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위화가 10년 동안 쓴 대작 『형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야기꾼” 위화가 이 책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은 자세한 심리묘사와 사건묘사이다. 그 중에서도 서사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욕망”이다. 문혁시기의 욕망은 이광두의 엉덩이 훔쳐보기로 대표된다. “훔쳐보기”는 문혁이라는 억압된 시대가 만들어낸 욕망이다. 소년 이광두는 단순한 호기심에 여자의 엉덩이를 훔쳐보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류진 사람들의 숨겨져 있던 욕망과 맞아 떨어져서 그는 임홍 엉덩이의 모습을 묘사해주는 대가로 삼선탕면을 배불리 먹는다. 이광두는 후에 갑부가 되었고, 유명인사가 되었음에도 욕망은 끝이 없어서 매스컴의 주목도 받을 수 있고, 성욕까지 해소할 수 있는 처녀미인대회를 개최한다. 미인대회는 류진 사람들의 욕망과도 부합한다. 류진 마을은 “처녀미인진”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제 당당히 드러내놓고 미녀들을 구경한다. 이는 이성을 ‘몰래 보던’ 문혁과는 완전히 상이한 모습이다. 도청 현장은 이 대회를 통해 현의 GDP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찬성한다.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이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관없이 단지 GDP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특별한 가치 판단 없이 행하는 모습은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 


  욕망은 폭력성과도 일련의 관련성을 가진다. 문혁 시기의 폭력성은 홍위병들의 잔인한 행동으로 대표된다. 사람들의 감정 표현을 끊임없이 억압하던 시대에 홍위병의 폭력은 배출구와 같다. 개혁개방시기의 사람들은 마음대로 욕망을 드러내고,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로 그들은 억압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것, 이 공허함이 바로 억압이다. 그들은 이미 돈, 명예, 지위의 억압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억압을 해소하기 위한 그들의 폭력성은 홍위병이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폭력이 그것이다. 주유는 송강에게 아무 죄책감 없이 몸을 상하게 하는 엽기적인 수술까지 감행하게 한다.

  위화는 이 책에서 세상이 격변해도 변함없는 형제의 우애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형제를 통해 극단적 욕망이 가져온 공허함과 폭력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송강의 죽음, 즉, 마음의 안식처를 잃은 이광두와 임홍이 어떻게 변했는가? 정신적 공황상태는 사람들이 가짜 행복을 느끼게 하여 정작 중요한 문제를 회피하게 한다. 동철장의 아내는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가 된 듯한 느낌을 얻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자아에 대한 가치를 찾으라.”고 설교하지만 그녀의 성공은 명분상의 거짓 행복과 같은 것이다. 

  송강은 류진으로 돌아왔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상황은 이미 너무 늦었었다. 이것이 위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후기에서 오늘날은 ‘윤리가 전복되고 경박한 욕정을 추구하는 만물군상의 시대’라고 말한다. 임홍이 이광두의 권력과 명예에 매혹되었듯이, 현재의 우리들도 피상적인 즐거움과 허황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위화는 억압으로 가득한 문혁의 시대도, 욕망으로 가득한 현재도 긍정하고 있지 않다. 그는 현재의 우리들이 송강의 죽음과 같은 어떤 계기로 너무 늦게 뒤를 돌아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중국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희극적인 사건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라.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 이야기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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