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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협력자 - 세상을 지배하는 다섯 가지 협력의 법칙
마틴 노왁.로저 하이필드 지음, 허준석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2013 트렌드 코리아'에서
-지금 우리사회는 네트워크 시대를 넘어 초연결시대(hyperconnectivity)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연결시대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능력이 바로 '초협력(supercooperation)'인 것이다.
소통을 강조하다 못해 소통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연결'과 '협력'이라는 개념 또한 이와 관련이 깊다.
'연결'이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이라면,
'협력'은 소통에 이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문 한 면을 전부 할애해 이 책을 소개할 만큼 협력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화려한 겉표지와는 다르게 겉장을 벗기면 묵직한 하드커버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유명 커피 브랜드 로고가 연상되는 이 디자인은 '초협력'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정확히 1/3쯤 읽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처음 책을 집었을 때 하드커버에서 오는 중압감에 살짝 겁이 났었는데 그 예감이 맞았다.
이 책은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 실적을 설명하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으며,
자신의 연구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 분량이 장황해 사례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일반독자의 입장에서 조직생활에 있어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협력 노하우를 얻으려 했다면,
이 책은 조직 심리나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학생이나
사회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념을 잡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매우 명료하다.
'죄수의 딜레마'라든지 '공유지의 비극', 또 언어와 진화의 관계 등은
그들이 연구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의 개념을 확인한 차원에 가까워서
이러한 내용들을 다른 책에서 읽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반복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것을 잘 모르는 상태라면 이 책 한권으로 위 개념들을 습득할 수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이것이다.
인류가 오랜 시간 논쟁한 것 중 하나는
인간이 이기적인가 협력하는가 하는 것인데,
인간은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도 협력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여기서 협력하는 이유가 단순히 선한 박애심이 아니라
장단기적으로 자신에게 올 이익을 위해서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진화에 필요한 두 가지 요소인 '변이(muration)'와 '선택(selection)' 외에
제3의 원칙인 '협력(cooperation)'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것만큼은 분명한 흐름이다.
목차에 나오는 '평판의 힘', '혈연주의', '수다 떠는 재주',
'친구가 몇 명이어야 너무 많을 걸까?', '협력의 크레센도' 등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막상 그만큼 만족을 주지는 못한다.
책을 본 후 '초협력'이라는 개념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만 깊이 공감한다면
그래도 독서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