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앤서니 울프 지음, 곽윤정.김호현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지은이  앤서니 울프

 

 

 

 

참으로 재미있고 유용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났다.

그동안 수많은 육아서들과 부모교육 필독서들을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실제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생활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팁들이 많이 있는 책은 오랜만이지 싶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과 조금더 소통하기위한 책들을 찾아 보았으나, 사실 그 내용이 많이 비슷하고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말들이 많았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바로 다음 순간, 아이들과 대면할때는 모든것을 잊고 내 기분대로 행동할때가 많았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대하라는 말들은 수긍이 갔지만 실제 아이들의 돌발적인 반응에 재가 슬기롭게 대처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최근에 읽은 <십대들의 뇌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서 그들의 어쩔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특징을 알았고,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에서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부모들이 실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부모가 한바탕 씨름을 벌인뒤 부모는 그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우울한 상태인데도, 아이는 금새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곤 한다. 부모는 그렇게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던 아이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자신을 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시를 당한 기분이 든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자 했을때 대부분 아이들은 싫다고 반응한다. 그런데 부모들은 그 싫다는 말 보다 부모의 말에 반응하는 태도에 더 민감할 때가 많다. 왜 버릇없이 대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십대들은 아무런 악의 없이 그냥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부모를 미워해서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란 뜻이다.

이번엔 아이가 부모에게 뭔가를 바라고 요구할때,특히 그것이 부모로서는 용납할수 없는 것일때 부모는 안돼 라고 말하지만 아이는 인정하지 않는다. 부모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로 설득하려 해도 아이에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실감나는 사례와 현장감 넘치는 대화로 이뤄지고 있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것처럼 나와 아이의 대화를 재생하는 것 같은 기분 마저 든다.

또한, 실제적인 조언에 바로 실생활에서 쓰일만한 팁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것도 생생한 재연사례로서.

 

브루너의 아빠는 매우 힘든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다. 마침 오늘은 브루너가 학교에서 돌아와 집을 치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자 마자 씻고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안을 엉망이었고 브루너는 소파에 누워 부스러기를 흘리며 과자를 먹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냐?"

"뭐요?"

"브루너, 오늘은 네가 집안 청소를 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아침보다 더 엉망이구나."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하는 중이었어요."

"브루너 아빠는 진짜 진저리가 나고 짜증이 난다. 아빠가 오늘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는 지 알기나 하니?"

"저도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너도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진짜 넌덜머러가 난다.! 너는 정말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구제불능이야."

"아빠도 구제불능이라고요."

......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했다면 바로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다.

"브루너, 아빠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구나.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빠가 미안하다."

사과에 대한 아이의 호의적인 반응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더구나 "아빠의 사과를 받아줄 거지? 그렇지?"하며 요구해서는 안된다. 사과를 받아들였는지 확인함으로써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 비난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안하다' 라고 말하기라 쑥스럽고, 아이에게 자기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받고 싶어서 변명을 붙이는 경향이 있다.

"미안하다. 그런데 아빠가 오늘 회사에서 정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어."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변명을 하는 것은 사과의 이점을 대부분 사라지게 만든다.

"쳇,아빠는 회사에서 화가 난 걸 항상 나한테 분풀이해!"

또 부모가 비난의 화살을 아이에게 돌릴때도 있다.

"미안하다. 그런데 네가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책임감을 가졌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야."

이때 부모의 말 속에는 부모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향한 비난을 아이의 책임으로 돌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것 봐, 아빠는 언제나 내 탓만 한다니까! 아빠야말로 정말 구제불능이야.!"   (p167,168)

 

저자가 얼마나 현장경험이 많은지, 아이들의 심리를 얼마나 잘 아는지, 그리고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원인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그렇기에 저자의 조언은 더욱 힘을 얻는다. 앞으로 어떻게 십대들을 대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이에게 '안돼'라고 말해야 할때 우리는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그것을 기나긴 말싸움으로 번지고 감정만 악화될 뿐이다. 아이가 싫어하건 화를 대건 부모는 자신이 전달할 말만을 반복해 알려준다. 그것이 부모의 기준에서는 절대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그 뜻을 관철하기위해 사실 전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은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안되는 것을 절대 안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지리한 싸움도 일어 나지 않는다.

- 또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구 할때도 (집안 일이나, 심부름 등) 아이가 싫다고 해도 왜 해야하는지 애유를 설명하고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아이는 부모의 요구에따라 할수도 있고, (이럴때는 다른 말을 덧붙이지 말고 그냥 고맙다고 의사표현을 하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자신이 부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부담감은 갖게 될 수 있다. 이럴때도 감정싸움을 하면 아이는 부담감 대신 부모에 대한 반감만 갖게 되는 것이다.

- 아이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친구같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부모가 규칙적으로 십대 자녀와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다. 물론 아이들은 뚱한 행동과 표현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그래도 부모는 즐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좋은 기분을 전염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애정이 담긴 말을 매일 규칙적으로 표현 하는 것이 좋다.

- 십대에게는 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일때가 있다. 그러나 부모에게서 조건없는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자라나는 아이는 이런 공감능력을 갖게 된다. 부모가 몸소 보여주는 배려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습관으로 배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게임과 스마트폰, 알코올과 담배, 그리고 성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이 흔히 십대와의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우에 대한 대처방식을 저자는 실제적으로 표현해놓았다.

십대 자녀를 둔 부모들, 그리고 앞으로 겪을 부모들 모두가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십대는 언젠가 끝난다. 지금은 비록 암흑 같을 지라도...

그들을 믿고 기다려주며 부모가 언제나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

 

부모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아이의 안전을 지키고, 아이가 세상에 나갈 준비를 시키고, 아이의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결국 아이들은 부모의 바람대로 잘 견뎌낼 것이다. 또 한가지 좋은 소식은, 부모의 사랑을 받은 아이는 언젠가 그사랑을 부모에게 돌려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때를 기다려보자.   (p390)

 

 

 

저자의 글을 이끌어가는 흡입력과 문장력이 참으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의 원제가 < I'd Listen to My Parents if They'd Just Shut Up> 인것과 저자의 또 다른 책 제목이 <내 인생에서 빠져줘요, 쇼핑몰에 데려다준 다음에> 인것을 볼때 그의 재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수가 있다. 또한 그의 책이 얼마나 삶의 현장에서 가까운지도.

번역자 또한 심리학박사이신지라 매끄럽게 글을 연결해 놓은 점이 탁월했다.

 

한가지 더, 이 책을 보면서 생각난 그림책이 하나 있다.

<내 이름은 자가주> 이다.

부모의 심정이 간결하게 표현되어있는 그림책이다.

모두들 한 번 읽어 보시길...

저절로 웃음띤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