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에 속삭이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5
임철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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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엔, 살아있음이 죄스럽다. 소설의 문장을 인용하여 무고하게 "떨어진 꽃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렇게 한동안은 '아파하는 마음'에 매몰되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처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이야기에는 슬픔이 몽땅 응축되어있다. 민우의, 망고의, 몽순남매의, 윤의, 103세 할머니의, 세상 모든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오감이 울린다. 따뜻한 남쪽의 기운이 느껴지다 살육의 냉기가 돋았다가, 탄성과 울음이 들렸다가, 귀여운 망고의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르내리는 감정이 잘 주체되지 않는다.

감정을 숨기는 일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날엔 내 머리 위에도 동백꽃 하나가 툭 떨어지길 바라본다.

그럼 나는 아무 슬픈 내색을 않고, 몽희가 즐겁도록 웃으며 장난을 받아줄 거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특별한 눈과 아파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검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검은 상처를 어루만지고, 검은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 이 책은 혼자 있을 때 읽어야 한다. 되도록 집이면 좋다. 카페에서 읽었는데 셀카찍는 옆 테이블에서 나는 책보면서 숨죽여 오열했다. 코 먹는 소리는 숨기지 못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카페 청소하는 사장님과 눈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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