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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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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계기


민음북클럽에서 '첫 번째 독자' 이벤트를 하였는데,

이 책의 소개글 중에 '스릴러'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신청을 하였다.



2. 구성


너무나 예쁜 분홍색 표지인데,

으스스한 진초록색 글자와 열쇠구명 사이에 보이는 소녀의 반쯤 가린 얼굴이 생각보다 섬뜩하다.


핵심적인 단어는 글자 모양이 다르다.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 강약도 주고 단서도 준다.


 뒤에는 저자 후기와 작품 발표 정보도 있다.



3. 문구


[나는 실제보다 더 어리고 순진한 척 연기하곤 했다.  -11쪽-]

산타의 진실을 알고도 모른 척 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랐다.

애들은 다 똑같나보다. 이래서 애들이 영악하단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여전히 젊다고 믿는다.  -16쪽-]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정교하고도 정확하게 제작된 시계태엽 장치처럼,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처럼 그녀는 언제나 잘할 터였다.  -83쪽-]

그녀도 인형이 된게 아닌가 싶다.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재력을 갖추었기에 그는 많은 남자가 가지지 못한 영혼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123쪽-]

인정하긴 싫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돈이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


[미란다를 위해 돈을 그렇게나 쏟아붓고, 실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녀석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던 그가, 이제는 부득이하게 사형 집행인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울적하게 다가왔다.  -130쪽-]

= [남자는 애인이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면 애인의 모든 것을 앗아가기 위해 자신을 파괴할 위험을 무릅쓴다.  -아들과 연인1, 민음사, 426쪽- ]


[하지만 고양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킬 도리는 없었다.  -141쪽-]

고양이인 미란다와 알리사인 부인이 하나의 대상으로 보인다.


['웃는' 능력은 곧 '사는' 능력이지.  -180쪽-]

이 문장이 동감되고 이해되는 거 보니 나도 진짜 어른이 된 듯 하다.


[이게 바로 내 직업인걸. '세상을 구원하는'일 말이야!  -182쪽-]

전형적인 사기꾼 같았다.

이름이나 자기소개와 반대되는 것이 다반사인게 세상아닌가.

이런 말 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타락시킬 것 같다.

하긴, 시빌의 세상을 타락시켰으니 맞긴 맞네.


[이제 알겠지, 블레이크? 나, 스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반드시!  -183쪽-]

죽었다는 아빠가 이 사람 아닐까?

했는데..에휴.


[너는 알고 싶지 않을 거야.  -187쪽-]

처음에는 이모가 알려주기 싫으니까, 이모는 절대로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모는 엄마보다 '훨씬 더 진짜 엄마' 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영혼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축복받은 사람 옆에 있으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되찾기도 해.  -208쪽-]

그 축복받았다는 사람은 그만큼 힘들어요.ㅠ-ㅠ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불편과 고통의 원천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이다.  -290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금 당장 힘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조금만 힘내요.


[그런 기도가 나올 때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뜻이니까.  -377쪽-]

동감은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더라구요.


[어떤 사람들은 혼자가 되지 못해 안달인데요.  -417쪽-]

온전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사람,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4. 생각


기묘한 이야기들의 단편집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날,

난로 앞에 처음 맘난 여행자들끼리 모여 앉아 밤새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을 모아놓은 듯 하다.


잘 이해가 안되는, 섬뜩한 내용이 많다.

여러번은 읽어야 이해가 될 듯하다.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읽기가 어렵다.

또, 잔인하고 성적인 장면들도 있어서 성년자들만 읽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장면들이 무서운 것 보다는 맥락이 무서운게 많다.

예를 들면 "비버는 아이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다. 딱히 그런 문장이나 단어가 있는 건 아닌데 글의 분위기가 그렇다.

잔혹한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상상만으로 둔 점도 좋았다.


'그로테스크'에 대해 까만색 엔틱 가구만 떠올린 나에게는 너무 읽기 힘든 책이었다.

그래도 참고 보면 너무 불쌍한 등장인물들이 많다. 현실에 있는 이야기 같아서 더 슬펐다.

책도 이해가 안가고, 답답하고 무서워도 끝까지 읽었다.

책 중간도 되지 않아서 웃긴 블랙코미디 같은 부분들, '워킹데드' 같은 부분들도 나왔다. 

한편으로 유쾌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편은 역겹고 끔찍한 느낌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니, '그로테스크'에 대해 잘 아시고, '공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이지만,

나 같이 '심약한 스릴러팬'들은 읽는 데 굉장히 힘드실 것 같다.


<채식주의자>, <재와 빨강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드려요.






https://www.instagram.com/p/Br9xvNknZit/?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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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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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기

다산북스 서평단을 활동하면서 책을 선택할 기회가 생겼다.

발랄한 느낌의 표지, '행복'이 들어간 문구를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2. 구성

만지자마자 깜짝놀랄 정도로 부들부들한 표지가 좋았다.

양장본이지만, 겉표지가 따로 없이 딱딱한 부분에 바로 표지가 인쇄된 형태다.

귀염귀염한 그림과 파스텔 톤 색깔은 책 표지를 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겉 표지 뿐만 아니라, 본문에도 온통 파스텔 톤의 귀염귀염한 그림들이 많다.

또한 사진도 많다. 지금은 집집마다 필수품이 된 북유럽풍 가구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핀란드 작가님이 지으신 책이라, 핀란드 문화에 대해 설명하신 부분에 '조금 더' 믿음이 생겼다.

맨 뒷부분에는 한국에 계신 핀란드 대사님의 추천사도 수록되어 있다.

핀란드 문화를 조금이나마 널리 알리시려는 대사님의 노력이 보였다.


북유럽 상황이 상세히 써진 부분도,

핀란드의 북부와 남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귀여운 지도로 나타낸 것도,

귀엽지만, 분석적이고 직관적인 그래프들도,

한 눈에 보이는 설문조사들도,

책을 보는데 이해를 쉽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또한 그 문구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 )안에 조근조근한 설명이 쓰인 것도,

한글로 쓰인 외국어 옆에는 작은 파란글씨로 원어가 써져 있어서 더 좋았다.


팬츠 트렁크와 어울리는 놀이부터 장소, 볼 영상, 칵테일 제조법, 맥주 구입 순서까지.

이 책은 팬츠드렁크의 백과사전이다.


중간 중간 있는 팬츠드렁크의 후기도 '술마시고 혼자 있을 때'의 상황과 묘하게 공감되어 재밌었다.



3. 문구

[평화를 사랑하는 북유럽인은 전 세계에 분노의 폭풍이 몰아칠 때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3쪽-]

얼마 전에 읽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지금 읽는 중인 <법률가들>이 생각났다.

극한 상황이었던 19세기 말~20세기 중반. 아니 지금까지도 사람이 무력감을 느낄 만한 국가단위의 사건들은 연달아 일어난다. 마음이 허하면서 쓰렸다.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방 안에서 어룽대는 촛불 아래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일, 그게 바로 휘게다.  -25쪽-]

내가 늘 바라는 분위기가 '휘게' 였다.

내년에 회사를 다니게 되어도 저녁에는 '휘게'가 있었으면 한다.


[휘게는 치질,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자기 연민, 사방의 찜찜한 얼룩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디즈니 영화같다.  -26쪽-]

내가 아직도 <미녀와 야수>에서 나오는 서재를 꿈꾸는 것.

처럼, '휘게'를 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순간을 꿈꾸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지니까.

'팬츠드렁크'도 좋지만, '소녀감성'도 좋다. 


[팬츠 드렁크는 자비롭다. 사람을 혹사시키거나 소진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36쪽-]

팬츠드렁크가 자비로운 이유는, 그걸 하는 행위에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

팬츠드렁크가 좋은 이유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100년이라는 시간 만에 탈공업 정보화 사회를 이루었고 세계 3위의 부국이 된 것이다. 팬츠드렁크가 사회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42쪽-]

핀란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개인의 스트레스를 잘 푸는 문화 덕분인거 같다.

우리나라는 '한'이라는, 스트레스는 개인이 삭히고 자기관리 하는 문화라 더 부러웠다.


[팬츠드렁크를 해야 하는 100가지 이유  -88쪽-]

한계에 닥친 워커홀릭들에겐 너무나 달콤한 휴식이자 유혹이 될 듯하다.

이래서 이 책이 참 좋다. 내일을 잊고 팬츠드렁크에 '퐁당' 빠져서 스트레스를 풀게 유혹을 하니까.


[팬츠드렁크는 그저 핀란드 국민들 사이 전해지는 전통이나 세계관에서 그치지 않는다. 핀란드 정부의 공식 외교 정책이기도 하다.  -157쪽-]

우리와 달리 국민의 '성취'보다는 '행복'을 강조하는 나라 같아서 부럽다.


[이 경우 팬츠드렁크는 쌓였던 감정의 응어리를 푸는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169쪽-]

이렇게 감정을 '터트릴 수 있' 어서, 나쁜 감정을 털어내고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듯 하다.


[연습만이 답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도 많다는 사실  -175쪽-]

누군가에겐 팬츠드렁크가 답이듯, 나에게 최고의 휴식은 잠이고, 운동이고, 산책 순이다.

요즘은 신서유기 보는 것도 더해졌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일까? 내 삶이 안좋다는 걸까?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비로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179쪽-]

다른 사람들에겐 한 없이 너그럽지만,

나 자신에겐 혹독했다가 요즘은 많이 풀어졌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나를 보듬기엔 길이 멀다.


[그냥 당신의 마음이 내키는 대로 즉흥적으로 일을 벌여보세요.  -185쪽-]

20대 때부터 가끔 이랬었다. 그래도 별 일 없이 즐거운 추억만 쌓으면서 잘 살고 있다.

일을 우선시하지 말고, 너무 멀리 있는 내 미래를 현재보다 우선시 하시 말고,

가끔은 내 행복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안그러면 죽어요.

계획없이 여행을 가는 건, 물론 계획을 하고 가는 여행보다 많은 비용이 들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나를 한번씩 풀어주는 건, 

지금 도심 한복판에 있어야 하는 내가 바다나 강을 보고 있다는 시원함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다.



4. 느낌

혼술을 하는 건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백과 그림, 사진이 많은 책이라 머리가 힘든 날 보아도 지치지 않게 한다.

스트레스 받은 날에 촉감도 부들부들한 이 책을 보면서 '팬츠 드렁크'해도 좋을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p/BruLpssH0T1/?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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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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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이유


다산북스 서평단 활동 중, <우리가 함께 듣던 밤>의 서평단을 모집해서 책을 신청했다.

제목이 좋아서 책을 신청했는데, 생각치도 못했던 라디오 청취자들의 글을 묶은 에세이였다.



2. 구성


책 색감은 예뻤다. 그러나 아무런 그럼이 없어서 시집이나 고전문학책 같았다.

그래서 다정다감하지만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라디오 DJ라고 하셔서 마냥 말랑말랑한 감성적인 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문득문득 단호함이 묻어나오는 필체가 좋았다.

이런 다정다감한 속의 단호함을 표지에 구현한 게 아닐까 한다.


책의 첫번째 종이에는 노란달이 그려져 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귀여운 느낌의 달은 이 책의 성격을 말해준다.

한밤 중에 청취자들을 위로했던 작가님처럼, 이 책은 깜깜한 삶 속에서 지친 독자들을 위로해주는 책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오프닝, 1부~6부, 클로징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라디오 방송같다.


본문을 보면 줄 바꿈이 잦다. 그래서 빈 공간이 많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여유를 주려는 것 같다.


책 중간중간에 해당 주제와 관련된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그림이 있다.

잔잔한 색감 때문인지 계속 그림을 보고 있게 된다.

그림에 그려진 글씨는 그림과 비슷한 색감이라 마음의 위로를 준다.


또, 다른 책의 문구들이나 노래가사들이 있다. 이것들도 해당 주제와 관련되어 마음을 울린다.


작가님이 강조하신 문장들은 두꺼운 글씨로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책이 그것을 읽는 나를 조금 더 다독여준다.



3. 문구


[사연을 소개한 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코멘트를 하는 게 늘 아쉬웠는데, 글을 쓰며 그런 갈증이 조금씩 해소되었습니다. -6쪽]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책을 주-욱 읽는 것은 마음의 부담도 없고 책을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해서 읽지 않으면 책에 대한 느낌만 남지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

내가 서평단을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 때문이다.

반강제적(;;)으로 서평을 쓰다보니, 빈 공책을 옆에 두고 쓰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자 책을 통해 작가님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이 아까웠던 글들은 다시 내가 작가님과, 그리고 모르는 수많은 분들을 연결시켜 주고, 공감하게 하고 대화하게 만들었다.

이래서 글은 쓰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당신만의 짐이 아니니

걱정말고 편히 쉬기를. -20쪽]

깊은 상처인데 누군가에게 이상하게 털어놓은 날.

후회하는 성격도 아닌데 후회로 밤잠을 설친 날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문구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생활비 보내줄 테니까 오늘 저녁은 비싼 거 먹으라는

그 목소리에 더 펑펑 울고 말았어요.]

엄마가 생각났다.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 딸들을 위로하는 엄마의 방식은 똑같나보다.

식사는 가장 기본적인 거라서 가장 힘들때 가장 생각나나보다.

나도 이젠 밥먹다 우는 나이가 되었구나. 


[애초에 그 앞에서 힘든 속내를 감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이라는 걸. -25쪽]

얼마 전, 죽을 거 같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아무렇지 않게 전화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알아채고, 나한테 미안하다 하셨다.

엄마가 미안할 일도 아니고, 순전히 내 개인적인 문제였다.

거기다 엄마는 평소에 절대 사과하지 않으시는 성격이다.

아무렇지 않게 전화했는데, 갑자기 펑펑 울었었다.

그때 그 일이 생각났다.

역시 엄마는 못 속인다.


죽을 거 같았던거 보면, 아직 내 영혼은 덜 '얼어'서, '얼은'이 되긴 멀었나보다.


[우리는 매일 부끄러움을 먹고 자란다. -31쪽]

다 자랄려면, 그래서 실수를 안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지나야 할까.

흑역사로 이불킥 하는 건 괜찮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일이 생길까 무섭다.


[정말 힘들 때 떠오르는 사람은

정신 번쩍 들 만큼 따끔한 충고를 하던 이도

특별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전해준 이도 아니었다.

언제든 너의 편에 서 있겠다는

기꺼운 믿음과 응원을 보내준 사람. -34쪽]

이래서 누구나 휴식처와 보호막이 되 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눈뜨기 싫었던 몇 번의 월요일을 보내면서

결코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던 학교생활에도

조금씩 정붙일 거리가 생겨났다. -45쪽]

올해 '두 달' 맛 본 '평생갈' 사회생활에 디여서 반년을 빌빌댔었다.

이런 나에게도 내년은 이 문구 같았으면 한다.


[유난히 덥고 지독했던 이 여름이

결국엔 그리워지게 될까요.

애증의 8월을 보내고 이제 가을로 갑니다. -46쪽]

나에게는 지독한 여름이었던 수험기간.

나도 그 때가 좋았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까?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48쪽]

어릴 때 봤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문구를 가장 좋아했고, 지금도 외우고 있다.

지루한 걸 너무나 싫어했던 어린시절의 나는, 정해진 인생은 끔찍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랬던 나 조차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것에 무서워졌다.

나는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된 걸까.


[나는 늘 다른 세상, 닿지 않은 시간을

동경해왔을 뿐

지금을 온전히 즐기며 만족했던 날을 많지 않았다. -56쪽]

이 문구를 읽고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평생직장, 자기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현재의 나를 학대해 온 건 아닐까?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래의 나를 위해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게 정답인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선인장처럼

묵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63쪽]

2부 제목인 이 문구는,

내가 선인장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이다.

내가 그러지 못해서, 나도 선인장처럼 강하고 싶어서.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단 한명이면 된다.

그로 인해

그가 건넨 작은 위로로

우린 다시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다. -98쪽]

누구에게나 단 한명이라도 무조건적인 내 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기하지 않는 일.

수 많은 이유를 만들어 그를 사랑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게 있을까. -130쪽]

나도 사랑에 많이 울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당신이 노력했다는 걸 알아요.'

'수고 많았어요, 오늘도.' -178쪽]

회사에서 힘들 때, 인간관계에 치였던 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최소한 악몽은 피할 것 같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실없이 웃거나 슬퍼하기에도 좋은, -182쪽]

시간이라, 작가님은 밤이 좋아서, 아침형 인간을 포기하셨다 한다.



4. 느낌


나는 평소 라디오를 즐겨 듣지는 않는다.

작가님이 12년 동안 라디오를 하셨다는데,

나는 작가님 성함도, 프로그램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몇 달 전에서야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라디오로 한동안 클래식 방송을 들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광고가 없어서 좋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는 걸 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로 갈아탔다.


책을 읽고 나자, 라디오를 듣는 이유를 알았다.

그건 '공감의 힘' 이었다.

마음이 지쳤던 날, 심야 라디오를 들으면 어땠을까_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꿈과 음악 사이에>에 사연을 보내셨던 분이라면, 꼭 이 책을 읽으셨으면 한다.

그 때는 힘들었던 일이 지금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땐 이랬지.."라며 즐겁게 보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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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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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연시다.

하드커버 표지 자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인데다가, 띠지는 리본같아서

친구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을 것 같다_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친구에게 선물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은 아이나 손주가 있는 은사님들께 선물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은 절친한 친구도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올해 연말연시에는 주변에 책만 돌릴꺼 같다.


크리스마스 에디션답게 가름끈도 빨강색이고, 제본실도 빨강색-초록색이 알록달록 하다.


책껍질을 벗기면, 베이지색 속표지에는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커다랗고 깔끔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님이 성함을 먼저 보고,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읽고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던 터라,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

작가님과 같게 혹은 다르게 생각하는 걸 비교해 보면서 작가님께 공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와 마찬가지 였다. 이 부분이 김신회 작가님의 힘인 듯 싶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나만 특별히' 우울하거나 상황이 바닥이거나 성격파탄이 아니구나. 나는 평범하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작가님에게 공감하면서 마음이 치유가 된다.


나는 책을 정말 잡다하게 보지만, '산문'은 거기에도 없었다.

그런데, 작가님 덕분에 수필이 좋아졌다.

감정을 배우고, 깨닫고, 나를 다독다독해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치료를 받는 느낌이다.

감정과 관계와 대응을 배운다는게 수필의 매력인 듯 싶다.

작가님 책을 읽기 전까지는 수필이란, 일상 속 재미있는 사건을 작가의 시각에서 기술해 놓은 건 줄 알았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여서 일본 사람이 쓴 책인줄 알았다.

작가님 이름보고 의문이 들었다가, 그린 이를 보니 보노보노 원작자 분이셨다.

(찾다보니, 보노보노는 1986년도 부터 연재되었단다. 대단하다.)

저작권 문제부터 의문이 들었는데, 그 부분은 원만히 해결된 듯 싶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어서 좋았다.


책 곳곳에 '컬러' 보노보노 그림이 많았다. 

녹색과 파랑색, 노랑색 계통의 그림들은 생활에 치여 불편했던 내 마음을 기분좋게 차분히 가라앉게 해 주었다.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나면 주제와 관련된 보노보노의 만화가 있다.

그래서 보노보노를 보고 웃으면서 다시 한번 이야기의 주제를 마음속으로 되새김질 할 수 있다.

또, 책 상단에 쪽수 표시 위에 그려진 분홍조개들은 이 책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

책 중간중간 적힌 보노보노 문장은 보노보노처럼 파랑색 글씨이다.

이렇게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보노보노 팬들은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눈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나도 눈밭을 '뽀독뽀독' 밟으며, 눈이 오는 그 특유의 냄새가 담기 공기를 마시며, 눈밭을 누비고 싶었다.

이 부분을 보고 있을 때는 밖에 눈이 왔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방 안에만 있었다.

현관문만 나서면 되는데, 나는 무엇이 그렇게 어렵다고.


보노보노랑 보노보노 아빠가 먼길을 보고 있는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면서,

꼬리 방향까지 똑같은 뒷모습에 많은 걸 생각했다. 그리고 애잔했다.


일본어는 [도호쿠東北]처럼 파란색으로 한자를 써주셨다. 그래서 무슨 뜻있지 금방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 제목이 쓰인 그라데이션 속지도 너무 예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둘 다 있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처음과 끝이 명백한 책을 좋아한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프롤로그'에는 작가님이 보노보노에 빠지게 된 우연한 계기가 적혀있었다.

'평범한' 보노보노가 ''와 같아서 좋다는 것.

작가님 덕분에 나도 보노보노의 매력에 빠졌다.

중간중간 쓰인 보노보노에 나온 대사들은,

왜 보노보노가 '어른을 위한 만화'인지 알게 했다.


보노보노는 세상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파란색깔의 수달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거기다 보노보노는 키가 큰 것도, 날씬한 것도, 팔다리가 긴 것도, 특별히 잘생기지 않아서,

'나'와 같아서,

공감을 사는게 아닐까 한다.


[하지만 사소한 이야기가 주는 힘을 포로리는 알고 있다.]

내가 잡담을 끊을 수 없는 이유가 적혀있었다.

오늘 같이 미세먼지 없는 청량한 가을-겨울 밤에, 누군가와 도란도란 잡담을 하며 산책을 한다는 것.

이것만큼 마음의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일도 없다.


[애초에 상대라는 존재에 대해 내가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건 머리로는 잘 아는데, 감정상 잘 안된다.

이런게 잘 되면 진짜 어른이 되는게 아닐까?


[친구야, 우리 이제부터 충고는 안 하고 안 듣는 걸로 하자.]

친구를 아끼는 마음에 한 충구들이 비수가 될 수 있으니 안하는 게 좋을거 같다.

친구가 힘들어지더라도 그 때는 휴식처가 되는 친구가 되어야 겠다.


[우리는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는 그 만큼의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합당한 이유가 없어서 나 스스로 조금 부끄러웠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 한 명 때문에 일상 전체를 망칠 필요가 없다는 것]

이런건 이외로 어렵다. 정말 잘 알면서도 감정상, 기분상 안 된다.

나를 세상에서 최우선시 하면 될거 같은데, 잘 안되다. 노력이 필요하다.


[힘든 때는 나만 생각하면 되는거야]

이래서 작가님이 좋다.

'이기적인 게 아닐까? '라고 위축되는 나에게 답을 주니까.


[아무도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살면 된다.]

하루에 '잘한 일, 못한 일, 감사한 일' 한 가지씩 쓰는 습관을 만드는 중인데,

잘한 일은 다섯 개, 못한 일은 한 개, 감사한 일은 세 개를 적어야 겠다.

감사한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칭찬하는 게 더 중요한 듯 싶다.


[부정적인 말을 입밖으로 내는 버릇은 주변 공기를 탁하게 만든다. 그 말을 함으로써 기분이 딱히 개운해지는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은 불쾌해진다.]

이래서 내가 습관적으로 욕을 하거나, 부정적인 단어, 나쁜 말을 쓰는 사람들에게서 도망다닌다.


[어제의 짜증나는 일은 잊지 않은 채 오늘을 살면, 자신이 점점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오늘은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말이 있듯,

쉽지 않겠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기분으로 즐겁게 사는게 필요하다.


[미친 듯이 싸우고 나서 불 같이 화해하고 열렬히 사랑하다가도 죽일 듯이 증오한다.]

라는 프랑스인들은 

이래서 "열렬한 사랑"의 대명사이자, "평생을 사랑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망상을 하게 되는 대상인 거 같다.


[잘 싸우는 사람일수록 잘 사랑한다]

딱 내 이야기다. 사랑 앞에서는 이성보단 감정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람이라서 이러는게 아닐까, 나는.


[바르기만 한 말 앞에서 어린 마음은 문을 닫는다.]

누구에게나 모든 걸 기댈 수 있는 내편은 필요하다.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싶어서.]

이래서 내가 걷는 걸 좋아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어릴 땐 정말 이해가 안되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격하게 공감되는 걸 보면, 이제 나도 어른인가 보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돈 많은 백수가 희망사항 중 하나이지만, 그래서 까맣게 잊고 살았지만,

이것이 지루하고 재미없고 하기 싫은 일도 매일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게 분명 있다.]

이래서 하고 싶은게 생기면 앞뒤 안재고 해봐야 한다.

포기를 하더라도 하다 그만두면 최소한 깨달음이라도 얻지, 안 그러면 긴 후회와 헛일만 남는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야박한 사람은 나다.]

나도 올해 중순에서야 비로소 이걸 느껴서, 이런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세상에서 제일'까지는 아니어도 예버해 주고 마음을 넓게 쓰려고 하는데 아직은 잘 안된다.


[평생 그럴 것 같아도 조금씩은 나아진다고. 언젠가는 네가 좋아하고 너를 좋아하는 인생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고. 세상에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고, 겨울 다음에는 꼭 봄이 오는 것처럼]

이 부분을 읽고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쪼오오오오오금 힘이, 용기가 났어요.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그 연애는 최악이 된다.]

몰랐다, 이런 걸 알려주는 데가 없어서.

내가 관계 중독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나도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게 있어"]

이걸 고시 실패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우쳤다.

죽도록 노력은 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강박관념과 체력과 외로움에 눌려서 죽도록 노력한 건 아니고, 열심히 한 정도인데

모의고사는 맨날 상위권인데, 실전에서는 합격을 못해서,

나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았다.

그냥 안되는 게 있는 거였을 뿐이었는데. 단지 그것 뿐인데.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불편하다.]

내가 몰랐던, 내가 남들에게 양보를 잘 하는 이유를 이 문구를 보고 알았다.


[대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고민 같은 건 있지도 않은 거야.]

항상 고민되고 의문이었던 여행의 필요성이 아닐까?


[사랑에 빠지면 시야가 좁아진다]

'신서유기'의 '고깔고깔'이 생각났다.

(고깔모자를 뾰족한 부분이 눈 앞으로 오게 쓰고 물건을 찾는 게임입니다.)


[책임감이 부족하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에게 공을 던지는 말을 자주쓴다. "난 아무거나 다 괜찮아"]

소심한 나지만, 딱히 책임지기 싫어서가 아니라,

죽자살자 하는 문제도 아니고,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충분히 다 맞춰줄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 배려한다고 하는 말이었는데.

이렇게 들릴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큰 돈을 벌지 못하는 직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좀 죄송하다.(되게 많이 죄송하지는 않다는 점이 포인트)]

가로안의 깨알같은 말이 너무 좋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식'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래서 내리사랑인거고.



책을 다 읽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기분을 빨리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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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글을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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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음 / 민음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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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렬한 표지색감에 독특함 그림, 그리고 진지한 글씨체가 잘 어울려진 세련된 표지가 내 시선을 잡았다.


책장의 높이는 예전과 같은데,

요즘 책들은 '휴대성'을 강조해서 그런지 참 작다.

이 책도 손바닥만한 작은 책이다. 그러나, 나혜석님이 쓰신 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의 내용은 컸다.


책의 맨 앞장에 실려있는 사진으로 본 그녀, 나혜석님은

아름다운 외모에 기개(氣槪), 단아한 분위기의 전형적 조선미인 같았다.


책 서문에 기재된 나혜석님의 생애는 한국 최초가 많았다.

한국 최초로 전시회를 연 여성 화가, 한국 최초로 공개적으로 결혼 청첩장을 발행한 신부.

그리고 한국 최초로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여성의 입장에서 글로 표현하고 발표한 작가.


책은 해설이 먼저, 작품이 나중에 있어서,

작가님의 글을 이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책이 쓰여진 시대가 시대니 만큼, 일본어가 많았다.

그리고 [ ] 안에 글이 쓰인 당시와 다른 오늘날의 말을 써 주셔서 책 읽는데 좋았다.

그 뿐만 아니라, '바른편 손(오른손)'같이 요즘 안쓰는 말들이 많아서 요즘 말과 비교해도 재밌었다.

그러나, 각주는 책 맨 뒤에 설명이 있어서 일일이 찾아봐야 해서 한눈에 안들어왔다.

책 하단에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책 중간에 나혜석님의 판화그림이 있어서 좋았다. 판화그림 옆에 '김일엽이 창간한 여성 잡지 〈신여자〉에 실린 나혜석의 판화'라는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뻔 했다.


<경희>는 읽을 때마다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의 오디오 북으로 들었던 윤석화님의 목소리가 생생히 떠올랐다.

그러나 '여학생'이라는 것 자체로 편견있는 세상이라니 끔찍했다.


작가님의 생애나, 글을 보니,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오지랍과 입방정이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치는 건 똑같나는 생각이 들었다.


부록으로 있는 <만혼 타개 좌담회>는 1933년도 글이지만, 지금 현 상황과도 해결책까지 똑같았다.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어야 결혼을 할꺼라는 것.


그러나 작가님은 '산아제한'이 시험결혼(사실혼)의 필수라 하셨지만,

지금 시대에는 국가가 사실혼 사이도 결혼한 사이만큼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거 같다.


[조상이 벌어놓은 밥 그것을 그대로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집 개나 일반이지요]라는 문구에서

요즘 '건물주'나 '금수저'를 '찬양'하는 세태와 달라 생각도 해보고 반성도 했다. 나도 '참 편하게만 놀고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작가님과 너무 차이나는 마음가짐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공부는 더해 무엇하겠소]라는 문구에서

자기계발 싫어하는 사람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이 있구나_했다.

나도 가끔 주변 분들에게 '책을 읽어 무엇하나'라고 들어서,

"소설책은 시간 보내려 읽고요, 심리학책은 위로 받을려고 읽고요, 과학책은 재미나서 읽어요. 알수록 더 재밌어요."라고,

경희처럼은 쏘아 말하지 못하고, 그냥 웃고 넘기고 속으로 삭혔던 경험이 있어서,

그냥 과거도 지금도 있으니 미래도 있겠구나_싶었다.


[다 팔자 소관이니 그렇지]라는 문구에서

자신이 나아질꺼라는 생각과 노력은 '1'도 안하고 삶을 낭비하는 고정형 사고방식이라니..정말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현실에서도 많이 듣는 말이라 책을 읽으면서도 참 서글펐다.


[구주전쟁(1차 세계대전)후에 3대 문제, 즉 부인문제, 노동문제, 육아문제가 유행하니까]라는 문구에서

10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점차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지 싶다.


["크면 어디가오? 다 애미찾는 법이지."하면 코웃음이 난다]라는 문구에서

<장미와 홍차의 나날>을 쓴 '모리 마리'와 작가님이 비교되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어 찾아와서 만났던 모리마리와 모리마리의 아들들과는 잘 지냈다고,

특히 큰 아들과는 연인과 비슷해서 며느리가 싫어했다는 느낌의 글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받는 '편지' 때문에 파리로도 도쿄로도 못가고 있다가 객사한 작가님와 비교되어 마음이 아팠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작가님을 찾아뵙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저 한줄의 문구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냉정한 태도를 자연에 맡기어 아이를 길러갑니다]라는 문구에서

젖을 떼는 문제는 반대지만, 작가님의 육아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에 나온 육아법과 비슷하다.

아이에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같다.


[차차 유치원부터 소학, 중학, 그 이상의 학교까지 교육시키려면]라는 문구에서

본인도 네 아이를 모두 보지 못하게 된 채 이혼하게 될 줄은 몰랐을텐데..작가님이 안쓰러웠다.

그래도, 아이들때문에 사람 취급도 안해주는 남편과 시댁 옆에 평생을 숨죽여 살아야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 또 그건 아닌 듯 싶다. 어렵다. 하긴, 안 어려운 삶이 어디에 있을까.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편의 [조선인 시가지도 본정통과 같은 전기시설을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에서

이 글이 쓰인 34년도에 이 땅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나 조금은 엿보였다. 에휴..


[이와 같이 평온 무사한 것을 우리 행복의 초점으로 삼는다면 행복은 확실히 우리 생활을 고정시키는 것이오, 활기업게 만드는 것이며, 게으르게 만드는 것이요, 우리로 하여금 퇴보자요, 낙오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던 내가 한심해 보였다. 그래도 몸과 마음을 재활하며, 열심히는 아니지만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혜석의 삶이 결국 어떠했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혜석 밖에 없다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는 추천사는,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흥과 비슷했다. 그래서 공감하는거 같아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며 보낸 이번 달이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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