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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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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알라딘 신간평가단의 선택’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나는 ‘불안’과 함께 읽어갔다. 책도 꽤나 두꺼운데 시간대비 읽은 보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내용이 불안증 환자의 푸념과 개인적인 경험의 연대기이면 별로인데;;; 등…. 다행히 불안은 금방 해소되었다. 심지어 이 책, 괜찮은 발견이었다! 신간평가단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손으로 골라서 읽지는 않았을 책인데 이렇게 읽을 수 있어서 얼마나 운 좋은 만남인지.(이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를~)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인상깊게 읽은 나로서는 이 책이 다루는 ‘불안’에도 꽤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인문학적으로, 그 중에서도 철학에 비중을 두고 ‘불안’에 접근했다면,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되 배경지식이 상당히 광범위했다. 여기에 재치있는 글솜씨가 버무려져서 읽는 재미도 솔솔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8년의 시간 대부분을 3000년 동안 쓰인 불안에 대한 글 수십만 장을 읽으며 보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역사, 문학, 철학, 종교, 대중문화, 최신 학술 연구에서 불안에 대한 탐구들을 한데 모아 자신의 경험과 함께 엮어 이 책을 냈다. 


이렇게 불안에 대한 방대하고 두꺼운 책을 읽으면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고 의미를 정의할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이다. 현대적인 신경증의 개념 창시자이자 불안의 수호성인이라는 프로이트조차 불안의 개념을 정의하지 못했고, 현대의학과 과학도 불안의 정의에 관해서조차 의견이 모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불안’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인간 경험의 스펙트럼을 억지로 담으려고 하는 부정확한 은유일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어떤 방법으로도 불안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저자와 비슷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 나도 노력하는 중이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일부다.”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많은 부분을 메모하고 줄을 그었는데 그 중 가장 멋진 인용을 여기 적어보려고 한다.


문학평론가 에드먼드 윌슨은 1941년 [상처와 활]이라는 글에서 소포클레스 비극의 영웅 필록테테스 이야기를 했다. 필록테테스는 왕의 아들인데 뱀에 발을 물려 생긴 상처가 곪아 낫지 않았다. 그런데 이 상처 때문에 활을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필록테테스의 “지독한 냄새가 나는 상처”와 “초인적인” 사격술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소설가 지넷 윈터슨의 말을 빌리면 이 이야기에는 “상처와 재능이 함께한다.” 곧 나약함과 수치심이 초월, 영웅적 자질, 구원의 가능성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내 불안은 낫지 않는 상처처럼 가끔은 나의 삶을 막아서고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 그렇지만 동시에 어떤 힘의 원천이자 은총이기도 하다.(p422)


불안이 너무 크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불안이 너무 없어도 마찬가지로 성과가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스턴 대학교 불안과 관련 장애 센터 설립자이자 명예 소장인 데이비드 발로는 “불안이 없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인, 예술가, 학생 들의 성취도가 낮아질 것이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아예 씨앗조차 뿌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대신 우리는 정신없이 바쁜 사회에서 늘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상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빈들거리는 삶에 도달할 것이다. 인류에게 핵전쟁만큼이나 치명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불안의 의미]의 저자 롤로 메이는 “불안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불안 조절은 불안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불이고 이 정상적 불안을 자각, 조심성, 삶에 대한 열정을 높이는 자극으로 쓰는 것이다.”라고 했다.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은 적당량의 독초가 치료제로도 쓰이듯 불안이라는 삶의 독초를 잘 다루면 삶의 치료제가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불안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을지 몰라도, 대신 뭔가 좋은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책을 지금 ‘불안’으로 고민하는 분들께 적극 권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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