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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평생 남을 때려보기만 했을 것 같은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라고 한다. 타이슨에게 맞아봤을 것 같지는 않은 저자가 저 말을 인용했으므로, '아침에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은 곧 그럴싸한 계획을 세울 때는 처맞는 순간을 생각하라는 말과 같겠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처맞지도 않게 될까? 아닐 것이다. 계획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누구나 처맞기 마련이라는 건 타이슨을 모르는 요즘 세살도 알 것이다.
그러니까 강조점은 '계획'이 아니라 처맞는다는 사실에 찍혀야 하겠다. 누구나 처맞는다. 누구나 처맞으므로 사람들은 자기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일상에서 시인들이고 철학자들이다." 왜 시인이고 철학자인가. "매일매일 자신의 집을 수리하듯이, 자기 합리화의 벽돌로 지어진 자신의 관념의 집을 수리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누구는 다소 서툴고 누구는 능숙하다는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렇다면 겉으로 보이는 능숙함의 차이에 먼저 눈을 두기보다, 새롭게 바른 벽지 뒤에 감춰져 있을 금 같은 걸 먼저 헤아려보는 것이 순서 혹은 도리가 아닐까 싶다. "노화를 겪는 생물체의 고단함과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 모두는 "상대가 모르는 외로운 전투를 하다가" 처맞는 중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렇게 우리가 서로 상대방이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처맞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주면 서로에게 그렇게 심하게 대하지는 못할 거고, 그러다 보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라고 쓰고보니 자기만 아프다고, 자기가 제일 아프다고 서로 소리지르느라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자기가 때린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맞아서 내는 소리는 듣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아 울적해진다. 아니다. 울적할 새가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때려본 적이 없을까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렇게 그럴싸한 생각도 두드리자 마자 처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