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per2 


말로


컴플리트 앵글러 호텔에서 숙박부를 작성하고, 찰리가 주차장에서 번쩍거리는 슈퍼카들의 장식품들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더럽히는 동안, 우리 뒤로 지나가던 제복을 입은 직원이 벌써 찢어지기 시작한 테스코 Tesco의 비닐 쇼핑백 세 개를 향해 당혹스러울 정도로 공손하게 경례를 했다.


“어머, 친절하기도 해라. 저길 봐! 저 사람은 이걸 정상적인 짐처럼 다뤄주네. 이 쇼핑백 때문에 우리가 차브족(chavvy: 힙합 음악을 즐기며 문법에 어긋난 영어를 쓰고 일부러 싸구려 패션을 고집하는 사람들)으로 보이나봐. 아무래도 가방을 사야겠어, 벤.”


평소에는 장애인용으로 사용하는 듯한 방들이 내부에서 연결된 우리 객실에서 찰리는 침실과 화장실마다 달린 네 개의 경보 장치 빨간 줄을 잡아당기며 놀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 짐을 싸는 동안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만화 《워터십 다운의 토끼들》을 보여주는 바람에 요즘 토끼에 푹 빠져 있는 피비는 호텔 메모장에 귀가 찢어진 토끼를 기계적으로 그리고는 내게 한 장씩 건네주며 주머니에 넣어두라고 했다. 마치 “이건 내가 그리고 싶어서 그린 게 아니에요. 아빠가 운드워트 장군 만화(속 독재자 토끼)을 보여준 바람에 이렇게 된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말로 중앙에 자리한 알비온 하우스 Albion House로 가서1818년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 집필을 끝낸 건물이자 우리가 방문한 첫 번째 명소 앞에서 다들 무서운 괴물 얼굴을 하고서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러나 그 레스토랑이 저녁 7시에나 문을 열기 때문에 다이나가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사이 나 혼자 밖으로 나왔다.


열아홉 살 때 유명한 시인이던 남편과 함께 이곳에 살았던 메리 셸리는 말로에 대해 “이곳의 푸른 하늘과 밝은 태양을 보노라면, 얼굴에 감겨오는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노라면 모든 두려움과 슬픔이 날아가리라”라고 썼다. 


비록 나의 두려움은 모두 날아가지 않았지만 — 트렁크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아 꺼내는 데에도 아침에 자동차 전체를 꾹꾹 눌러 짐을 실을 때만큼이나 시간이 걸렸으니까 — 기분은 꽤 좋았다. 



따스한 저녁, 템스 강이 유유히 내 곁을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저녁 6시 30분이면 테디베어 수건을 펼쳐들고 흠뻑 젖은 욕실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시끄러운 물장구 소리를 향해 “마지막이야! 이제 사악한 돌고래 놀이는 끝이야! 지금 당장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오늘 밤 동화책은 안 읽어줄 거야!”라고 소리치던 일을 처음으로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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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전 연재

이번주 월~금 5회 김영사 알라딘 서재에서 벤 해치 가족의 좌충우돌 영국 여행기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출간 전 연재를 진행했는데요. 바로 다음 주, 1월 3일, 출간 예정입니다.

흥미진진하게 시작하는 벤 해치의 가족여행기! 많은 기대 바랍니다.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다섯 달 간의 무모한 가족여행!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다. 5개월 동안 명소를 찾아다니며 가족여행의 단맛 쓴맛을 모두 포착해냈다. 떠들썩한 여정인 동시에 모든 가족에게 바치는 감동 어린 찬가이다.” _댄 로즈 <티몰레온, 집으로 돌아와> 저자


저자 벤 해치


달링턴 맥도널드의 치킨 샌드위치 담당자로 일한 경험에 기초한 첫 번째 코믹소설 <잔디 깎는 유명인사, The Lawnmower Celebrity>는 2000년 라디오4의 올해의 8대 책에 선정되었다. 제멋대로 나는 커다란 발톱을 지닌 불운한 배낭여행객에 관한 두 번째 소설 <국제적인 구즈베리, The International Gooseberry>는 2001년에 출판되면서 <데일리 익스프레스>로부터 ‘신경질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슬프다.’라는 평을 들었다. 벤 해치는 2003년 <그랜타>가 뽑은 가장 전도유망한 영국의 젊은 작가 20인에 선정되었다. 아내 다이나와 함께 세 권의 여행 가이드북 <프롬머의 가족과 함께 하는 스코틀랜드 여행> <프롬머의 가족과 함께 하는 잉글랜드 여행> <프롬머의 공짜로 영국 여행>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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