신분열 증세를 나타낸다. 또 영일이는 서울대학교 학생 행세를 하면서 여수의 선배에게도 서울대학교를 명목으로 하여 속이려 한다. 작가는 이런 창수와 영일이의 모습을 통하여, 소위 한국사회의 ‘엘리트주의’ 를 비판하려 한다. 김승옥의 소설은 김승옥만의 표현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본어로 글을 쓰던 사회에서 최초로 한글로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였으며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을 통해 위에서처럼 풍자하는 내용을 더욱 잘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도 김승옥의 다른 소설작품인 <서울 1964년 겨울>을 읽은 적이 있다.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실제 이름이 아닌 성씨만 사용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여, 현대인들의 이기주의를 풍자한 소설로, 풍자한다는 점에서 <내가훔친여름> 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 당시 그 소설 계기로 삼아 이번에도 김승옥씨 소설을 택한 것이다. 이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에게 <내가훔친여름>을 한번 찾아서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맨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는 내용과 표현으로 잘 안 와닿을 수 있으나 반대로 이런 점들이 더욱 매력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