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 어떻게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무너뜨렸나
스티브 와인버그 지음, 신윤주.이호은 옮김 / 생각비행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역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널리 알려지는 사건이나 인물들의 면면을 볼때마다 저 사건 또는 인물은 '왜 그리고 어떻게' 그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하는 물음을 가지게 된다.   기막힌 우연이었을까? 그럴수 밖에 없었을까?

여기 그런 역사의 우연과 필연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인물과 사건을 다룬 책이 한 권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이 여성은 1900년대 초에 <스탠더드 오일의 역사>라는 책으로 거대 트러스트 기업을 해체까지 이르게 만든 미국의 언론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만큼 한 인물의 이야기로만 일관되는 것은 아니다.  스탠더드 오일의 대주주였던 록펠러의 삶도 타벨의 삶과 병렬로 배치하며 전개한다. 나중에 두 사람이 스탠더드오일에 대한 탐사보도로 얽히는 시점이 정점이 되고 트러스트의 해체로 화려하게(?) 대단원을 내리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문체는 다소 건조하며 가급적 감상적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책을 쓰려고 한 듯한 인상을 주는데 '언론'을 다룬 언론인의 저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수있을 것이다.   

초반부는 19세기 중반의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주변을 조명하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 지루하다고 느낄수 있지만 중반이후부터는 서서히 두 거물의 만남이 가까워지면서 읽는 진도가 급속하게 나가는 편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되면서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매클루어 매거진

거대 기업과의 싸움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쉬운 일은 아니다.  타벨 또한 혼자만의 의지로 싸움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낸 것도 아니다.  여기서 타벨을 언론인의 길로 이끌고 격려하고 결국 자신의 매체(매클루어 매거진)를 통하여 타벨의 탐사보도를 게재한 매클루어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책에 실려있는 다음과 같은 매클루어의 말을 통해 그의 평소 소신을 짐작할수 있다.

   
 
자본가와 노동자, 정치인, 시민 모두가 불법을 저지르거나 방관하고 있다. 법을 지켜낼 이는 과연 누구인가?  .. (중략) ...  이제 남은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밖에 없다.   ...  대중이 바로 그 사람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우리가 오늘 지급해야 하는 청구서를 정산하지 않고 잔여금을 떠넘긴다면, 빚은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 중에 어떤 이들은 그 빚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떠넘긴 채 떠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빚을 전부 갚는 날에야 우리는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언론인과 지식인으로써의 사명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또한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론이 생각나게 만들기도 하는 글이다.  21세기 한국은 정확히 매클루어가 말한 그런 상황에 빠져 있다.  해방 이후의 화려하고 눈부신 성장 이면에서 발견된 사회모순의 빚더미가 지금 우리에게 떠넘겨진것을 확인하고 있으며 이것에 이자까지 산더미처럼 더해가는 것을 경험하는 중이다.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양심고백, 그리고 탄압,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난 한국 최대기업의 후진적인 뒷모습과  언론의 묵인 방조... 그리고 (삼성에 대한)협조..

이 책을 읽으면서 삼성과 한국의 언론이 떠오르지 않을수 없는 이유다. 똑같지는 않지만 타벨이라는 인물만 빼면 한국의 상황과 1:1로 매칭시킬수 있을 정도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록펠러는 기부만큼은 많이 했다는 점 정도.(최소한 소득의 10%이상은 한것으로 나온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은 곧잘 이렇게 질문한다.'록펠러는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재산을 모았을까?' 그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최대한 록펠러를 똑같이 모방하려고 애쓴다. 이제 록펠러는 미국의 이상을 구현한 인물이 되었다.그가 썼던 방법은 국가적인 상업 규범으로 격상되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입사선호도 1위는 삼성, 존경받는 기업인 1위는 이건희씨다. 타벨의 말에서 록펠러를 삼성이나 이건희로 바꿔도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건 필연일까, 우연일까..... 

 

언론의 문제

거대한 사회의 문제를 방치하는 상황을 언론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치사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사회문제에 첨병으로 나서야 할 힘과 의무가 있는 집단 중 하나가 언론인데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총구를 향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도 하거니와, 어쨌든 타벨이야기를 하면서 언론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언론 하나가 초거대기업을 해체시킨 역사가 있다는게 놀라웠다.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비록 지금은 대기업을 비판하는 잡지는 폐간되고, 대기업을 비판하는 책은 일반 매체에 광고 한 줄 실을 수 없는 암울한 시대지만 지금의 시대는 또 이 시대만의 해결책을 열어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물론 두드리는 자에게만.)  벌써 외국에서는 SNS라는 새로운 언론(?)이 촉매가 된 놀라운 혁명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 중이니 터무니 없는 기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상 언론문제에 집중에서 리뷰를 썼지만 이 책은 100년전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고 우뚝선 한 여성의 이야기에 방점을 두고 읽어도 되고,  철저한 직업정신에 관한 이야기 또는 상반된 입장(성,나이,계층,이해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대결이라는 드라마적 요소에 중심을 두고 보아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수 있는 책이다.

각색하지 않은 실화이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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