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미술관

자아가 사라져간다.그렇게 생각하면 보통은 당황하거나 불안해져야겠지요.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소위 망아의 경지에 들어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 자신에 대해 의지와 사고가 뭉친 어떤 딱딱한 덩어리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덩어리가 녹기 시작한겁니다.111

클레나 로스코는 이처럼 자신과 세계를 쉽고 간단하게 연결 해주지 못하는 시대의 도래를 가장 빨리 깨달은 화가들입니다.  이들은 결코 표상할 수 없는 것을 표상해낼 방법을 탐구한 끝에 결국 그러한 표현에 도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레는 단편화된 기억을 모자이크처럼 엮었고 로스코는 모든 이야기를 용융시켜서 자기 자신도 타자도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이 한데 섞인 듯한 세계를 그렸습니다. 이들은 불가해라는 말로밖에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어떻게든 표현해냄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던 것입니다.120

원전 사고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점은 문명에 푹 잠겨 있던 인간은 결국 두려워하는 마음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포심이 없어지면 사람은 본디 가지고 있던 생물로서의 예민함을 잃어버립니디ㅡ. 쾌적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인간은 근거 없는 안전 신화 같은 것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그 때문에 몇십 만  몇백 만이 넘는 소중한 목숨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커다란 실패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브뤼헐은 16세기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묵시록‘적인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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