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힘찬문고 33
이경자 지음,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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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 어렵다. 내가 잘 모르고 있어서이기도 하거나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관심사가 과거의 현실로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5, 6학년이상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성장동화이다.

시대를 1961년이라고 정확하게 명기해서 사실감을 높였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삶의 현실과 11살 소녀의 내면을 어렵지 않게, 정감있게 풀고 있어서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일제시대에 어땠다는 가르치기 식의 말보다 자기 또래 아이의 삶을 통해 들여다 본 재일동포의 현실을 아이들에게 잔잔한 아픔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며, 역사적인 현실에 눈돌리는 계기를 줄만하다.

요즘 여기 우리 사춘기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외부와 내부의 갈등이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국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조선인으로 일본에 살아야 했던 소녀가 느꼈던 그 갈등을 책으로 읽으며 같이 느껴본다는 것은 아이들의 사고 확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가즈와 스나라는 두 소녀가 축이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의 다른 얼굴들이다. 이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이역에서 살아야 했던 재일조선인 마을에 대한 보고서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이 소박하고 정감있는 동화가 너무 거창한 리얼리즘 다큐처럼 들린다. 그건 아니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왜 책을 읽는지 문학이 왜 존재하는지 우리는 왜 관심을 주위세계로도 돌려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그냥. 스멀스멀 안에서 번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야기 책 안의 공간과 사람이 살아있는,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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