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 교수의 상업주의 미술 이야기
양정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은이  양정무

 

 

언제부터인가 집에 그림 하나 걸어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들 가지고 있는 풍경화나 정물화보다는 약간은 원색적이면서도 밝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만한 그런 그림 말이다.

사거리에서 그림을 파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내 눈에 차지는 않지만 꽤 값들을 하고 있다. 쉽게 살만한 가격들이 아니다.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기존 화가들의 복사본을 멋있는 액자에 넣어 판매하기도 한다. 복사본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

그럼,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가지려면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얼마 정도를 지불하면 좋은 그림을 살 수 있을까? 미술과 관계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듣는 질문중 하나다. 그럴때 나는 1000만원이라고 답하곤 한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그림 중 거실에 걸어 놓을 만한 50호(캔버스 사이즈 116.8*91cm) 정도 크기의 유화 작품 가격이 대체로 그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신진인 젊은 작가의 작품은 절반에도 가능하겠고, 우명작가의 겨우라면 2배 이상의 가격을치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기본 이상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예산을 100만원 정도로 잡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p64)

 

왜 1000만원 이나 들까?

여기에는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관련되어 있다. 현재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은 4인기준 427만원이라고 한다. 보통 그림 값은 월소득의 두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보통 화가가 한달에 한 작품정도 그린다고 했을 때 그림값의 절반은 화가의 몫으로, 또 절반은 딜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럼, 딜러는 아무런 일도 없이 화가와 같은 소득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가. 딜러의 몫이 너무 큰건 아닌가? 딜러의 역할이 무엇인가?

 

그림은 두번 태어난다. 화가의 손에서 한 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안에서 또 한번,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화가의 몫이지만 그림의 성장은 컬렉터의 품속에서 이뤄진다. 그림이 화가의 작업실에서 태어나 미술관에 걸리기까지 겪게 되는 기나긴 여정을 생각해 볼때 컬렉터는 작품의 두번 째 창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림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p5)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 중 놀라운것 하나는 딜러의 역할이 미술시장에서 아주 크다는 사실이었다. 능력있는 딜러가 택한 그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 그림값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딜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딜러들의 움직임이 없다면 화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시장에 내놓기가 힘들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2012년 2월 까지는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다.

이 그림은 2010년 5월 크리스타 경매에서 1억 640만 달러, 한화 약 1200억원에 낙찰되었다.

그뒤, 2012년 5월 뭉크의 <절규>가 1억2000만 달러에 낙찰되어 또다시 경매 역사상 상한가를 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그림들은 세계시장에서 대접을 받고 있을까?

중국 송나라 작품이 약 718억원에 낙찰된 데에 반해, 우리나라의 겸재 정선의 서화첩이 34억원에 낙찰되었다.

 

 

미술작품도 그 나라의 경제력과 위상이 영향을 끼치나 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좀 더 잘살게 되면 우리나라 미술도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한국의 경제력과 문화적 위상이 오르게 되면 한국 출신 작가의 그림도 그에 합당한 위치를 세계 미술 시장에서 누리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 미술을 우선적으로 한국의 컬렉터들이 사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을 통해 보면 국내 컬렉터의 관심은 무슨 이유인지 해외 유명작품에 쏠려있다. 한국 컬렉터들이 한국 작품을 사지 않는데,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작품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한국의 컬렉터들이 한국 작품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미술 시장의 호황은 일시적인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p272)

 

우리나라에서 미술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새겨들어야 할 말 같다.

 

이 책은 제목이 <그림값의 비밀>이지만 전체적인 미술 역사를 통한 미술작품의 경제적 가치와 미술을 통한 경제적 흐름을 짚어본 책이라고 할수 있다.

저자의 풍부한 미술 지식과 맛깔스러운 문장력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화가들의 에피소드, 그들이 어떻게 작품을 통해 경제적 생활을 영위 할수 있었는지를 알수 있어서 더욱 더 흥미로왔다.

또한 미술상인으로 시작한 딜러들의 활약도 알게 되었고, 영향력 있는 이들로 인한 미술의 발전과정도 알수 있었다. - 아마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부유층의 후원이 없으면 힘들기에-

설명하는 그림들이 빠지지 않고 책속에 담겨 있어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그래서인지 책 값은 비싸졌지만.^^-

미술에 대한 문외한 이라 할지라도 이 책을 읽으면 미술을 새롭게 알게되고, 높은 그림값에 대해 수긍이 가기도 할것 같다.

 

왠지 미술관에 가고 싶다.^^

 

 

 

오탈자

p156 - 결국 보나세라가 우정을 명세하고 → 맹세하고

p158 - 마론 브란도 → 말론 브란도

p287 - 특히 상업주의에 일찍 눈은 뜬 → 눈을 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