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구원
임경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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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남인, 가족의 상실을 보듬으러 떠난 리스본에서의 여행기를 담담하게 적었다. 도서<태도에 관하여>의 문체가 잔잔하지만 강하다면 이 <다정한 구원>에서는 아련하지만 담담히 우리를 리스본의 해변과 노을로 이끈다. 작가가 전해주는 단어를 따라 읽으면 어느새 같이 비행기를 타고 노을을 바라보고 바닷가에 따뜻한 모래를 밝고 있는 착각이 든다. 쉬운 문체로 상실을 따라갈 수 있도록 쓰였다. 


아직 부모의 상실, 형제의 상실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임경선 작가의 상실을 찬찬히 따라가는 것 만으로 마음이 벅찬 페이지도 있었다. 부모와 가장 즐거웠던 때, 순간을 부모가 되어 딸과 함께 방문하는 모습은 시간의 흐름을 크게 느끼게 만든다. 약간의 허무와 무력감도 함께 전한다. 하지만 자신의 딸을 바라보며 삶의 의지를 다지는 작가의 담담한 태도가 독자로 하여금 슬프지만 현재의 나로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긴초 해변으로 가는 동안 한참을 엇비슷한 바깥 풍경을 지나며 택시는 달렸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창밖을 멍하니 내다 보는 윤서의 옆얼굴을 본다. 예전의 나도 혼자 차 뒷자리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영원한 것처럼 느꼈더랬다. 윤서의 특징인 통통한 뺨이나 짱구 뒤통수를 부노라면 어렸을 적의 나를 보고 있는 듯한 아득한 착각에 빠져든다. 이 아이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서 자신의 예전모습을 보고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너무 어려서 지켜주지 못했던 마음 속 어린아이를 다시, 나를 다시, 보듬는 일과 같이 느껴졌다. 자식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기엔 아직 두려움이 많다. 지금의 나를 돌보는 일도 쉬이 잊혀지고 간과하며 몰아붙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지켜봐줄 수가 없다."

자신의 딸 윤서를 보면서 남긴 임경선작가의 위의 문구에서 아직 부모보다는 자식의 입장에 서 있는 본인은 작은 결심같은 희망을 느꼈다.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마지막 까지 지켜봐줄 수는 없지만 자식은 부모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고. 이미 몸으로는 부모와 떨어져 있지만 자식의 입장에서 혹은 개인으로서 보듬을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더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데 일부분을 담당한 이곳의 파도와 바람을 생각한다. 나에게 얼마간의 낙천성이라는 게 남아 있다면 그것은 모두 리스본의 햇살과 바다에게 신세진 것이겠다. "


임경선 작가가 언급한 그 낙천성을 빌리러 리스본에 가고 싶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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