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와 인간 -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 2008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김훤주 지음 / 산지니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무식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환경주의자라거나, 생태주의자는 아닙니다. 굳이 무슨 무슨 '주의'를 따지자면 인간주의나 인본주의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경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본다든지, 사람이 좀 편리하도록 이용이라도 하면 큰 일 날듯이 하는 모습들이 가끔 못마땅하기도 합니다.

저와 함께 이 블로거를 운영 중인 김훤주가 쓴 [습지와 인간](도서출판 산지니)이라는 책은 습지를 다루긴 했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습지만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습지는 어떻게 존재해왔을까요? 자연 상태 습지를 떠올려보면 바로 답이 나오니까 어찌 보면 좀 어리석은 물음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류 등장 이래 자연 상태 습지란 것은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그 '자연 상태'가 '인간이 배제된'이라는 뜻이라면 말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습지는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의 터전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훤주는 '환경만 보일뿐 똑같이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 아래 숨통이 끊어져 가는 우리 토종말'을 보지 못하는 환경단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지릅니다.
 
"토종말이야 죽든 말든 어쨌거나 소중한 습지가 더 많은 사람들 눈길을 끌어 개발하고 매립하려는 행정 관료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소벌이 됐든 우포가 됐든 상관이 없다는 태도입니다. 개발만 된다면, 돈벌이만 된다면, 자연이나 생태는 망가지고 부서져도 전혀 상관없다는 토목·건설족이랑 똑같은 사고방식이라고 저는 봅니다."

이 글을 환경단체 사람들이 봤다면 아마도 기분이 나빴을 게 분명합니다. 그들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고, 특히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 운동가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자기들에 대한 쓴소리를 가장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류가 바로 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7일 창원에서 열린 [습지와 인간] 출판기념회에서 본 마창진환경연합 사람들은 적어도 그렇게 속좁은 환경운동가들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 김훤주가 지적한 그 소벌을 '우포늪'으로 바꿔놓은 책임이 가장 큰 환경단체가 어쩌면 마창진환경연합일텐데도, 그들은 삐지는 대신 오히려 김훤주를 격려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석규 의장 등 간부들이 참석하여 김훤주에게 '습지 강사' 위촉장도 전달했습니다.

임홍길 이사(?)에 의하면 마창진환경연합은 연말부터 '습지와 인간 저자와 함께 하는 습지 탐방'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쓴소리도 받아들이는, 그러면서 서로가 발전하는 방법까지 찾아가는 운동가와 운동단체를 볼 수 있어서 그날 출판기념회가 참 기분 좋았습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이를 계기로 잘못된 '우포늪'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소벌'을 되찾는 운동도 시작되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방은 식민지다! - 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 정치학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이 '좀' 시끄럽다. 전국 각지의 지역신문들도 이에 대한 지역민의 반발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딱 이 정도뿐이다. 아무래도 구체성이 약하다.

그동안 수도권의 어디 어디가 어떠한 규제를 받아왔는지, 이제 와서 그걸 왜, 어떻게 푼다는 것인지, 풀면 장·단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고, 그 외 지역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당장 규제가 풀리면 우리지역에서 떠나려하는 기업들은 얼마나 있는지, 그렇게 되면 나와 내 자식에게는 어떤 손해가 올 수 있는지,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남은 어떤 절차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외국에선 어떤 수도권 정책을 쓰고 있는지…, 그런 걸 세세하게 알기 쉽게 풀어주는 보도는 보지 못했다.

눈으로 윙크하며 입으로 호통치는 국회의원

항상 이런 식이었다. 혁신도시 문제도 그랬다.

이게 잘못되면 반란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반쪽이 난 지금 지역은 너무 조용하다. 아마 전면무산이 되어도 잠시 반짝하다 그냥 넘어갈 것이다. 한나라당 쪽 사람들이 나서지 않을 뿐더러 진보 쪽에서도 그런 일로 데모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좀' 시끄러워 보이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위기 느낀 정부, 지역달래기 나섰다'는 류의 기사를 보면 그냥 쓸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기 전에 요리조리 얼르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시·도지사나 지방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땐 그저 허공에 주먹 한 번 내지르는 제스처에 불과하다.

표는 지역구에서 얻어 당선됐지만, 가족은 모두 강남에 있는 국회의원들도 유권자들 눈치 때문에 한 눈으론 윙크하며 입으로만 호통치는 모양새다.

이런 열패감에 젖어있던 상황에서 <지방은 식민지다>(강준만 저, 개마고원)는 책을 봤다. 제목이 도발적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경남도민일보>에 난 책 소개 기사에서 내 글이 이 책에 인용돼 있다는 내용을 보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 산 책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정신이 번쩍번쩍 들기 시작했다. 우선 나부터 지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시·군·구청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문제만 봐도 그렇다. 솔직히 그동안 나도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지 못했다. 진보정당마저 이를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기본요건이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헷갈렸던 것이다. 하지만 강준만은 이를 '지방자치'가 아닌 '중앙의 신탁통치'라고 명확히 정리해주었다.

또 아직도 지역의 우수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걸 '지역발전전략'이라고 우기고 있는 데 대해 '내부식민지 근성에 찌든 추태'로 규정하고, 서울에서 권력의 줄을 만든 뒤 지방으로 내려오는 이른바 '금의환향(錦衣還鄕)파'에 대해 "이젠 제발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 나라 걱정 좀 그만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걱정부터 하면 좋겠다"고 꾸짖는다.

그는 이른바 개혁·진보운동 한다는 사람들도 권력투쟁과 인정욕구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 그는 "입만 열면 '위에서 아래로'의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왜 세상을 바꾸는 일마저 '위에서 아래로' 방식에 의존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제 개혁·진보운동은 기존 권력투쟁의 패러다임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처럼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왜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전 대통령 후보의 지방분권 정책이 보수정당보다도 더 뒤떨어졌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환경제국주의'를 아시나요?
 
심지어 그는 환경운동의 중앙집권적 시각에 대해서도 비판을 망설이지 않는다.

"한국의 가장 큰 환경문제도 '서울공화국' 체제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도 환경운동가들은 이걸 문제 삼지 않은 채 오로지 지방만 문제 삼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다. 자신들도 수도권에 살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운동가들의 그런 문제가 '제국주의적 환경보호론'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환경제국주의란 "죽어도 서울을 떠날 뜻이 없는 서울시민이 1년에 한두 번 지방의 시골을 찾아 자연을 만끽하면서 '개발이 한국을 망친다'고 외쳐대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강준만은 외친다. "지방엔 물고기와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살고 있다."

그가 이처럼 환경운동과 진보를 거침없이 까는 배경에는 "지역모순이 한국사회에서 독자적인 사회모순일 뿐만 아니라 계급모순을 압도하는 주요한 사회적 모순"으로 보면서 나아가 '내부식민지' 문제를 기준으로 '진보'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역모순'을 드러내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신문광고기금' 신설, 국무회의에 시·도지사 순서별 참석, '방송의회' 구성, 통계의 활용 등 수많은 제안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그의 '지역모순론'과 '내부식민지론'에는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지역신문·방송에서 일하는 기자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라면 필독해야 할 책이다. 읽다보면 기삿거리나 시민운동의 아이템이 될 만한 것도 곳곳에 널려 있다.

강준만의 저서들이 대개 그렇듯이 방대한 인용과 주(註)를 통해 지방자치와 분권에 관한 주요 이론가와 논객의 논의와 주장들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의 '지역모순'을 더 깊이 파헤쳐봐야 겠다는 의지가 팍팍 생길 것이다. 부디 이 책을 계기로 적어도 한 지역신문에 한 명씩 정도는 '지방자치 전문기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8-11-3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고르는 데 무척 도움 되는 리뷰였어요. 추천합니다^^

말뚝이 2008-12-01 12:39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지음 / 포럼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까지 모든 학비가 무료이고, 대학에 다니는동안 생활비까지 대주는 핀란드·스웨덴 같은 나라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돈을 들여 사교육을 받을 필요도 없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직업학교만 나와도 대학 나온 사람들과 같은 월급을 받는 그런 나라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병에 걸려 병원에 가도 돈 한푼 낼 필요가 없고, 노동력이 없어 돈을 못버는 처지가 되어도 국가에서 책임져 주는 그런 복지민주주의 국가가 한국에서도 실현될 수 있을까.

하재근씨는 한국에서도 그런 사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대학평준화'라고 믿는다.

하재근은 '학벌없는 사회'라는 단체의 사무처장이며,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포럼, 18000원)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그는 또한 '울지아나 하재근(http://ooljiana.tistory.com/)이라는 블로그의 주인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 하재근 강연을 들어보니…

그런 하재근이 어제(10일) 저녁 마산에 왔다.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이 마련한 초청강연을 위해서다. 그의 강연은 듣는 상대에 따라 자칫 싸움이 될만한 아슬아슬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좌파나 운동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좌파나 민주화운동권은 경제성장, 산업경쟁력 이런 이야기를 하면 큰일나는 줄 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도 맨날 독재다, 파쇼다 뭐, 박정희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이제는 좌파나 운동권도 경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맨날 한나라당만 경제 이야기하고, 좌파나 운동권은 생태니, 환경이니 온갖 좋은 이야기만 하는데, 국민들이 들으면 말은 좋지만 와닿지가 않는다."

"재벌 문제도 그렇다. 이건 거의 우리나라에선 폭탄 같은 문제인데, 어쨌든 스웨덴 사민당은 재벌을 끌어앉았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권 이후 재벌과 대립하는 게 거의 민주화운동과 등치되는 걸로 이해한다. 우리나라 좌파도 상상력을 열어놓고 국민의 정서에 와닿는 방식으로 생각을 넓게 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그래야 좌파의 국민정당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

"대안학교는 그냥 아름다운 일이다. 미국에도 부자들이 아름다운 일을 많이 한다. 봉사활동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좋은 건 좋은 거지만 사회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대안학교도 대한민국 교육이 워낙 문제가 많으니까 그냥 우리끼리 좋은 학교 만들어서 좋은 교육 시켜보자 그런 것이다. 그것 자체로 좋은 일이긴 하지만, 국가 제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있는 학벌없는 사회는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왕따다. 시민사회운동세력도 학벌없는 사회를 싫어한다. 민주화운동단체도 싫어한다."

"시민사회세력도 사교육비는 올리지말고 입시교육을 너무 심화시키지 않으면서 경쟁력과 수월성과 선택권 확대화 자율성 확대는 해달라 이런식인데,  이런 정도의 인식 갖고는 이명박 교육정책의 본질을 이해할 수도 없고 그것을 뒤집을 수도 없다."

이런 좀 민감할 수도 있는 얘기는 주로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핵심적인 강연내용 중에서도 노무현 또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들으면 기분나빠 할 이야기들도 있었다.

"김영삼 정권이 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이후,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우리나라가 반세기동안 국가를 꾸려왔던 양식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근본적으로 이 나라를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구조조정을 한 결과, 거시경제 지표는 좋아졌는데 위기의 만성화를 불렀다. 때만 되면 위기론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미국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우리가 어떤 특단의 조치을 취하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하기는 힘들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민주공화국을 해체하고 봉건시대의 신분제사회로 되돌리는 '혁명'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 혁명이 교육정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권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고 가난한 사람을 내팽겨치면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될 것이다고 생각한다. 바로 낙수효과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어 투자도 하고 소비도 하면 낙숫물 떨어지듯이 아래에 있는 서민들도 잘 살게 된다는 논리다. 정부가 인위적인 양극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는 소수의 엘리트를 기르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게 이명박 교육정책의 본질이다. 이건 국가패망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가 남미처럼 가는 것이 패망이라는 것이다. 다수의 빈민과 소수의 부자가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살아가는 게 남미 사회이다."

그러면서 하재근은 이런 신자유주의 양극화 정책이 이명박 정권 이전에 이미 김영삼 정권 때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1993년에 시작해서 16년이 됐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까지, 20년째 이명박의 나라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사이는 안좋지만 정책은 일관된 것이었다."

결국 이 네 번의 정권이 모두 신자유주의 양극화 교육정책에 있어서만은 모두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것은 "한국의 그랜드서클이 정권을 잡은 것"이라고 본다. 즉, 한국 교육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는 서울대와 연·고대, 이화여대가 각각 성골과 진골을 형성하고 있고, 신분피라미드에는 재벌과 거대자본가가 최상층부에 있는데, 이들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최상층부는 혼맥으로 모두 연결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혼맥을 그리면 삼성이니 효성이니 전두환·노태우, 조선·중앙·동아일보, 김앤장 등 여러 단위를 거치며 모두 연결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간단히 말하면, 최상층부 집단이 최상층부 학교에 가고, 그들이 또 최상층부가 되고…, 이런 식으로 서로 신분 교환이 안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세습, 신분제가 된다는 것으로, 이건 민주공화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가난한 사람은 절대 좋은 학교에 못가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영어로 또 하나의 장벽을 치고 있다. 못사는 집 아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미국에 다녀온 부잣집 아이들을 따라 갈 수 없다."

그는 이런 상황을 북유럽식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 하자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래서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복지혜택을 먼저 약속하고,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선 대학평준화 요구부터 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고도 지지할 수 있는 요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운동도 이젠 반대만 하는 수세적 자세에서 나아가 요구를 하는 공세적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의 강의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대학평준화' 요구를 그냥 '교육민주화운동'의 한 장르로만 알고 있었다. 하재근의 강의를 듣고 난 뒤, 이 요구가 강자독식주의(신자유주의)를 넘어설 대안과 밀접히 관련돼 있음을 알 게 됐다. 수세적 반대에서 공세적 요구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고, 그가 생각하는 대안사회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 강의를 듣기 전까지 그게 그렇게 연결된다는 걸 알지 못했다는 것은 내가 무식한 탓도 있겠지만, 역으로 대학평준화 요구가 국민에게 효과적이고 설득력있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지도 모른다.

'학벌없는 사회'나 '대학평준화'라는 단어에는 그게 실현됨으로써 생기는 '효과'에 대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좀 더 효과적인 프레임을 짜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강자독식주의'나 '시장만능주의' '무한경쟁주의'라는 말로 바꿔야 하듯이….

우선 그가 쓴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부터 사봐야 겠다. 책 제목도 좀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전 조지의 Another World - 폭압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제안서
수전 조지 지음, 정성훈 옮김 / 산지니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한국의 진보가 실패해온 가장 큰 이유는 '뻔하고도 단순한 이야기를 너무나 어렵고 길게 설명하고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내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다. '미국의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도서출판 삼인)라는 책과 '폭압적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제안서'라는 부제가 붙은 [수전조지의 Another world](수전 조지 지음, 정성훈 옮김, 산지니)라는 책이다.

진보의 실패와는 반대로, 5~6월 촛불시위가 그토록 뜨겁게 타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나 쉬운 단어로 명쾌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는 촛불소녀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구호와 아이디어가 만발했던 창의력 경연장이었다.

'미친소 너나 먹어'라는 구호로 복잡한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해버렸고, '미친 교육, 미친 소, 미친 정부'라는 말로 교육문제와 건강문제, 현정부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알려냈다.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는 구호는 이명박식 교육정책이 인간의 기본권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를 절묘하게 담아냈고,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네집 비데로 쓰라'는 경찰의 폭력성을 여지없이 까발렸다. 경찰이 세종로에 설치한 콘테이너박스를 '명박산성'이라 명명한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정권의 이마에 찍힌 주홍글씨가 됐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명카피와 구호들이 학식높은 진보지식인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10대 촛불소녀와 평범한 시민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진보지식인들이 이런 간명한 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 레이코프는 "리버럴과 진보주의자들이 어떤 신화를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신화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그들은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진보주의자들이 대단히 심각한 '저(低)인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인지 현상이란 한두 단어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고정된 프레임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TV에 출연한 보수주의자가 '세금 구제' 같이 두 단어로 된 말을 하면, 진보주의자는 자기 생각을 설명하고자 장황한 논설을 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는 세금을 내는 것이 고통이라는 이미 확립된 프레임을 호소하는 데 '세금 구제'라는 짧은 한 마디면 충분하지만, 그런 프레임을 갖지 못한 진보주의자는 그게 아니라는 걸 설명하는 데 너무나 긴 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나라당이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세금 구제'를 응용한 '세금 폭탄'이란 프레임이 담긴 단어를 무수히 퍼뜨렸다.

따라서 레이코프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진실을 우리의 관점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프레임을 구성해야 합니다. (...) 우리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 가치에 속한 언어를 사용하십시오. 전문가인 척하는 관료주의적 언어를 버리십시오.

수전 조지도 '짧고 쉽게 말해야 한다'는 점에선 레이코프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 또한 진보지식인들에게 '제발 좀 쉽고 짧게 말하라'고 충고한다.

우리는 자세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싶다면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주라'고 볼테르는 말한 바 있다.

수전 조지는 여기에 덧붙여 진보세력에게 '제발 공부 좀 해라'는 충고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정치가 좀 더 단순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라', '인종차별정책을 중단하라', '핵무기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면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구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IMF, WTO, GATS, GMO, OECD 등과 같은 온갖 약자, 그리고 스톡옵션, 토빈세 등의 낯선 단어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금세 하품을 하거나 자리를 피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단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우리의 운동에 더 이상의 성장은 없을 것임이 분명하다.

심지어 그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진보진영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 꼬집는다.

그림시는 여러 해를 감옥에서 보내며 '문화적 헤게모니' 또는 '문화적 권력'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는데, (...) 이는 대중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생각하게 만들어 어항 속 물고기가 스스로는 물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드는 힘이다. (...)

지난 50년간 신자유주의자들은 그람시의 가르침을 훌륭히 실천에 옮겨왔지만 진보진영에서는 이같은 교훈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 우익진영은 일찍이 '사상의 영향력'을 파악하여 학자와 작가들에게 자금을 후원하며, 대학 교수진과 연구소에 기금을 지원하고, 각종 세미나와 회의, 주요 저널과 대학신문 등에 돈을 대기 시작하였으며, 기업의 이윤과 금융시장에 호의적이고 현재 지배계층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모든 인물과 조직을 대상으로 후원을 제공해왔다. (...)

이들 '우익 그람시주의자'는 진보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와는 달리 사상의 영향력과 '문화적 헤게모니'란 개념을 몸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했던 그러한 활동의 결과물 속에서 살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난 5월부터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가 정작 뜨거운 8월을 앞두고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나는 이 국면이 더 체계적이고 더 광범위하며, 더 폭발적인 저항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주의자라면 촛불소녀와 아고라 전사, 평범한 시민들이 간명한 언어로 만들어냈던 프레임과 구호의 2.0 버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 - 전2권
손영운 지음, 이우일 그림 / 봄나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머니께서 갖다주신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1>을 보았다.

그책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지식이 많이 들어 있었다.

과학은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

나도 커서 아인슈타인, 처럼 지능을 높여서 이런 책을 많이 내고싶다.

물론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

그래서 꼭 유명한 과학자가 되겠다.

자신감을 갔자! 나는 꼭 유능한 과학자가 될수 있을 것이다!

김태윤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