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상문화사전
미조구치 유조 외 엮음, 김석근 외 옮김 / 책과함께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위 "미조구치 사단"의 역작 프로젝트 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책은 엄밀히 말하자면 "사전"은 아니고, 개념별 개념사 연구모음집입니다.

사실 XX考 타입의 연구저술은 오히려 더 한참 예전, 동양학 연구의 초기에나 유행했던 타입의 쓰기법입니다. "天"考라든지, "朝貢"考라든지 뭐 그런식의 특정 소재 하나를 똭! 잡아놓고 시대적 양상을 줄줄이 읊는 타입은 원래 아~주 오래전부터 나오던 방법론이지요, 조금 더 굳이 확장한다면 근대적 학문 제도가 정착되기 전부터 있던 쓰기법이라고도 할 수 있구요.

그럼에도 개념사 연구가 단순히 근백년만의 "XX考"타입 쓰기의 재탕이냐. 그건 또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단순히 특정 단어가 원래는 뭐였는데 나중에 이렇게 되었다.. 식의 서술에서 나아가, "같은 개념이 어떻게 시대상황에 따라 전유되는가"의 개념사적 문제의식이 시대전환기 사고의 변화과정을 절묘하게 그릴 수 있는 스케치로서 활용되게 되는 것이거든요.

나아가, "XX考"타입에서는, 시대별로 그게 어떻게 변화했는지보다는, 그것의 "본뜻"이 무엇인가에 문제의 초점이랄까 목적의식이 가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뭐 고증학 생각해보시면 간단한 노릇입니다. 다만 개념사에서는 개념의 "정답"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그 의미가 많이 다르지요.

여하간 최근(이라지만 거진 20년정도 전부터..) 독일이며 일본이며에서 개념사 붐이 불면서, 한국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영향 내에서 번역이 이루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읽어본다면 더 읽어봄직도 싶습니다.

다만 적어도 이 책에 한정하자면 독자로서 읽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사전이라는 점과, 사전이 아니라는 점이 이 책에 한정된 문제입니다...

우선, 사전이라는 점에서.. 아까 말한 '개념사의 미덕"에 걸맞게 꼼꼼히 써줄 지면이 너무 부족합니다. 깊이의 측면에서도 자세하게 해당 개념이 해당 시대에 미친 영향을 말하기에 양이 부족하고, 넓이의 측면에서도 정말 많이 중요한 시점 몇몇을 고를 수 있을 뿐, 섬세하게 시대적 변모를 그리기에 또 분량이 부족합니다. 사전이라서 그렇습니다.

사전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문제입니다.. 다루고 있는 개념 수가 너무 적고 포괄적입니다. 크게 우주인륜, 정치사회론, 종교민속, 학문, 예술, 과학, 으로 6개로 나누고, 그 아래에서 66개 항목으로 나름의 구분을 해두었지만, 역시나 그 구분은 "분야"에 대한 구분일 뿐, 해당 "개념"에 대한 구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령 귀신 제사 유교, 뭐 이런식으로 특정 항목을 따라들어가도 그 "분야"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을 알수 있을 뿐 해당 "개념"의 역사와는 또 별도의 문제입니다. 사전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매우 난관이 되어서, 이 책은 사전으로 생각하기도 논문집으로 생각하기도 좀 애매한 처지에 놓여지게 됩니다.(제 경우엔 결국에는 발췌독으로 그때그때 읽다가 다 읽은 셈이 되었습니다마는..) 연구서로 인용하기도, 그렇다고 사전으로 쓰기도 참 모호합니다. 그냥 정말 빠르게 혹은 오며가며 머리 식히는 용도로 가볍게 읽기 적당한 교양서로서의 느낌이라고 한다면 이책의 중요한 소임을 다했노라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지 두껍고, 방대한 분량을 다루고 있지만, 절대 어려운 책도, 어렵게 쓰여진 책도 아닙니다.) 그 정도로 이야기 해 두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