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의 황혼 - 마지막 황제 부의의 스승 존스턴이 기록한 제국의 최후
레지널드 존스턴 지음, 김성배 옮김 / 돌베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 ‘마지막 황제’가 있어서인지, 우리에게 중국의 마지막 황제 부의는 비교적 친숙한 존재다. 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화려한 자금성의 모습과 뛰어놀던 어린 부의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또한 영화 속의 공허함까지도.

  ‘근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유지해오던 기존의 체제를 전복시켰고, 이 개혁으로 인해 부의 역시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개혁의 움직임이 있었다면,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당시의 백성들은 여전히 황제를 원하고 있었다. 이는 백성들이 결코 무지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묘사되고 있는 부의의 덕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만일 군주제가 여전히 유지되었다면 부의는 선조에 버금가는 훌륭한 황제가 될 수 있었음을 백성들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존스턴의 부의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 독자들은 저자가 부의를 존경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부의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서양인임에도 유가 사상에 정통했고, 이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그가 명나라 황족의 후예인 연은후를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즉, 이 책은 부의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존스턴에 대해 알 수 있는, 존스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부의의 스승이었던 만큼 그와 각별한 사이였으며, 그의 성장을 직접 지켜봐왔기 때문에, 부의의 품성과 당시의 상황을 보다 상세히 알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원세개, 서태후 등의 권력 싸움과 저자가 밝히고 있는 당시 사건들의 구체적인 원인은 중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훌륭한 참고도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사료부족으로 생긴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탁월한 효과를 할 것이다. 특히 ‘마지막 황제’로서 자금성에 남게 된 부의를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가 사전정보로써 제공한 서태후에 관한 이야기는 기존의 책들과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태후를 능력과 수완이 대단한 최고의 여제로 평가하는 책들이 이미 많이 나왔는데, 존스턴의 서태후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찬사로 치달아있는 현재의 평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이 밖에 존스턴은 자신만이 간직해오던 뜻밖의 사실들도 (시쳇말로) 많이 터뜨려놓았다. ‘등형린’이라는 이름으로 일간지에 실린 시들은 모두 부의의 작품이었다는 것. 이러한 비밀들의 폭로는 독자 및 학자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놀라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이 책은 부담스러운 두께에도 불구하고, 쉽게 잘 읽히며, 정말 재.밌.다. 독자들은 저자를 통해 백성의 마음으로 황제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고,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역사의 ‘진실’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