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자 내역
• 1등 적립금 20만원
리코짱 님 / "당신의 아주 먼 섬 - 섬이 건네는 치유의 손길을 마주하다"
http://blog.aladin.co.kr/755907195/9902707
• 2등 적립금 10만원
돌리 님 / "모든 먼 것을 꿈꾸는 일"
http://blog.aladin.co.kr/758780234/9905487
무지개전사 님 / "커다랗고 따뜻한, 무엇보다 긴 슬픔에 대하여"
http://blog.aladin.co.kr/704833185/9905392
• 3등 적립금 5만원
안나 님 / "불안한 대로 아름다운 삶"
http://blog.aladin.co.kr/hopeblossom_/9904039
가리비 님 / "서로의 무지개가 되는 시간들"
http://blog.aladin.co.kr/770954153/9903291
• 심사평
어떤 소설은 그 안의 완미한 힘보다, 얽혀 있는 상황으로 인해 거듭 다시 읽게 된다. 다른 책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수도 있는 문장이 저자의 영원한 부재를 의식하는 순간 마음의 어딘가를 아프게 찌르며 들어오는 것이다. 소설 속 ‘판도’라는 남자아이가 유난히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내게 실제 일어난 일은 거의 없고 나는 많은 일들을 읽었을 뿐입니다”라는 문장을 곱씹을 때 마음이 위태롭게 흔들렸던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그저 등장인물의 독서 한 자락일 뿐임을 알지만, 회한에 찬 눈으로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이 문장에 느닷없이 마음을 베이고야 말았다. 많은 서평들을 읽으며 이것이 나 홀로 겪은 경험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깊이 애정했던 한 작가의 떠남에 대해 불가항력적으로 붙들리고 베이고 있었다. 롤랑 바르트를 빌려 말한다면, 『당신의 아주 먼 섬』은 우리에게 ‘푼크툼’이 되었다. 어떤 독서의 시간은 그 책의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행간에 가득 고이는 애도의 마음을 거둬내며 간신히 이루어진다. 이런 독서만큼 슬픈 것이 있을까.
자신의 손으로 직접 완성작으로서 꾸려 내놓은 소설이 아니었으니, 작가에게는 분명 덧붙이고 싶었던 말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아주 먼 섬』은 특별하다. 장편답게 흥미로운 배후와 얽히면서 자유분방하게 서사가 뻗어나가며, 사회적인 면면들에 무심하지 않았던 작가가 소설 속에 선박 사기 문제를 넣음으로써 세월호를 상기시키고 싶어했던 것도 느낄 수 있다. ‘이삐 할미’와 같은 여성상이 정미경 소설세계 안에서 처음으로 출현한다는 의의도 적지 않다. 소설은 우울하고 격정적인 여자아이 ‘이우’에 얽힌 사연을 드러내고 이를 해원(解寃)해나가는 구조를 띠고 있지만, 더 쓰였다면 이 소녀의 애도를 경유해 사회의 애도와 만나는 지점을 정교하게 만들어나갔으리라 생각된다. 이삐 할미에 의해 행해지는 천도제와 마지막에 한판 축제로 이어지는 낙관적인 결말은 여성의 힘에 기대 정미경이 한국사회에 만들어내고 싶은 풍경이었을 것이다. 그는 세월호가 뭍으로 끌어올려지기 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물론 이 소설은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준 것처럼, 생을 살아가는 일 전반에 어리는 슬픔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있다. 시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소금 창고로 만들어지는 도서관은, 소위 짠맛으로 자주 비유되는 인생이 어떻게 세속적인 힘을 이기며 예술로서 승화되는가에 대해 더없이 근사한 비유다.
가장 뜨겁고 아프게 누구보다 오래 소설을 붙들고 있었을 것 같은 서평들을 꼽았다. 하지만 한 편 한 편마다 슬픔이 가득차 있어 어떤 글도 내려놓기 쉽지 않았다는 말을, 희미한 독서의 공동체를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는 말을 함께 전한다.
_강지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