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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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르본철학수업 >
📕#전진 지음
📘#나무의철학

어느 마을에 책을 읽으며 상상 놀이를 좋아하는 민지와 민지를 듬직하게 지켜주는 13에 갖혀 사는 삼촌이 함께 살았어요. 민지는 좋은 장난감을 살 수도 없고 예쁜 옷을 입을 수도 없었지만 언제나 즐거웠어요. 민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삼촌에게 읽어주고 주인공처럼 삼촌과 상상 놀이도 했어요. 민지가 해적선의 선장이 되고 삼촌은 그 선원이 되어 큰 배를 이끌고 항해를 하기도 하고 삼촌이 멋진 왕자님이 되고 민지는 공주가 되기도 했어요. 미운오리새끼를 흉내던 삼촌이 뒤뚱거리며 넘어지면 민지는 깔깔깔 웃곤 했어요. 삼촌은 키가 바오밥나무처럼 커서 그네도 씽씽 잘 밀어주고 나무 위에도 껑충 올려주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삼촌이 끙끙 아팠어요. 동네 나쁜 아저씨들이 삼촌을 아프게 했어요. 삼촌은 덩치는 산만큼 크지만 마음은 유리 구슬처럼 약했어요. 민지는 삼촌을 도울 수 없었어요. 작은 손으로 삼촌을 토닥이며 커다란 눈으로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두는 것 밖에.. 그렇게 삼촌은 민지곁을 떠났어요. 아프게한 사람은 그대로 살고 있는데...

민지는 이제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상상 놀이를 하고, 혼자 그네를 타요. 민지는 금방 혼자지내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혼자서 그네를 타며 상상놀이를 하고 있던 어느날 인상 좋은 아저씨가 나타나 그네를 밀어줬어요. 처음에는 신이 났어요. 삼촌이 밀어준 것 만큼은 아니지만 씽씽 그네가 올라갔어요. 시간이 지나고 아저씨의 인상 좋은 웃음은 사라졌어요. 민지는 가슴이 쿵쾅 거렸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죠. 그후, 민지는 아무 것도 상상하지 않게 되었어요.


“나는 왜 태어났고 왜 여기 존재하는가?”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기 위해 끊임 없이 배우고 읽고 생각하고 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배움을 통해서 알고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플라톤은 행복한 삶 즉 좋은 삶이란 배움에서 비롯 된다고 했다. 인간이 믿고 있는 진실이란 필요에 의한 창조물일 뿐이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인간은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고 싶을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러니 읽고 배우고 생각하며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세워야 한다.

특정한 사물은 제각기 존재하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 목적을 갖고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 정해진 목적도 없고 취향도 없다면 나에게 맞는 술어를 찾아다가 하나씩 붙여나가면 된다. 그렇게 나를 표현하는 술어가 늘어날수록 나의 존재는 더욱 묵직해지고 자신의 존재를 깊게 인식해 나가기 시작한다.

당연함이란 단어는 누군가에게 폭력이다. 공부만해도 되는 환경에서 사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권력처럼 느껴진다. 민지가 혼자 놀지 않아도 되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였다면 민지의 삶은 어땠을까? 만약 당신의 아이가 민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부당한 일에 맞서 싸워야한다. 지금 당장은 내일이 아니지만 언젠가 그 일이 나한테 돌아올 수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삶은 문학에서처럼 기, 승, 전, 결이 없다. 갈등이 시작되고 해결되는 전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보다 더 끔찍한 내일을 살아내야 하는 두려움 속에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화된 내성이 이들을 버티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민지와 삼촌의 불행한 일상에서 조금 더 밀도 짙은 불행의 농도였다.

타인에 의해 두려움이 생겼고 자신을 부정하고 세상을 마주할 수 없는 삶을 살지만 또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을 아끼고 두려움 대신 평안을 갖게한 것도 타인이었다. 마주하기 싫은 자신의 추한 경험들을 더는 부정하지 않고 그런 과거와 싸워 이겼다면 부정했던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 시작했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닫히려 하는 문을 함께 열어줄 수있다. 두려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던 사람이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세상이 왜 이렇게 지랄같아?’ 라고 고래고래 소리쳐 봐도 세상은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삶 속에서 지워버린다면 우린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없던 일로 하면 민지와 삼촌은 덜 아프고 더 행복할까?

철학. 당연한 것에 의문의 품는 것.
민지와 삼촌을 따뜻하게 안안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 해결책인가? 문제의 해결보다 불행의 밀도가 줄어들길 바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연대해야 할 것인가? 더 많은 의문들이 던져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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