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의 한 장면

 

엔터테인먼트나 창작 작업(픽션)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공학에 관한 연구 작업이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과학기술 연구 과정에서 얻은 영감으로 창작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1968년 미국에서 개봉된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천재 컴퓨터 과학자인 마빈 민스키가 자문역으로 참가했던 사실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9000’은 SF와 연구 작업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이후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의 방향을 결정짓고 A.I. 이미지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한편 민스키는 1970년에 설립한 MIT 인공지능 컴퓨터 과학연구소의 창립자 중 한 사람으로 활약하였다.
  
문제는 SF와 연구 작업이 공존하면서도 역할분담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SF작품을 보고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을 그대로 만들려고 하는 연구자가 있을 것이라 여긴다면 오해다. 확실히 SF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연구한 결과, 기술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연구 작업과 창작(픽션)은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접 결부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만들고 싶은 것(WHAT)’은 창작을 통해 묘사할 수 있지만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HOW)’라는 문제까지는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들고 싶은 것(WHAT)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HOW)인지는 연구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공각기동대’에서 묘사하고 있는 ‘열광학미채’라는 목적(WHAT)을 당시 연구하고 있던 ‘재귀성 투영기술’ 등 입체영상과 ‘강막투영형(綱膜投影型) 디스플레이’라는 수단(HOW)과 결부시켜 배경을 실시간으로 사람 몸 위에 입체적으로 비추면 마치 몸이 투명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영감에 도달할 수 있었다.

 

 1973년부터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도라에몽(ドラえもん)》의 한 장면.

 

실현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SF작품은 만들려고 하는 대상(WHAT)’을 제시하고 있어서 인간, 특히 필자와 같은 연구자에게는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이다. 운동에 소질이 없던 어린 시절의 필자를 위로해준 것이 도라에몽이었다. 1972년생인 필자와 시대를 함께한(다고 느끼고 있는) 세대들은 주인공 노비타를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세대들은 책상 서랍을 열어 아직 도라에몽이 오지 않았군이란 말을 해야 초등학교 4학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도라에몽을 좋아했다. 그때는 앞으로 기술이 제대로 발전한다면 도라에몽은 반드시 나타날 거야라고 생각했다.

현실에서 가능했으면, 그리고 우리가 꿈꿨던 것들을 실현해 준 것이 도라에몽이다. 도라에몽의 마술 도구를 보지 못했다면 많은 사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품에 암기빵이라는 식빵이 있어 공책과 책을 잠시 누른 다음 먹으면 빵 표면에 찍힌 내용을 정확하게 암기할 수 있다. 어쩌면 현대에서는 스마트폰의 기억영역을 확장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실제 방법에 차이가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는 등장할 것이다.

책상 서랍을 열자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일은 아직 현대과학기술로는 실현하기 힘들다. 그러나 문을 열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으로 통하는 문은 어쩌면 실현할 수도 있다. ‘모든 곳으로 통하는 문과 같이 순간 이동을 실현할 방안(HOW)은 이 책에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이처럼 도라에몽의 마술 도구는 연구자에게 아이디어의 보고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도 간혹 다시금 읽어 보면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곤 한다. ‘작품에 나온 이것을 실현하고 싶다는 의욕이 연구 과정과 기술개발에 동기를 부여한다.

 

 

※저자소개_이나미 마사히코(稻見昌彦)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시스템정보학 전공교수, MIT 대학 객원과학자, 게이오대학 대학원 미디어디자인 연구과학교수 등을 거쳐서 201511월 현재 재직중. 인간증강공학, 자유자재화기술, 인터테인먼트 공학 전공. 광학미채, 촉각증강장치, 동체시력증강장치 등,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각종 기술 개발과 참여. 초인스포츠협회의 공동대표 역임. 미국 타임지의 ‘Coolest Invention of the Year’를 수상.

 

연재는 총 10회로 310일까지 매주 3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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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목차>
01> SF를 통한 영감
02> 목적(WHAT)과 수단(HOW)의 작용
03> 센서 기술로 사이보그를 실현
04> 의수도 보철에서 증강으로
05>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인공외골격
06> 새로운 신체를 받아들이는 뇌
07> 마치 영화 슈퍼맨처럼…
08> 사용하기 편한 인간형의 신체
09> 신체를 교환하다
10> 누군가의 신체에 올라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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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받는자 2017-02-2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를 통해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현실속에서 실현하다니 정말 대단해요~광학미채라는 기술이 정말 대단하네요~과학의 발전은 상상을 초월하네요~정말 기대되는 책이예요~^^출간을 기다립니다

88 2017-03-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각기동대에 나온 걸 만든거였다니 놀랍네요. sf에서 나오는 기술을 실현시킨다는건 뭔가 로망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