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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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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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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클리프 씨가 사는 집의 택호는 워더링 하이츠이다.
‘워더링’은 이 지방 사투리이다.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대기의 소요에 그대로 노출됨을 이르는 말이다. 정말이지 그 꼭대기는 1년 내내 강풍이 불어 댈 것 같았다. 집 옆으로 몇 그루의 전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서 있는 것이나, 태양의 자비를 구하듯 모두 한쪽으로 가지를 뻗고 늘어선 앙상한 가시나무를 보더라도 산등성이를 넘어 불어오는 북풍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할 수 있었다.
P.11

그러나 이제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건 내 지체를 낮추는 일이 되고 말았어. 그래서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걔가 절대로 알면 안 돼.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야, 넬리.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 어졌든 걔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아. 그런데 린턴의 영혼은 달빛 과 번개, 서리와 불이 다르듯 우리와 달라.
P.129

내가 이 세상에서 맛본 크나큰 고통들은 모두 히스클리프가 당한 고통이었어. 처음부터 그 고통 하나하나를 지켜봤고 겪어 냈지. 살아오는 동안 내 생각의 가장 큰 몫이 바로 히스클리프였어. 모든 것이 소멸해도 그가 남는다면 나는 계속 존재해.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은 있되 그가 사라진다면 우주는 아주 낯선 곳이 되고 말거야. 내가 그 일부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거야.
P.131

그녀와 연관되지 않은 것의 뭐가 있기에? 그녀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 있어야 말이지! 이 바닥을 내려보기만 해도 깔려 있는 돌마다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흘러가는 구름송이마다, 나무 한 그루마다, 밤에는 들이 쉬는 숨결마다, 낮에 보이는 일상의 물건 하나하나마다, 온통 그 녀의 모습에 둘러싸여 있지. 흔해 빠진 남자와 여자의 얼굴들에 서, 심지어 나 자신의 모습에서까지, 그녀를 닮은 점이 튀어나와 나를 조롱하거든. 온 세상이 그녀가 존재했고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끔찍한 기억을 모아 놓은 진열장이란 말이야!
P.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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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시 읽어도 충격적인 책이긴 하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논란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납득이 가는 내용들이다.

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불행한 사랑이야기는 많이 봤으니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워더링하이츠의 하인 조지프. 잘못된 어른이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성격에 자신만의 신념을 종교로 포장해버리는 위선자다.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망쳐버리는데 일조 하는 사람 중 한명.
어린 히스클리프를 무시하고 박해하는데, 후에 워더링하이츠를 꽉 쥐게 된 히스클리프에겐 대항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 책 속의 등장인물을 전부 다 이해 못할 성격파탄자들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얄밉고 이해 안가는 인물.

그리고 힌들리 언쇼. 히스클리프가 잔인(?)하긴 했는데, 그저 벌받은거라 생각한다. 히스클리프가 태초부터 나쁜 사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나쁜 짓을 했지만 이해가 간다, 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궁극적인 원인. 아버지가 주워온 아이에게 질투와 불안을 느껴 자기 인생부터 주변 사람들 인생까지 다 말아먹은 사람..

마지막으로 캐서린과 힌들리의 아버지. 하다못해 반려동물도 둘째를 입양하면 첫째가 불안해 할까봐 더 정성을 쏟는게 당연한데, 이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은 히스클리프를 너무 편애한 나머지 종국엔 세 가문을 파탄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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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들리와 히스클리프가 적절한 환경에서 함께 잘 자라나고, 캐서린이 히스클리프를 선택했다면 해피엔딩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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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연기한 영화도 있던데, 기회가 되면 영화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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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워더링하이츠 #에밀리브론테 #여성작가 #여성문학 #을유문화사 #서평단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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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책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사키 외 지음, 김석희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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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9

죽음의 책, 사키 외 지음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단편 중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의 글을 모은 앤솔러지 「사랑의 책」, 「죽음의 책」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죽음이 나온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몇편을 꼽아보자면,

「세마외르」
: 다른날과 같은 똑같은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중 마주친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 표현된 죽음에 대한 다양한 감정 중 이 이야기 속의 죽음이 가장 마음 아팠고 오래도록 남았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것이 죽음인데, 죽음은 언제나 가장 멀리 있는것으로 느껴진다. 가장 멀리 있는 것이 바로 눈앞에 그것도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다가왔을때 나는 어떻게될까?

| 그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가장 커다란 슬픔 앞에서는 불면으로 밤을 새운 사람의 얼굴밖에 다른 것이 되지 못한단말인가? P.99

| 약간 추웠을 뿐이었다. 죽음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공포스러운 게 아니었다. 단지 약간 추웠을 뿐이었다. 그뿐이었다. P.100



「쏙독새 」

: 읽으면서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책 속에 실제로 헨리 제임스가 언급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이 겪는 상황이 단순히 상상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된다. 나까지 귓가에 쏙독새의 울음이 들려오는 기분이다.

| 하지만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 망할 놈의 새 떄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몇백 미터쯤 길을 걷던 그는 쏙독새의 울음이 그의 마음 속에서 집요하게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P.135

「우렛소리」

: 타임머신을 체험하러 온 에클스는 자신이 밟아 죽인 나비 한마리 때문에 미래가 바뀌어 버린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한번 들른 시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사파리 안내자 트래비스는 총을 집어들었고, 우렛소리가 들렸다.

| 나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훌륭한 곤충이었다. 작은 동물이지만, 균형을 흐트러트려 작은 도미노의 줄을 무너트리고, 이어서 큰 도미노를,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도미노까지, 시간의 물결 속에서 모든 것을 무너트릴 수 있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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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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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물에 잠겨버린 2057년 서울, 산에 사는 물꾼 소녀 선율과 기계인간 수호가 4년간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여정.

과거에 붙잡혀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결국운 매듭을 풀고 지금과, 어제와는 다른 내일로, 모레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게된다. 삶의 끝을 겪은 이들이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시작지점에 섰다.
누구든지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있기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침내 과거가 지금을 살지 못하도록, 옭아매는 과거를 딛고 서서 함께 나가가고 삶을 사는 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환경오염, 전쟁과 질병, 방사능은 전혀 낮설은 것이 아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우리는 지금 2057년의 서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금이 과거가 되어가고 후회가 되는 내일이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서로를 용서할줄 알기때문에.

P.41 삼촌의 표정이 세상으로부터 조금 멀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는건 어른들 뿐이었다. 서로에게서 자신이 미처 떠올리지 못한 순간들을 찾으려 애쓰고 그걸 과거를 그리는 재료로 삼는 것. 그렇게 각자의 괴로움과 그리움으로 십오 년 전의 서울을 빚어 내는 것.

P.111 솔직해진다고 해서 꼭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어도 문제를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는거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들으려면. 참고만 있는 건, 덮어만 두는 건 해결이 아니잖아. 겉으로 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고.

P.114 지금까지 오간 이야기를 하나로 뭉친 다음 낱말을 걸러 내면 따뜻한 온도만 남는 게 아닐까. 그런 온기는 텅 비었는데도 전체를 담고 있어서, 기나긴 설득보다 더 많은 걸 전해준다.

P.117 왜 다들 감정은 몇 년씩 붙잡아 놓으면서, 이제는 어쩔 수 없어진 일들을 곱씹는 걸까? 누구 잘못인지 따지기를 멈추고, 아무 문제가 없던 시절로 되돌아가면 안 되는 걸까? 그런다고 해서 나빠질 건 전혀 없는데.

P.46 선율은 삶에도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과, 이래야만 한다는 강박이 서로를 옭아매면서 만들어 내는 순간이.

P.154 사실 이렇게 아등바등 달리면서도 뒤로 말려날 수밖에 없다면 그냥 주저앉아서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는 게 옳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거지. 이거만 견디면 된다는 희망이 괜히 사람을 괴롭히는 거야…….

P.170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시작을 찾아 헤매곤 한다. 나무의 밑동을 자르면 가지도 말라 죽듯이, 그것 하나만 쳐내면 다른 아픔은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P.173 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픔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살아가다 보면 지나간 순간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만 그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는 것이다. 삼촌이 그렇고 우찬이 그런 것처럼. 그들이 소용없는 죄책감을, 울분을 간직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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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용서하고 모두 잊어버려라" 라는 말도 있듯이 이상화된 우리의 관대한 자아에게는 그런 충고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이 두 행위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용서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어느 정도 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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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설령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어도, 스스로 내리는 선택에 의미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믿느냐이며, 이 거짓말을 믿는 것이야말로 깨어 있는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명의 존속은 이제 자기기만에 달려 있다. 어쩌면 줄곧 그래 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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