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까미 황마훔 책내음 창작 1
이성자 지음, 김창희 그림 / 책내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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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현규는 눈이 크고 얼굴도 거무스레하고 뾰족한 머리를 한 짝꿍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어주는 짝꿍이 금세 좋아졌는데, 그동안 학교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이라 더 호기심이 생겼다. 그건 같은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현규 짝꿍이 자기 소개를 할 땐 모두 다 귀를 기울였다. 황마훔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짝꿍은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필리핀 사람으로 요즘 말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였다. 씩씩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마훔이는 특기 뿐 아니라 별명이 까미라는 것,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까지 시시콜콜하게 다 말하는데 아무리 봐도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은 아닌 듯 하다.  

소개를 마친 마훔이는 현규에게 별명이 뭐냐고 묻는 등 한시도 수다를 멈추지 않는데, 말 많고 아는게 많다고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좋았던 첫 인상이 금세 사라졌다. 짖궃게 현규 별명을 물어보고 선생님이 이야기 하시는데 자꾸만 떠드니 말이다. 거기다 왜 한글엔 네모와 동그라미가 많냐는 엉뚱한 소리까지 하니~정말 못 말리는 황마훔이다! 그런데 뒤에 앉은 동재는 자꾸만 마훔이를 감싸고 도니 더 부아가 치민다. 급식 시간에 탕수육을 몰래 버리는 마훔이를 발견하고 선생님께 일러바쳤을 때도, 친구들이 모두 음식을 버리는 행위가 나쁘다고 할 때도 동재만이 자꾸만 마훔이를 감싸서 얄미웠다.동재가 마훔이를 좋아하는 걸까? 현규는 왠지 동재까지 미워보인다.

탕수육 사건 이후 현규와 마훔이는 말 한마디 안하고 지냈는데, 이상하게 현규 마음이 우울하고 공부도 재미없다고 한 걸 보니 현규는 마훔이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다만 고집쟁이 수다쟁이 마훔이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인지 사사건건 충돌해 사이 좋게 지낼 시간이 안 생겼던 것 뿐이다. 거기다 마훔이가 현규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선생님께 일러바치니 사과 하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갔다.  

그래도 자꾸만 마훔이가 신경쓰였던 현규는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데, 처음엔 콧방귀만 뀌던 마훔이가 결국 그 손을 잡게 된다. 그러더니 뜻밖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채로 "너랑 나랑 생각이 너무 다르니까 답답해서 그렇지"라는 말을 한다. 언제나 씩씩한 마훔이가 눈물이라니. 모르긴 몰라도 마훔이도 현규와 싸웠던게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제서야 현규는 '우리는 이름도,얼굴도,외갓집도 다른데 어떻게 생각이 같을수 있겠냐'며 깨닫게 된다. 친구를 사귀는데 가장 먼저 염두해 두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마훔이는 까미, 현규는 쌩영감 이라는 별명처럼 둘은 외모와 성격이 다르다. 그러니 말과 행동도 다를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의견충돌과 다툼이 발생하는게 당연한 이치 이다. 그래서 친구가 되려면 서로 노력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그러면서 우정도 돈독해지는 것이다. 현규 생일날 먹은 자장면도,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마훔이를 위해 콩고기로 만든 것 부터가 배려하는 친구사이로 가는 첫번째 발걸음 같다. 현규 입장에서는 자기 생일날 좋아하는 자장면에 돼지고기를 넣지 못한 게 심통이 나는 일이긴 하지만, 결국 현규도 콩고기로 만든 자장면을 맛있게 먹었으니 모두에게 즐거운 생일파티로 남을수가 있었다.

 

처음엔 마훔이와 어울리지 못했던 반 친구들 이지만 마훔이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친구가 되어간다. 그래서 식목일 날 현규,동재,민영이는 마훔이네 할머니네 집에 놀러가 뒷산에 소나무를 심으며, 식목일에 함께 태어난 소나무 친구들이 됐다며 좋아하게 된다. 이 모두가 씩씩한 마훔이의 적극성 때문이지 않나 싶다. 주눅들지 않고 명랑한 마훔이는 친구들과 생김새가 약간 다르고, 한글 받아쓰기엔 약하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양해도 구하며 무엇보다 모든 친구들을 다 좋아한다며 끌어안으니 어찌 안 좋아할수가 있겠는가. 마훔이를 싫어하던 민영이를 결국 친구로 만든걸로 보아 마훔이의 성격을 짐작해 볼수 있다. 마훔이는 분명 현규와 동재,민영이 와는 외모 면에서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그 '다름'이 친구가 되는데 장애가 되거나 하진 않는다. 현규와 동재의 성격이 다른 것 처럼 마훔이가 다른 건 당연한 것이다. 마훔이와 친구들의 우정이 다져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름'이 제약이 되지 않는 사회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이 소나무 친구들의 우정이 더욱 더 굳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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