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이 필요하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혼자 살 수 있어! 내겐 아무도 필요 없어!”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낄 때, 모두가 타인처럼 내 삶과는 달리 동떨어져 보일 때, 자신의 이기심과 타인의 이기심에 모두 염증이 날 때, 한 번쯤 아니 수없이 마음에 되뇌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그 누가 말하지 않았나!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에 다름 아니라고… 그 말을 곱씹는 순간에도 진정 선한 관심과 애정을 내어줄 이가 다가온다면, 그 모든 부정어들은 순식간에 쓰레기통에 버려 버릴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심심한 듯 하면서도 바쁘고 선한 듯 하면서도 무심한 주인공, 다다!
그는 세상사에 아무 관심이 없는 듯 홀로 심부름집을 경영하며 맡겨진 업무를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것에만 열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난데없는 친구가 툭 떨어졌다. 갈 곳 없고 의지할 이 아무도 없는 버려진 사내, 교텐.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났고, 다다 심부름집의 경영자와 직원으로 관계를 재정립해나간다.

“그런 것쯤 네가 해.”라고 쏘아주고 싶은 자질구레한 일감이 넘치는 다다 심부름집, 그러나 정작 들어오는 일감보다 나서서 무료로 제공하는 일이 더 많은 그곳은 심상치가 않다. 더구나 공짜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이니, 사람이 좋아 보이는 걸 넘어서 세상사 미련이 없어 보이는 두 주인공에게 오히려 독자가 마음을 졸이는 형편이다.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두 주인공의 과거와 내면의 상처가 드러나고, 서로에게 무심한 척 하지만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하는 두 사내는 자신들의 상처를 내보이고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 화해를 청한다.

‘심부름’이란 남의 힘을 부린다는 뜻이란다. 어릴 적부터 군심부름까지 도맡아 하던 막내인 나는 심부름처럼 귀찮은 일이 없었다. 심부름을 통해 얻는 칭찬과 약간의 용돈은 쏠쏠했지만, 그 타이밍이란 게 꼭 즐겨보는 TV만화의 클라이맥스거나 친구랑 놀기로 약속한 시간이어서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타인에게 심부름을 청(?)하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그것이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지금 난 네 도움이 필요해.’라는 의사표현 아니던가!

사람은 사람이 필요하다. 관계가 때로는 귀찮고 상처를 주며 모든 행복이 종결된 듯한 선고를 줄지라도, 다다 심부름집처럼 행복은 재생된다. 누군가 준 큰 아픔 때문에 모든 것에 문을 닫아 걸고 행복의 재생버튼을 누를 용기를 잃은 자가 있다면, 곁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딱 한 번만 진실되게 불러보라! “가자, 교텐.” 조심스레 말했던 다다의 부름이 교텐을 일으켜 새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