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중고서점지기님의 "알라딘 중고서점 합정점 오픈 "
합정역 알라딘 중고서점 커피
며칠 전 들린 홍제동 ‘기억속의 서가’는 불편했다. ‘거꾸로 사는 재미’라는 명함처럼 옛날 딱지나 교과서, 장난감 등의 소품들은 여전했지만 책방은 쪽방이됐고 매장지기에겐 재미가 사라진 듯 보였다. 책이 잘 돌아야 동네 헌책방이 돌아갈텐데, 몇년 전부터 헌책방에 책을 넘기던 사람들이 알라딘에 팔거나 직접 알라딘을 이용해 개인 거래를 시작하며 동네 헌책방에서 ‘방금 고객이 팔고간 책들’을 찾기 힘들어졌다.
치솟는 임대료 탓에 자리를 옮기고 줄이는 게 동네 책방 주인만은 아닐 테지만. 새책 화면에 중고도서 정보를 처음으로 같이 올린 알라딘 탓은 아닐 테지만. 몇 가지 점에서 알라딘의 중고서점은 아쉽고 씁쓸하다. 그리고 그래도 반갑다.
알라딘은 교보문고나 대형서점 주변, 아니면 서점이 있던 위치 주변에 매장을 열었다. 강남점의 경우는 시티문고가 망하고 리브로가 중고서점을 열었다 월2000-3000의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 닫은 그 주변에 열어서 놀라기도 했다. 부천점은 나이트클럽이 빠져나간 자리에 열었다는 이유로 뭔가 기분이 더 좋기도 했다. 나란 인간은 새책방이든 헌책방이든 늘어나면 좋으니 반겼다. 약속 장소도 알라딘 주변에 잡아 책짐을 들고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
강남이나 부천은 한 두 달에 한 번 방문하고 신촌은 오픈 초에 방문한 게 다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은 이마트에 가깝지 헌책방과 다르다. 어느 책방이나 비슷한 책들을 깔고, 같은 책들을 수십 권씩 진열하기도 한다. 헌책방이 ‘해리포터’나 ‘트와일라잇’을 한 두권만 꺼내두고 팔릴 때마다 창고에서 가져오는 것과는 다르다. 상권이나 거주자 특성에 따라 색깔이 다른 헌책방과는 다르게 알라딘의 지니는 어느 지역이나 거의 같은 모습이다.
신간 베스트셀러는 어느 헌책방이나 비슷하고 그만큼 회전율도 좋다. 하지만 그 책을 사러 왔다 다른 헌책들도 한 두 권씩 집어가야 마진이 남는 헌책방과 다르게 알라딘의 표준화된 매입가 정책은 판매자들로 하여금 동네 헌책방을 버리게 만들었다. 북펀드로 신생출판사를 배려하는 알라딘이 동네 헌책방을 배려할 순 없었을까. 알라딘은 ‘오늘 들어온 책’이 얼마인지를 내세우지만 헌책방에서만 찾을 수 있는 그런 책들에는 아직까지 관심이 없다. 새로 오픈하는 꼬마 책방들은 맥주도 팔고 전시도 하고, 강연도 기획하는데 알라딘은 요놈이 저놈이고 그놈이 그놈이다. 알라딘이 교보의 다양한 도서와 경쟁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신촌이나 강남에선 강연을 특화시키고, 일산은 아동도서, 부천은 만화를 특화시킨 책방을 왜 생각못하는지 모르겠다.
알라딘이 생긴 지역의 주민들은 책을 팔 생각에 기분이 좋지만 헌책방 주인들은 업종 전환을 고민하게 된다. 책방이 사양직종이라 어쩔 수 없지만 책임감을 느껴도 부족하진 않다. 먼 훗날 기억 속의 알라딘이 북펀드로 신생 출판사의 지니가 되어준 것처럼 동네 헌책방 주인들에게 팔아볼 재미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전국 헌책방들의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어 헌책들이 거꾸로 새책을 앞도하는 그런 꿈을 꿔본다.
추가 - 합정역에 새로 오픈한 알라딘은 아이 손님을 위해 각진 독서대를 만들고, 어른 손님들을 위해 1인 1 충전코드를 설치했다. 질 좋은 드립커피를 3500원에 제공하고 맛있는 쿠키까지 서비스로 준다.
죽다 살아났습니다요
세 개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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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장난감 상-중-하
꿈을 걷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만화, 세상을 그리다
커피 한 잔 할까요1
사금일기
여덟권을 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