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건이 터지고 내가 합동수사본부장이 되어 그 어른의 죽음에 얽힌 배신과 역모의 진상을 파헤치고 단죄해야 할 책임이 나에게 지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속으로 "아, 이 어른이 당신의 최후와 그 뒷수습을 나에게 맡기려고 그렇게 일찍 보안사령관에 임명하신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인연의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보안사령관에 임명되당시에는 그 어른이 가급적 나를 가까이에 두려고 하신다는 느낌만을 갖고 있었다. 사실 1사단장으로 나간 지 1년 만에 보안사령관에 임명되리라는 것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까지의 관례에 따르면 나는 아직 계급과 경력이 한참 모자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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