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

직장인과 프리랜서

정리정돈을 잘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이렇게 다른 두 명이 살아나가며 느낀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만족을 담은 에세이.

대학 시절 기숙사에 있었던 시간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생판 모르는 남과 맞춰 가며 사는 일. 방방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떤 방은 서로 눈도 마주치기 싫을 정도로 싸우기도 했고,

어떤 방은 타지에서 외로움을 서로 위로해 주며 문과생과 이과생이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기도 했다.

또 어떤 방은 방순이의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까지 얽혀 기숙사 네트워크가 만들어 지도록 하기도 했고.

그 이후로는 쭉 혼자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기에 떳떳한 생활 방식이 아니기도 했고, 누군가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사는 것보단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족이야 갖다 버리지도 못하니 나랑 살아줬지만 그럴 만큼의 인내심을 가진 타인이 존재할까 싶기도 했고.


이 책은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맞춰나가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져있다.

집을 구하고,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서로에게 맞춰주면서 나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과정.


아무래도 글이라는 매개체가 가지는 환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 순간을 다 엎어버리고 싶었던 일도 나중에 일기로 들춰보면 추억이 되지 않나?

분명 아름답기만 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글로 씌여지고, 회상이라는 빛바랜 색이 입혀져

추억으로 더 미화된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

두 작가의 글빨도 분명 한 몫 했고.


단순히 이 책이 두 사람이 맞춰나가고 살아나가는 모습만 그린다면 그저 그런 에세이에 불과했겠지만 이 책은 그 너머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예전과는 다른 사람들. 사회. 경제.

그와 함께 당연하게 같이 변해가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이 책에서는 여자 둘과 고양이 4마리가 살아가는 가족을 이야기 하지만 무수히 많은 다양한 공동체가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에 국한된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중심에 사랑을 가진 공동체이기를 꿈꾼다.


좋은 책이지만, 재미있게 잘 읽히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결혼 후 모습을 바꾸자라는 의지보다는 마치 결혼 그 자체는 어떻게 고치려 해도 안된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결혼하면 망하는 건가? 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하긴 힘들다. 아무리 2명이 모았다고 하더라도 몇 억짜리 집을 대출 20퍼센트에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테니. 그리고 둘 다 좋은 학교 좋은 스펙.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요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들이니까....


어쨌든 재미있게, 신나게 읽었던건 두 작가의 글이 너무 잘 읽히고, 둘의 삶이 재미있어서 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재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럽다.

혼자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 P18

비슷한 점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면 다른 점은 둘 사이의 빈 곳을 채워준다. - P36

신비롭게도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더 부지런할 수 있는 존재다. 누군가와 함께 먹을 식사를 차린다면 무슨 힘에선지 국이라도 하나 끓이고 더운 찬이라도 한 가지 볶게 되는 것이다. - P152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에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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