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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 ㅣ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최미양 옮김 / 율리시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도 가야 할 길 독후감
Scott Peck은 사상가, 정신과 의사, 작가, 강연가로 소개하고 있지만 이 사람의 또 다른 포지션은 신학도이다. 물론 외적인 스펙에는 신학에 대한 이력은 없지만 그는 부디스트로서 이 책을 썼고, 크리스천으로 개종하며 인간심리와 기독교 신앙을 통합하는 글쓰기와 강연을 했다. 신학의 코스는 거치지 않았지만 서구권에서 작가이고 의사였으며 사상가였다면 당연히 ‘놀라운 독서력’을 기본으로 깔아 줘야 한다. 서구학자들은 평생 3만 여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사람이 독서할 수 있는 기간을 50년 정도로 보면 하루 1.6권, 1달 47권, 1년에 576권을 읽는다는 말이다. 이게 서양 학자들의 무서움이고 저력이다. 저자도 그 정도는 했다고 봐야 한다. 즉 전공은 안했지만 우리나라 신학교수보다는 나은 신학에 대한 논리가 있다고 봐야한다.
위의 말을 한 이유는 이 책은 (기독교) 신앙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non크리스천도 읽음직한 논리와 내용이 있을 뿐 내용은 완벽한 기독교 서적이다.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은 읽기에 부담스럽거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4부의 “은총”이라는 결론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독서토론 중 은총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렸던 것은 그 말의 신학적 이해와 일반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이건 독서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의 문제였다고 본다.
근쉬가 이 책에서 가장 가치 있게 본 부분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지금까지의 딴판으로 규정한 것이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고, 낭만도 의존성도 애착도 아니며, 자기희생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참 놀라운 선언이다. 이것이 주는 파장은 매~~우 컸다고 보인다. 여성 중 이 말에 동의하거나 공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차마 말하기 주저했을 뿐 인정도 하지 않았다. “단 한명도….” 이것을 근쉬는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심정적, 정서적 쇼크로 보았다. 여성들 모두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동의와 공감을 할 수 없는 그런 영역으로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사랑을 Scott Peck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간택되면 그리고 그것이 쌍방인 것이 확인이 되면 그 사람에게 빠지게 되고 의지하게 되며 모든 것을 주게 된다. 남자보다 여자는 더 이런 경향이 크다. 여자가 사랑하는 일반적인 방법론이다. 여러 문학에서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영화에서도 그러했다. 그러한 사랑의 모습은 모두 아름답게 그려졌고, 그러한 여러 작품들을 감동적으로 접했으며, 그런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받는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사랑에 대한 사고는 그렇게 형성됐다고 보는게 합당한 추론이다.
Scott Peck은 정신과 의사로서 상담가로서 결정적으로 남자로서 이러한 사랑의 모습에 의학적이고 경험적이며 학문적 의구심을 가졌다. 문제가 생기는 사랑의 유형들을 내담자들을 통해 보면서 Scott Peck 만의 사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말했다고 본다. 그리고 저자가 언급한 자기 영역의 확대 등을 말하면서 타자에 대한 의존성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말하면서, 자아가 주체적인 원인으로 의지를 발동하여 행동하는 것을 사랑으로 정의했다. 그 과정에서 “자아 스스로 사랑하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falling in love 류의 사랑은 정신병의 초기증상으로까지 말하며 부정적으로 말한 것 같다.
1부와 3, 4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공감하고 잘 소화한 것 같아 줄여야 할 것 같다. 여기까지도 짧지 않아서 더 쓰기 부담스럽다. 근쉬 개인적으로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정신의학적 임상결과에 따른 색다른 정의와 이해라는 부분에서 유익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너무 전통적이었다. 20세기적이고 포스트모던 그 다음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그리 적합하지 않다고 보인다. 훈육 같은 일정 부분에선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그것은 작은 부분이고 전체적인 책의 논리는 구시대적이다. 다만, 한국의 개신교 집단이 최소한 이 정도만의 논리와 사상적 근거를 가지고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