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 해일을 겪고 나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진짜 실감났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무서웠겠다. 소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덜덜 떨면서 내 품을 파고 들었다.

영화가 끝나자 "엄마, 우리 앞으로 이런 공포영화 보지 말자" 이런다. "소현아, 이건 공포영화가 아니고 재난영화라고 해" 엄마가 잘난 척하고 이렇게 설명해주자 소현이 단호하게 이렇게 말한다. "나한테는 공포영화야!"

애는 무심코 한 말이지만 나는 뜨끔했다. 그렇지, 너희 세대는 우리보다 이런 재난을 훨씬 더 피부로 느낄 것이다. 우리는 후손에게 도대체 무슨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소현이가 너무 무서워하자 해송이가 옆에서 은근히 장난질을 친다. "너 50몇살 쯤 되면 진짜로 저렇게 돼" 그말을 듣자마자 악을 쓰고 울어대기 시작해서 나는 달래느라고 진땀 뺐다. "아니야, 절대 안그래, 소현이 살아있을 때는 절대 그런 일 없어"  그러나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영화에서처럼 며칠만에 온 지구가 빙하시대가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나(영화는 긴박감을 조성해야 하니 천천히 진행되는 일도 며칠 안에 완성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무시해 버릴 수 있을만큼 지구의 상황은 태평하지가 못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가 아닌가. 올 겨울 대한민국 날씨도 수상하고.

헐리우드 영화답게 가족애가 문제를 해결하긴 하나 구태의연하다든가 하는 흠집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이 영화의 상황은 앞으로 실제상황이 되어 우리 앞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무시무시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공포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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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1-1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소현이가 저랑 비슷하군요. 저는 올해 첫날 읽은 까렐 차–r의 희곡 [R. U. R.(로봇)] 읽으면서도 엄청 쫄았는데...이것도 거의 저를 공포로 떨게 했거든요.

라주미힌 2005-01-1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가 '그들에게' 공포영화인 이유가 하나가 더 있죠. 미국의 몰락입니다.

sooninara 2005-01-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미국이 빙하로 뒤덮여서 기분이 조금 좋았다는것과..혹시 빙하기가 오면 도서관으로 도망쳐야한다는걸 배웠어요. 그리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무리해서 가는 모습에서 부정이라기엔 너무 무모해보여서 별로였어요..그래도 ..중간중간 조금씩 눈물도 날뻔했다죠. 그 캐나다인가 오두막 남자들..죽기전에 건배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깍두기 2005-01-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님, 저 그 책 진작에 사놓고 희곡이란 형식이 생소해서 안읽고 있었는데 읽어보야야겠네요. 어디, 노웨이브님이 얼마나 겁이 많으신지 한 번 봐야지~^^
라주미힌님, 헐리우드 영화가 미국을 제3세계의 도움을 받는 처지로 묘사했다는게 신기하긴 했죠. 그러나 그걸 보면서 제가 한 생각은.....미국이 저렇게 얌전하게 물러날 리가 없어. 아마 폭격기에 핵무기를 싣고 멕시코 상공을 날면서 멕시코 정부를 전복하고 자기들의 국가로 만들걸? 이렇게 생각했다죠^^
수니님, 빙하기가 오면 도서관으로....ㅎㅎ 님의 유머감각 아주 뛰어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