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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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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력과 기술 등의 조건 불일치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실업률은 더욱 올라갔고, 이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도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은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2650명이 지원해 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 나라에서 공무원이 아니고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며 공무원을 하지 않고는 먹고 살기 어려운 정책을 펼치는 정부라는 뜻이다. 


이 책은 심각한 실업 사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무업’의 단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직을 하면서 입사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거나 구직에 성공해도 ‘열정페이’라는 명분으로 착취만 당하고, 간신히 정규직이 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 해고되는 경험을 거듭하다보면 자신감을 상실하고 몸도 마음도 무기력해지면서 무업의 단계에 빠지게 된다. 일본 사회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를바 없다. 있다면 일본보다 더 열악한 최저임금제와 더 부실한 사회안전망이라는 더 나쁜 조건? 


저자는 우선 ‘청년 무업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서부터 글을 시작한다. 

‘무업자’라는 단어는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것만 같은 불순한 사회구성원을 떠올리게 한다. 일이 없어서 안 하는게 아니라 편한 일, 좋은 일만 찾아하려고 이것저것 가리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게(특히 나이드신 어른들) 일반적이다. 여기에 ‘청년’이라는 단어까지 결합해서 ‘청년 무업자’라는 어휘가 형성되면 오해는 몇배로 증폭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청년 무업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왜 생기는지 알고 싶게 하거나 사회 문제로 분석하게 만들기 보다는 오직 개인의 문제로 돌려서 개인을 탓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 [청년 무업자 백서]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 대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이 일본 사회가 청년 무업자 문제에 대해 감정적인 비판에서 벗어나 모두 함께 풀어 나가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청년 무업자 백서]에서 조사한 통계는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근거로써 이 책의 1부 3장에서 인용된다. 그러나 통계 수치와 분석만으로 청년 무업자들을 이해시키려 했다면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어쩌다가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좌절’과 ‘실패’가 인생의 분기점이 되어 무업 상태로 전락해 버린 ‘일을 할 수 없는 청년들’의 이력서들이 1부 2장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나온다. 통계 수치가 아닌 개인의 사례라는 점에서 청년 무업자들의 고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4장의 ‘무업 사회’의 등장 배경과 5장의 ‘무업 사회’와 미래에 관한 내용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아쉬웠다. 한국을 배경으로 이런 공론을 일으켜서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이슈화 해줄 수 있는 저자가 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6장의 청년 무업자를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과 7장의 NPO의 역할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무업 사회에 대한 1부의 내용이며 2부는 무업을 벗어난 청년들이 다시 일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에 대한 사례가 나온다. 2부의 내용도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유용할 수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책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 들어간 내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부의 내용이 더 보강되거나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해서라도 무업 사회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이끌어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책의 부제가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이긴 하지만, 청년부터 쭉 무업으로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버린 중년까지 감안한다면, 또 그 중년이 노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악순환의 고리까지도 예측한다면 청년 무업자의 문제는 청년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무업 사회’의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누구나 무업자가 될 수 있는 사회임을 인식하고 청년 무업 실태가 세대에 대한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로써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데 얼마간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현재의 정책이나 안전망이 만들어진 기원이 전후 또는 고도경제성장기, 즉 청년 세대가 풍요로웠던 시대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현재 발생되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과거에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은 적합하지 않다. (p34)

청년 무업자가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일본의 기업 사회와 인사 전략 또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육도 그 안에 포함될 것이다. 이처럼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에 주목해 봄으로써, 각 분야의 기능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 무업자를 양산하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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