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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고백들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당신의 몸이 당신에게 말 걸어온다 🫵」
— 이서수, 『몸과 고백들』
나의 신체와 나는 친밀한 관계였던 적이 별로 없다. 글에 너무 몰두해 있을 때면 몸으로 느껴지는 실감 같은 것이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고, 그래서였던 건지 단지 운동 신경이 별로여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실재의 몸이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으며 지내왔다. 쓰인 활자를 몸으로 인지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그 이전까지는, 활자 속에 머물면 안전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신체와의 오래되고 어색한 관계 탓에, 나는 가끔 내가 사는 몸을 거추장스럽게 여긴다. 이 몸이 가끔 무언가를 말하기도 하는데, 내게 들려주는 그 말이 대체...... 대체 무엇인지 어리둥절할 때도 있다. 때로는 외부에서 내 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한다. 폭력적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쉽게 더러워지고 더럽혀지는 나의 몸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직 미지의 세계 앞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 책은 당신이 여기에 있다고, 특히나 당신이 당신 몸과 함께 여기 있다고 선언한다. 몸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여성/남성 등의 경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우스운지를 말한다. 경계라 여겨지던 것을 흐트려놓는다. 화자들은 줄곧 절실하게, 스스로를 설명한다. 나를 오해하지 말라고, 나는 그것 아닌 이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알고 그것을 공유하는 시대이지만, 정체성 혹은 정체화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여백이 언제나 있다. 그 빈 자리를 이해하는 데에 소설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누군가를 절실히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 이 책은 상상력을 줄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를 다시금 내 안에서 이해해야 할 때, 혹은 나를 이해받아야 할 때, 이 책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늘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현대문학께, 감사드립니다. 이 고운 책은 현대문학에서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