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계기


민음북클럽에서 '첫 번째 독자' 이벤트를 하였는데,

이 책의 소개글 중에 '스릴러'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신청을 하였다.



2. 구성


너무나 예쁜 분홍색 표지인데,

으스스한 진초록색 글자와 열쇠구명 사이에 보이는 소녀의 반쯤 가린 얼굴이 생각보다 섬뜩하다.


핵심적인 단어는 글자 모양이 다르다.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 강약도 주고 단서도 준다.


 뒤에는 저자 후기와 작품 발표 정보도 있다.



3. 문구


[나는 실제보다 더 어리고 순진한 척 연기하곤 했다.  -11쪽-]

산타의 진실을 알고도 모른 척 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랐다.

애들은 다 똑같나보다. 이래서 애들이 영악하단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여전히 젊다고 믿는다.  -16쪽-]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정교하고도 정확하게 제작된 시계태엽 장치처럼,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처럼 그녀는 언제나 잘할 터였다.  -83쪽-]

그녀도 인형이 된게 아닌가 싶다.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재력을 갖추었기에 그는 많은 남자가 가지지 못한 영혼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123쪽-]

인정하긴 싫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돈이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


[미란다를 위해 돈을 그렇게나 쏟아붓고, 실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녀석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부득이하게 사형 집행인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울적하게 다가왔다.  -130쪽-]

= [남자는 애인이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면 애인의 모든 것을 앗아가기 위해 자신을 파괴할 위험을 무릅쓴다.  -아들과 연인1, 민음사, 426쪽- ]


[하지만 고양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킬 도리는 없었다.  -141쪽-]

고양이인 미란다와 알리사인 부인이 하나의 대상으로 보인다.


['웃는' 능력은 곧 '사는' 능력이지.  -180쪽-]

이 문장이 동감되고 이해되는 거 보니 나도 진짜 어른이 된 듯 하다.


[이게 바로 내 직업인걸. '세상을 구원하는'일 말이야!  -182쪽-]

전형적인 사기꾼 같았다.

이름이나 자기소개와 반대되는 것이 다반사인게 세상아닌가.

이런 말 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타락시킬 것 같다.

하긴, 시빌의 세상을 타락시켰으니 맞긴 맞네.


[이제 알겠지, 블레이크? 나, 스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반드시!  -183쪽-]

죽었다는 아빠가 이 사람 아닐까?

했는데..에휴.


[너는 알고 싶지 않을 거야.  -187쪽-]

처음에는 이모가 알려주기 싫으니까, 이모는 절대로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모는 엄마보다 '훨씬 더 진짜 엄마' 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영혼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축복받은 사람 옆에 있으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기도 해.  -208쪽-]

그 축복받았다는 사람은 그만큼 힘들어요.ㅠ-ㅠ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불편과 고통의 원천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이다.  -290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당장 힘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조금만 힘내요.


[그런 기도가 나올 때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뜻이니까.  -377쪽-]

동감은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더라구요.


[어떤 사람들은 혼자가 되지 못해 안달인데요.  -417쪽-]

온전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4. 생각


기묘한 이야기들의 단편집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날,

난로 앞에 처음 맘난 여행자들끼리 모여 앉아 밤새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을 모아놓은 듯 하다.


잘 이해가 안되는, 섬뜩한 내용이 많다.

여러번은 읽어야 이해가 될 듯하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읽기가 어렵다.

또, 잔인하고 성적인 장면들도 있어서 성년자들만 읽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장면들이 무서운 것 보다는 맥락이 무서운게 많다.

예를 들면 "비버는 아이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 딱히 그런 문장이나 단어가 있는 건 아닌데 글의 분위기가 그렇다.

잔혹한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상상만으로 둔 점도 좋았다.


'그로테스크'에 대해 까만색 엔틱 가구만 떠올린 나에게는 너무 읽기 힘든 책이었다.

그래도 참고 보면 너무 불쌍한 등장인물들이 많다. 현실에 있는 이야기 같아서 더 슬펐다.

책도 이해가 안가고, 답답하고 무서워도 끝까지 읽었다.

책 중간도 되지 않아서 웃긴 블랙코미디 같은 부분들, '워킹데드' 같은 부분들도 나왔다. 

한편으로 유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편은 역겹고 끔찍한 느낌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니, '그로테스크'에 대해 잘 아시고, '공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이지만,

나 같이 '심약한 스릴러팬'들은 읽는 데 굉장히 힘드실 것 같다.


<채식주의자>, <재와 빨강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드려요.






https://www.instagram.com/p/Br9xvNknZit/?utm_source=ig_web_copy_link


-민음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글을 남겨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