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뜨지 않으면 아직 눈밭이다. 떠오르고 펼쳐진다. 잠시 잡생각을 하다가 떨쳐내려 눈을 뜬다. 몇 시 일까?

무게 부담을 줄이려고 선택한 책이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그리고 눈이 떠질 때 마다 여행지의 침대 위에서 스탠드를 켜고 읽었다. 룸메는 없는 듯이 잠이 들어 있어서 늘 혼자 만의 방에서 읽는 것 같았다. 얇아서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리면 어쩌지? 잠시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전체 8장의 책. 그리고 중복되는 문맥들. 1장을 읽고 읽고 읽었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 열 페이지 정도를 반복해서 읽느라 진도 나가기가 어려웠다. 아! 어쩜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느라 또 자꾸 멈춰졌다.

이건 소설일까? 현존일까? 시일까? 계속 생각하며 읽었다. 이런 부분은 묘사가 아닌데 읽는 순간 왜 이렇게 펼쳐지는 거지? 각 장이 나름 완결되어 있으면서 연결되어 있고 시공이 왔다갔다 의식도 왔다갔다 하는데도 산만하지 않구나. 그런데 이건 쓰려고 노력해서 쓴 글 아니고 그냥 몸이 쭉 써내려 간 글 같다.

번역이 참 유려하구나.싶었는데 불어본을 번역했다. 체코어로 읽으면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더 건조하고 더 딱딱하고 더 슬플 것 같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고 나는 35년간 책과 폐지를 압축해왔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영감을 주는 책이다.
내 책 하고 싶다. 나 인 것 같은 문장이 너무 많다.
작가랑 책이랑 나와 우주가 한 몸 같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병에 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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