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 위에 살고 있다.
우리 지구의 크기는 둘레가 4만 킬로미터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로도 적어도 400시간을 운전해야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지구 둘레가 의외로 외우기 쉬운 숫자다. 4만.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적도 둘레가 남극과 북극 방향으로의 둘레보다 약간 더 길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지구의 둘레를 4만 킬로미터로 칠 수 있다. 지구 둘레가 이렇게 딱 떨어지는 숫자로 나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학자들이 미터라는 길이를 지구의 둘레에 기초해서 만들었기 때문이야. 1미터는 지구 둘레의 4만분의 1이라고 정한 것이다.
자, 이제 슬슬 우주로 여행을 떠나보자. 달은 지구에서 38만 킬로미터 떨어져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데 그 거리는 1억5천만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거리가 너무 커지니까 점점 더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우리 눈앞에 하나씩 그려보자.
쌀 한 톨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우리는 잘 안다. 쌀이 사실 길쭉하게 생긴 모양이지만 동그랗다고 상상하자. 그래야 동그란 쌀을 지구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지름 4 밀리미터 정도 되는 쌀이라면 달은 지름 1 밀리미터의 좁쌀이다. 그리고 좁쌀인 달은 12 센티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쌀인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지구가 쌀이라면 태양은 우리가 흔히 물놀이할 때 가지고 노는 큰 풍선 크기가 된다. 지름으로 보면 44 센티미터다. 쌀은 이 풍선 주위를 도는데 그 거리는 47미터다. 축구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리다. 축구 경기를 시작하는 중앙선에 놓인 풍선이 태양이라면 지구는 골키퍼 자리에 있는 쌀이고 그 한 뼘쯤 옆에 있는 좁쌀이 달이다. 그런데 쌀에서 바라보면 한 뼘 옆의 좁쌀(달)과 축구장 중앙선에 있는 풍선(태양)이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인다. 이런 우연의 일치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고찰해보기로 하자.
쌀의 자리에서 본 풍선은 그나마 크기라도 느껴지지만, 풍선의 자리에서 골키퍼 위치에 있는 쌀이나 좁쌀은 아마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지구는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지만 우주에서 본다면 이렇게나 작고 약한 것이다.
이 우주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은 빛이다. 빛은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가 38만 킬로미터니까 빛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지구를 떠나 달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빛이 이렇게나 빠르지만 그래도 우주는 굉장히 크다. 우리가 밝은 대낮에 따뜻한 햇볕을 느낄 때 이 태양의 빛은 태양을 떠난 후 8분이 지나서야 우리에게 도착하게 된다. 우리가 태양을 볼 때 그 태양은 바로 지금이 아니라 사실 8분 전의 모습인 것이다.
우리 지구가 속하는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있는 행성이 명왕성이다. (명왕성은 최근 공식적으로 행성 목록에서 빠졌지만, 이런 글에서조차 냉정하게 빼버리기에는 너무 매몰찬 것 같다. 그래서 작은 글에서나마 여전히 행성 대접을 해주고 싶다.) 태양에서 명왕성까지는 실제 거리가 약 60억 킬로미터다. 1초에 30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빛으로도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다. 그런데 원래 빛은 전파와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빛과 전파를 한꺼번에 전자기파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과학이 발달해서 명왕성에 사람이 살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명왕성에 있는 사람에게 지구에 있는 내가 여보세요라고 말하고 전파에 실어 보내면 6시간이나 지나야 마침내 그 사람이 전파에 담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반갑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다시 6시간이 더 지나야 내가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화 한번 나누는데 12시간이나 걸리는 셈이다. 우주의 작은 한 모퉁이인 지구와 명왕성 사이만 해도 이렇게나 멀다.
그런데 지름 44 센티미터 크기의 풍선인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태양계의 진짜 끝은 버스 두 정거장 정도인 2 킬로미터 떨어진 명왕성 좁쌀이 아니라 혜성을 날려 보내는 얼음 덩어리 집단이다. 실제로 이 얼음 덩어리들은 빛의 속도로 날아서 약 4일 정도 걸리는 거리인 천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고 지구를 쌀에 비유할 경우 이 거리는 31 킬로미터가 된다.
커다란 수박만한 태양이 31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물체들까지 거느리고 있다니 태양이 미치는 영향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우주가 그만큼 텅 빈 공간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다른 별은 실제 4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1년이 걸리는 거리를 말한다. 4광년이 얼마나 먼 거리인지 상상해보려면 우리는 다시 지구를 쌀로 줄여서 상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어느 축구장 중앙선에 커다란 수박 또는 풍선만한 태양을 두었다고 머릿속에 그려 보자. 골키퍼 자리에는 지구 쌀과 달 좁쌀이 있다. 버스 두 정거장 거리 너머에는 명왕성 좁쌀이 돌고 있다. 만약 그 축구장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이라면 거기서부터 인천 정도 되는 거리에 태양계의 끝인 얼음 덩어리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말한 영역은 우리나라 위에서도 그리 큰 영역이 아니지만, 지구 전체 크기에서 본다면 정말 작은 영역이다.
우리나라를 지구 중심으로 가로질러 나가면 그 반대쪽이 남아메리카의 우루과이쯤 된다고 한다. 거기에 있는 커다란 풍선이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별인 것이다. 그리고 두 풍선 별 사이에 해당하는 지구의 지름인 12,700 킬로미터 정도 거리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우주는 이렇게 텅 빈 것과 마찬가지인 곳이다. 그나마 우리가 지금껏 본 것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딱 두 개의 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넓디 넓고, 텅 비다시피 한 우주공간 한 귀퉁이의 쌀 한 톨 위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큰 쪽이 아닌 작은 쪽으로 한번 여행을 해보자. 멀고 먼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이루는 그리고 우리 우주를 이루는 원자의 세계로 가보자.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세포를 더 깊게 들여다보면 원자들이 나온다. 원자는 크기가 작은 수소도 있고 크기가 큰 우라늄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0.1 나노미터 크기의 구슬로 생각하면 된다. 나노미터란 1 미터 안에 10억 개를 늘어 놓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러니까 0.1 나노미터 크기의 구슬이라면 1 미터 안에 100억 개를 늘어 놓을 수 있다.
4광년이라는 천문학적 거리가 대번에 쉽게 상상되지 않듯이 0.1 나노미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상상과 비유를 동원하자. 맛있는 방울토마토를 떠올리자. 크기가 3~4 센티미터 정도다. 방울토마토와 지구를 한번 상상해보자. 엄청나게 차이가 크다. 그런데 우리가 만약 지구를 방울토마토 만하게 줄이면 그 때 방울토마토는 원자 즉, 0.1 나노미터 크기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방울토마토와 지구의 크기비율은 원자와 방울토마토의 크기비율과 똑같다.
지구를 생각하면서 지구 위의 내 손에 들린 방울토마토를 떠올려 보자. 그 크기의 차이가 상상된다면 우리는 방울토마토를 들여다보면서 원자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원자라는 것이 이토록 작다.
원자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구름이 에워싸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한 0.1 나노미터의 원자 크기란 결국 전자구름의 크기였던 셈이다. 그런데 원자의 무게는 대부분 원자핵에서 나온다. 전자는 원자핵에 비한다면 무게가 거의 없다. 양성자나 중성자에 비해서 전자의 무게는 100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원자핵은 그 크기가 원자의 만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팝콘 한 개가 지름 1 센티미터쯤 된다. 원자핵을 팝콘에 비유하면 원자는 그 만 배의 크기니까 100 미터 즉, 축구장만큼 되는 셈이다. 축구장 가운데다 팝콘 하나를 던져 놓으면 그것이 바로 원자와 원자핵의 관계가 된다.
우리 인간은 우주의 크기에 비해서 정말 보잘 것 없는 크기인 작은 쌀 한 톨 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단단하다고 상상하는 원자 역시 알고 보면 대부분은 텅 빈 공간이다. 하지만 지구가 태어나고 인간이 태어나기까지 우리 우주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뎌 주었고 또 우리를 우주에 등장시켜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죽어갔는지를 생각하면 우리 인간들은 정말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 주위의 자연이나 생명들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지구가 태어나기 위해 별들이 먼저 죽어야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 저 멀리 어딘가에서 내 몸의 일부가 흘러 왔다는 신비한 느낌이 내 몸을 감싼다. 그리고 앞서 사라져간 별들에게 무척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가 저절로 나온다.
지구를 다시 쌀로 축소시켜 보자. 그렇다면 태양계에서 제일 바깥에 있는 행성인 명왕성은 달보다 조금 더 작은 좁쌀이 된다. 그리고 지구 쌀과 명왕성 좁쌀의 거리는 2 킬로미터나 떨어지게 된다. 2 킬로미터라면 버스 두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다. 버스 두 정거장 너머에 있는 좁쌀 한 톨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울지를 상상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