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 피닉스문예 3
이헌 지음 / 갈무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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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깨어 있는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암살단(그것도 조선인이 주도하는)에 대한 소설 - 이것이 볼프를 만났을 때의 사전지식이었다. 그리고 유추하길, 히틀러는 암살당하지 않았으니, 암살단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겠고, 젊은이들은 최후는 얼핏 비극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장을 덮을 무렵엔 스토리의 진행보다도, 작가가 치열하게 묻는 -혹은 집요히 펼치고자 하는- 질문에 몸살을 앓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분명 우리는 역사의 굴레에 깨어 있어야 할 것이고, 분연히 떨칠 것은 떨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꿈꿀 수 없다면, 꿈꾸기 위해 잠들수 없었다면, 과연 어찌 깨어날 수 있단 말인가.

글을 주도하는 현영의 무심을 가장한 청소년기와 하늘을 찌를 듯 히틀러를 연호하게 되는 백림기는, 그래서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벗어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굴레없이는 가능한 것이 아니고, 그것이 아버지의 이름이든, 히틀러의 이름이든, 우리 모두에게 굴레는 역사처럼 존재할 것이다. 내가 나로써 살아가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각 개인의 몫이다.

자, 그럼 당신은, 잠들어 있는가, 꿈 꾸는가. 혹은 깨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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