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쓴이는 책의 군데군데에서 '일간 이슬아'와 이슬아 작가를 소개한다. 일간 이슬아를 기다리며 느낀 설렘을 표현한다. 애정을 꾹꾹 눌러담은 소개를 보면, 저절로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도 홍승은 작가에게 이런 서평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번 글을 약 2주 동안 읽었다. 이 책은 좋아하는 케이크를 아껴두었다 야금야금 먹는 느낌이다. 책을 끊어 읽었던 이유는 그녀가 나를 계속해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새로운 작가와 책을 검색해야 했다.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로부터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야 했다. 그게 생각에서 끝날 때에는 책 읽기를 지속했지만, 아닐 때는 흘러넘치는 생각을 써야만 했다. 

 그리고 이 책은 다른 컨텐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동안 영화를 보면 잔상이 너무 오래 남아 영화를 볼 수가 없었던 내가 드디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책도 거의 읽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나는 나의 마음을 살펴보았고, 그 책은 솔직함을 남기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그녀의 글을 야금야금 아껴먹었다. 덕분에 2주라는 시간 동안, 이 책은 항상 나의 삶의 위에 있었다.



< 나를 움직이게 하는 작가 >

 이제껏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고 싶게 한 작가는 없었다. 되려 나도 이런 글을 내가 쓸 수 있을까, 도망치게 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멀지 않은 미래의 내가 쓸 글의 행간을 고민하게 했다. 책의 첫 글 부터 쓰고 싶게 했기 때문에. 

 나는 불과 1주일 전까지 우울했다. 두 달 전에 그 징조가 시작되었다. 2000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한 후 삭제했던 모바일 게임을 재설치했다. 한 스테이지 씩 풀어가는 퍼즐게임이다. 지난 2개월 간 난 1300여개의 스테이지를 깼다. 나를 자극하는 세상 다양한 컨텐츠로부터 멀어져서 한 판 한 판 깨는 성취감만을 누렸다. 내 생각을 멈추고 싶어서, 다른 자극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세상에서 도망치면서 작은 성취를 누렸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홍승은 작가의 글을 쓰는 이유'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 머리 속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글을 쓴다. 널부러진 옷가지가 방을 가득 채우는 것처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인해 내 머리 속은 엉켜 있다. 내게 글을 쓰는 것은 옷을 가지런히 개어 넣듯, 머리 속의 방을 청소하는 과정인 게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게임할 시간이 줄었고, 어제 미련 없이 그 게임을 지웠다. 오늘은 서평을 쓰고 있다. 당신이 만약 나와 같이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면, 무의미한 자극에서 벗어나 의미있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용기를 얻기 위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내가 써야할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써야하는" 이야기이다. 누가 볼 거라 두려워하지 않고, 가족에게서 느꼈던 이야기, 내 애인에 대한 이야기, 나의 진짜 가벼운 속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적고 싶다. 그럼에도 나 혼자 볼 이야기로 간직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보일 이야기로 적고 싶다. 


 그러니까, 나를 내보일 용기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이 글은 나에게 손을 잡아준다. 등을 밀어주거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그런 글이 아니다. 다만 내 손을 잡고, 자기가 걷는 길을 함께 걷도록 옆에 있어준다. 그래서 이미, 서평보다 먼저 나의 글을 적고 있는 중이다.



<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

 이 글을 읽는 시점에 <Weekend in Paris>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에서는 "나는 착각은 안해. 누군가를 포기하는게 자유를 얻는 거란 착각."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홍승은 작가는 "솔직함이라기보다 지금의 인식에서 나아가지 않고 손 놓겠다는 포기에 가깝다" 라고 말한다. 이 두 컨텐츠의 연결 지점은, 내가 홍승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는 단순한 솔직함에서 나아가 '우리'가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의 의지를 말한다. 그 희망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그녀가 스스로 그러하듯, 나를 믿고 나아갈 수 있다. 그는 나를 경계선으로 움직이게 한다. 내가 모를 소수자들의 삶에 다가가고 싶다. 경계선으로 넘어가고 싶다. 


 나도 그녀처럼 사랑하며 읽고 싶다. 나는 그녀의 글을 닮고 싶기보다, 그녀의 시선과 사랑하는 방식을 함께 하고 싶다. 그녀의 사랑은 여러 작가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다른 많은 작가에게 이토록 애정을 갖게 한 글쓴이는 처음이었다. 유명한 저자의 책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수강생들. 마음, 소영, 나물.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이 많이 등장한 사람에 대한 내용 모두가 그들을 궁금하게 했다. 그들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들의 글이 궁금해졌다.

 홍승은 작가는 함께 한다는 것, 사람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람과 사물을, 그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녀가 세상에 가지고 있는 희망과 바람을 가지고 나 역시 글을 쓸 용기를 얻게 된다.



< 솔직한 나를 만나기 위한 용기 >

 홍승은 작가는 이슬아 작가의 솔직함을 예찬한다. 그리고 나는, 홍승은 작가의 솔직함을 사랑한다. 그의 솔직함은, 내가 꼭꼭 숨겨 정상엔 깃발까지 꽂아 놓은 비밀의 모래성을 한 줌 한 줌 덜어내고 싶게 만든다. 모래성 위에 꽂혀 있는 깃발만 위태로이 남다 결국 깃발이 쓰러진다 한들, 그건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솔직함의 모래성을 쌓게 해주는 시작점이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내가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할 때, 나만의 비밀 레시피로 그녀의 글을 꺼내어 읽을 것이다.


솔직함이라기보다 지금의 인식에서 나아가지 않고 손 놓겠다는 포기에 가깝다 - P220

어느 북토크에서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입체적으로 존재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답했다. - P5

"서사가 부재한 곳에 정보만 남아요. 나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써요. 하나의 정보로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도록, 제가 자유롭기 위해서요." - P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