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 지식의 사슬 시리즈 1
김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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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한 한 아이가 물었단다. 국사가 다 끝난 다음에 세계사가 시작된 거냐고. 나중에야 질문의 의미를 파악한 교사는 황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지 재미있기만 한 사람이 있을까? 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배우면서 동시대의 우리나라와 세계의 역사를 같이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클 것이다.

표지에는 수원 화성의 화서문과 불상, 도도한 루이 14세와 설교하는 무함마드 그림을 전부 배치하여 국사와 세계사를 아울러서 설명하고자 한 이 책의 의도를 드러내었다. 너무 많은 그림을 배치한 감이 없지 않으나 하얀 바탕에 큼직한 제목으로 중심을 잡아 복잡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손에 착 감기는 종이의 질감이 좋고, 화려한 칼라사진, 연표, 그림 등이 보는 내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은 크게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마다 5~7개의 토픽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토픽의 내용은 국사에서 배운 한 가지 사실에 대해 대응되는 세계사 사실을 매핑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고대의 첫 번째 토픽 제목은 ‘고인돌과 피라미드’이다. 내용은 우선 고인돌에 대해서 설명을 한 다음에 세계에서 고인돌에 대응할 만한 역사적 유물인 피라미드에 대해서 설명한다. 고인돌은 기원전 1000년 경에, 피라미드는 기원전 3500년 경에 만들어졌는데, 그때는 청동기시대였으며, 원시공동체에서 지배자가 있고 피지배자가 있는 계급사회로 넘어갔음을 알려준다는 것을 설명한다.

사실의 나열만 가지고 된 역사책은 재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역사관을 정립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지식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조선에서 영조,정조가 집권하면서 강력한 왕권을 구축했던 시기에 서양에서는 루이 14세, 엘리자베스 1세 등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는 것. 차이점이라면 새로운 정치 세력이 성장했느냐 아니냐는 것. 서양에서는 새로이 등장한 자본주의 세력인 시민 계급이 절대 왕정의 후원 아래에 성장했지만, 영조와 정조는 새로운 사회 세력인 상공업자들을 키우지는 못했다는 것.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무릎을 탁 쳤다. 세계사를 웬만큼 알지 않고서는 이런 해석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옥에 티라면, 지도가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볼 때는 지도를 옆에 놓고 보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야마토 정권 연도를 서로 다르게 표시한 페이지(32쪽, 66쪽)가 있다는 것, 가끔 오자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 책의 장점에 비한다면 눈감아 줄 정도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이 많이 나열되어 있으므로, 국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겠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만 세계사를 알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세계사 수업을 듣기에 앞서 예습용으로 사용해도 되고, 세계사를 배우고 난 다음에 되새기면서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캐물어 볼 때도 도움이 많이 된다.

사람들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자신의 과거를 되새겨 보면서 잘못된 점은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지나간 역사를 왜 배우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나간 역사를 알지 못하면 미래에도 희망은 없다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도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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