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심재판 제도의 연구 - 이화법학 총서 3
김상준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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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나라에서 재판은 군주제 하에서는 왕이나 관료가, 민주국가가 수립된 후에는 직업법관이 이를 담당하여 오고 있고 국민은 직접 재판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민주주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법관이 아닌 국민도 직접 재판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각국의 제도 가운데 참여도가 가장 높은 것이 배심제도이다. 배심제도는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재판을 담당하는 것으로서 영국,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많은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현재 배심제도가 가장 성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배심제도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이고, 배심재판을 받을 권리는 미국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나라의 많은 법률가들이 배심제도에 관하여 관심을 갖고 연구한 바가 있으나 주로 헌법 또는 소송법적 관점에서 그렇게 하였을 뿐 실제로 배심원들이 어떻게 재판을 하는지에 관하여는 거의 연구가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부장판사로서 우리 나라에서 직접 많은 재판을 담당한 후 미국에 가서 실제로 배심재판을 관찰한 후 느낀 바가 있어 연구를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존의 연구와 달리 심리학, 통계학 등 과학적 방법에 의하여 배심재판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진단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미국법원의 통계를 인용하여 무죄율, 형량, 손해배상액, 심리기일 등에서 배심재판과 판사에 의한 재판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후 미국은 배심재판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미국 배심원의 선발절차에 의하면 편견 없는 공정한 배심원이 구성될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또 이 책은 미국 배심원의 인종, 연령, 성별, 성격 등이 재판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심원이 언론보도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되어 재판을 하는지, 배심원이 증거에 의거하여 재판을 하는지, 배심원들이 증거능력 없는 증거를 정말 무시하는지, 증거조사에 앞선 당사자의 주장이 배심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심원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논의하고 평결에 이르는지, 배심원으로 일한 경험이 나중에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흥미 있는 문제들에 관하여 논의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배심재판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설명한 것이므로 법률이나 판례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도 큰 어려움이 없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고, 조금만 읽다 보면 스스로 원고, 피고, 검사, 피고인, 배심원, 판사 또는 방청객 등 여러 입장이 되어 배심재판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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