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몇 년간 죽음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아름다운 노년에 대해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당연히 따르는 법. 그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한번 태어난 인생은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삶을 멋지게 잘 살고 싶은 만큼 죽음 또한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 몇 년간 뼈저리게 느꼈다.



요양원에서 일어난 사고 이후의 엄마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참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던 시간이었다. 죽음을 선택할 순 없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느꼈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는 양질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느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노년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 늘 숙제같이 느껴졌던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충분히 정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웰다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래전 오송에서 열렸던 국제바이오산업 엑스포에 갔던 적이 있다. 생명 연장의 시대다~ 120세 시대가 펼쳐진다는 둥 그런 문구와 함께 동물복제와 인간복제 등 미래산업에 대해 전시를 하면서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펼쳐지며 앞으로 더 나은 행복한 미래가 펼쳐진다고 소개하는 것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었다. 생명 연장이 인간의 큰 희망일지는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생명 연장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단순히 숨만 붙여놓은 그 삶을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쓰러지고 돌아가시기까지 몇 년간의 고통스러웠던 엄마의 삶을 지켜보면서 지금껏 살아왔던 것보다도 어쩌면 남은 노년의 삶을 위해서 더 애쓰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는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지켜보고 여러 사례들을 겪으면서 직접 느꼈던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도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화를 인한 자연사는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고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드물게 되었다. 대부분 병원에서 링거와 수많은 줄들을 주렁주렁 달고 임종을 맞는 것이 예사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버금가게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중환자실의 실태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 또 다른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연명의료결정법과 법률적 문제 등 의사로서 환자들을 봐오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죽음에 관한 조언을 하고 있다.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 노년의 삶에 대한 안내서와 같다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실용서와도 같다.

누구나 죽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나처럼 책 속의 현실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하며 읽고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일 것이며 죽음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미리 공부한다 생각하고 읽어보면 크게 도움이 될 책이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현실의 문제이므로.





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 P6

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점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병원에 모시고 가면 방법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한다.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더이상 노환이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