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안 시인의 새로운 동시집은 시리즈의 최신편 같기도 하고, 속편 같기도 하고, 번외편, 변주곡 같기도 하다. 시를 위한 패턴 연습을 읽다 보면 그 전의 5권의 동시집과 연결된다. 한 예로 《기뻐의 비밀》의 <그림자 약속>은 《시를 위한 패턴 연습》의 <그림자 약속>과 이어져 있다. 이러한 예가 많다. 바위, 메꽃, 모과, 돌멩이, 오리, 그림자, 눈사람 등 우경숙 평론가의 "새롭게 보는 건 새롭게 사는 힘일까"라는 말처럼 새롭기도 하고, 연결되기도 하면서 관계 속에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시를 위한 패턴 연습≫을 읽으면서 다른 시집의 시를 다시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기뻐의 비밀≫ 시인의 말 마지막에 "앉기 좋은 자리에 먼저 와서 곧 도착할 어린이와 당신을 기다리며"라는 말이 더 와 닿았다. 왠지 시인은 이미 다른 속편과 번외편들을 이미 과거에 준비하고 미래에서 기다린 것은 아닐까 하는. "돌멩이 꽃, 언제나 꼿꼿이 앉아 찾아오는 이에게 줄 말을 궁리하는 마음." <나비와 돌멩이>처럼.
≪고양이의 탄생≫의 해설의 김륭 시인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시인은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까지 자신의 삶과 몸을 통해 끄집어내는 사람이지요." <시를 위한 패턴 연습>에서는 이안 시인이 어떤 삶과 자세를 통해서 시를 끄집어내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패턴은 규칙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만, 변칙성과 다양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연습은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이자 실천이다.
나의 삶이 시가 되도록 (나의 삶 → 시)
나의 시가 삶이 되도록 (나의 시 → 삶)
결국, 언젠가는 나의 삶 = 시가 된다. 그러기 위해 나는 과거, 현재를 미래처럼 살아야 한다. 또한, 화살표는 물결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방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방향성은 시간의 연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니 흐르는 물처럼 삶의 시간에서 나는 패턴을 연습하며 삶=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물살 위에 떠 있는 오리를 보고 느꼈다는 것이 놀랍다. 오리는 물살을 데려가기도, 물살이 밀고 가기도 하는데, 이것은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둥둥"이 아니라 "동동"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떠 있는 모습은 합일(合一)이 된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아마 시인도 삶과 시의 모습이 자신의 삶과 몸을 통해 끄집어내어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은 시인의 세계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의한다. 《시를 위한 패턴 연습》에는 '이모'가 등장한다. 무려, 9편이다.
내가 느끼기엔 '이모'는 《기뻐의 비밀》의 '그림자'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진다. 실체가 없는 이모에게 혼잣말하는 것처럼, 편지처럼 쓴 시들이 그렇게 느껴지고(이모가 아닌 나에게 하는 말 같다.) 그림자처럼 나와 함께하며 때로는 기다려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하고, 기뻐해 주는 삶에서 언어로 드러나지 않는 면이다. 시인은 모든 것에서 그런 그림자를 보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 안에는 따뜻하고 적극적인 그림자가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부지런한 하느님<참새>처럼 어떤 일의 이면을 이쁘게 보고, 부정적인 상황이나 마음에서도 내 마음에 빛이 있다고 믿는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