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 업계가 떨고 있다. 중간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 핵심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약 업계를 손 보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
선거 종료 후 100시간 내에 주요 개혁과제를 총 망라해 제시하겠다고 공언한 민주당은, 공화당이 입안한 주요 의료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있다.
연금재단측 로비그룹인 AARP의 존 로더 정책국장은 "제약업계의 유명기업들이 그 동안 공화당 쪽에 줄을 서 왔기 때문에 민주당 지배 하의 의회에서 집중적인 추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이 공화당 지배하의 의회가 통과시킨 의료법안 중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고 있는 것은 의료법 D항.
이 법안은 구매액이 연간 300억달러로 추정되는 약에 대해 연방정부가 제약업체와 구매협상을 직접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민간의 제 3자가 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방정부가 제약업체와 직접 약값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이 법안을 개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파이내셜 타임즈>는 이런 조치로 일부에서는 향후 10여년에 걸쳐 약 1900억달러에 달하는 약 구매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 법안의 개정안을 내 놓는다 해도 부시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법안은 결국 무산되고 만다. 부시 행정부는 의료법 D항을 임기 중 이룬 가장 큰 치적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그래서 민주당이 당장의 법개정을 추진하는 대신 2009년까지 청문회와 각종 위원회 등의 수단을 동원해 제약업계의 횡포를 대대적으로 까발리는 압박전술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로비그룹인 'PhRMA'측은 "의료법 D항이 제약업계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고 연방정부의 약가개입을 방지해 환자의 약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보장한다"며 법안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약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제약시장의 47%를 점하는 최대의 시장이어서 미국 민주당의 의료법안 재개정 움직임은 한국의 약가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 협상에서 약가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향후 협상의 추이가 어떻게 변화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