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우연은 언제나 달콤한 상상이다. 소설책의 주인공처럼 낭만적이고 우연적인 사랑을 꿈꾸기도 하며, 영화에서 봤던 장면처럼 석양에 비추는 노을을 배경삼아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단 한번의 로맨스를 꿈꿔 보기도 한다. 시인들의 영원한 주제이고 날마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전해오는 달콤한 사랑의 노래를 글로써 적어놓은 글이 바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다.  

책 제목은 자못 진지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래부터 나는 너를 사랑했고, 왜 내가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많은 생각이 녹아 있는 문장이다. 

마치 잘 짜여진 사랑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한시의 지루함 없이 읽혀나가는 책인 것 같다. 세밀한 감정의 묘사는 물론이고, 싱긋이 미소짓게 만드는 유머도 굉장히 많다. 그에 못지 않게 작가의 철학과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연애 소설을 읽는 듯 하지만, 나도 모르게 똑똑해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전화기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클로이가 며칠 뒤에 전화를 걸어왔을 때 나는 연습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오히려 준비했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0 p.)

이런 부분은 정말 재미있는 문장이면서, 어느 누구나 공감을 하는 글일 것 같다. 전화가 오지 않아 기다리는 절박한 심정을 고문도구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묘사하고 있다. 이런 대목에서 작가의 남다른 문장력이 드러난다. 또한,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한번쯤 있을 법한 경험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플라톤과 <보그> 편집자에 따르며, 각 부분의 균형 잡힌 관계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움의 이상적 형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상의 육체들은 이 형상을 좀 낫거나 못하게 닮는다. 플라톤의 말에 따르면 아름다움에는 수학적 기초가 있다. 따라서 잡지 표지에 나온 얼굴이 즐거움을 주는 것은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인 것이다. <99 p.> 

책을 읽다보면, 한번 쯤은 들어봤음직한 철학자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다. 학창시절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외웠던 내용들을 재미있는 글과 함께 설명을 해주니 이제서야 그 내용이 무슨 말인지 가슴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아마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통해 어려운 사상이 한번 걸러져 나왔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한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그 사람에게 내가 매력을 느껴 사랑을 하게 되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왜 싸우게 되는가 하는 사랑의 감정들을 잘 적어놓은 지침서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루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글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도 하고 때론 산문적인 문체로 적어 놓기도 하며 자유스럽게 엮어 놓은 책이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더욱 더 그 사람에게 잘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고, 아직 그런 사랑이 없는 이에겐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불러 일으 킬 수 있는 정말 괜찮은 책 인 것 같다.  

보통 책 표지에 있는 추천의 글들은 그 내용보다 과장되기 마련이지마, 이 책의 겉 표지엔 정말 책에 꼭 맞는 글들만 써있는 것 같아 옮겨본다. 

세련되고, 재미있고, 상큼하다.. 대화는 설득력 있고 매혹적이다. 아주 재미있다. <스펙테이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쁨. < 글린 맷그웰, 보그> 

이책의 박식한 내레이터는 영국에서 고전 교육을 받은 우디 앨런 이라고 할 수 있다. 드 보통은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보스턴 선데이 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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