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프랭크 맥클러스키 지음, 이종철 옮김 / 북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철학을 논하던 대학교수가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불을 끄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 된다. 이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이는 프랭크 맥클러스키 교수이다. 마호팩 펄스라는 작은 마을의 소방서에 지원한 교수는 지원서를 낸지 10년만에 대원이 되었다. 처음엔 지원서를 내고 연락이 없어 불합격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누군가 지원서를 분실해버렸던 것. 인연이 없을줄 알았던 소방관이 10년뒤 우연히 맺어지게 되었고 그는 무려 12년 동안 펄스 소방서에서 대원들과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대원 대부분이 이 마을에서 자랐고 일종의 폐쇄된 사회였다. 그래서 그는 이방인,풋내기,신참내기에 불과했고 조금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뤄야했다. 남자들만의 방식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프랭크는 몇번이나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결국 버텼고 그들의 신뢰를 얻어냈다.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면서 평생 신뢰할수 있는 동료를 얻게 된 것이다.  

교수와 소방관, 다르지만 같은 깨달음을 주는 두 직업을 함께 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랭크는 철학을 토론하기만 했던 삶보다, 불 속으로 뛰어든 삶에서 더 많은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기 시작했고, 잊고있던 사소한 경험과 즐거움에 가치를 두었다. 둘 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점이 같다고 말하는 프랭크 교수. 또 철학과 소방관 세계에서 '어림짐작'은 금물이라고 한다. 촌각을 다투는 사고 현장에서 정확한 판단만이 생명을 구할수 있기 때문이고, 철학에서의 어림짐작은 위험한 결론을 낼수 있어서다.  

프랭크는 펄스 소방서 대원들과 함께 한 다양한 구조 현장과 그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인 철학과 연결지어서 얻어낸 깨달음을 적는데, 개인적으론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어 보였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가 더 생동감있게 느껴졌고 그걸로도 충분히 많은걸 생각할수 있게 해줬다. 굳이 철학적인 사족을 덧씌우지 않아도 말이다.  

소방관으로 재직하면서 벌어진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중에서 소방관들은 평소 자신의 집을 잘 정돈하려고 애쓴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 이유가 새벽 4시에 누가 와서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란다. 자신들이 불행과 재난이 펼쳐진 집을 많이 보기 때문이라니 이것도 직업병인걸까?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혹시 언제 응급실을 갈지 모르니 평소에 속옷,옷을 단정히 입어야겠단 그런 생각.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 하는 것 외에 말이다. 프랭크는 교수라는 직업을 사랑하지만, 또 한편으론 소방관으로서의 삶도 동경했고 좋아했다. 그리고 말로 그친게 아니라 진짜 소방관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 훈련할땐 다리가 후들거리고 겁먹었던 그가 구급차를 몰기도 하고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는 반납한채 그 일을 말 그대로 즐겼다. 멋진 동료를 얻었고 또 다른 철학을 배웠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이룬 그가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