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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 대륙부터 국경까지 지도에 가려진 8가지 진실
폴 리처드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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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폴 리처드슨은 현재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인문지리학 부교수이자 국경지대 연구 학회 회장이다. 그는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정학적 접근법으로 대륙, 국경, 국가, 주권, GDP, 러시아 푸틴의 '레반시즘', 중국의 신 실크로드, 아프리카 등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세계지도 끝자락에는 크라켄과 리바이던, 사이렌과 독사 등 신화(myth) 속 존재들이 있었다.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지도에 이끌린 모험가들은 괴물의 존재와 그 주변에 묻혀 있을 부를 찾아 머나먼 땅으로 여행을 떠났다. 조선과 해양 그리고 지도 제작 기법이 발전하면서 이 신화 속 용과 괴물들은 하나둘 지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지도 상에 존재했던 혹은 존재한다고 믿었던 미지의 땅과 신화 속 존재들은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가 사는 세계 역시 그들의 것와 다름없이 신화로 형성된 것은 아닐까? 이런 신선한 물음으로부터 새로운 관점의 지정학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세계의 구성 요소인 대륙, 국가, 국경, 주권 등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며 이들이 강력한 지리적 상상력의 산물인 신화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가장 거대한 지리적 신화라고 할 수 있는 '대륙'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릴 적 지구본이나 세계 지도에 무 자르 듯 나눠진 대륙의 경계를 보며 이 경계에 대해서 의심을 품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대륙을 분류하는 기준이 과학적 정확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판구조론에 근거한다면 인도는 오세아니아에 붙는 것이 맞고, 동식물 종에 따라 나눈다면 유럽과 아프리가 대륙의 경계는 지중해가 아니라 사하라 사막이 이치에 맞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신화는 '국경'이다. 트럼프의 국경 장벽, 영국 북부의 하드리아누스 방벽, 중국의 만리장성 등 거대한 장벽이 안전한 방어선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로 불안의 기념비로 전락하여 사람들을 밀어내는 것만큼이나 끌어당기며 결국 정체보다는 이동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국가의 개념은 가변적이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국가의 본질은 모호해 특정 집단이 국가의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는 누구의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사하라 사막 동부에 비르 타윌은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지역이며, 영토없이 유엔의 공식 지위와 100여 개의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의 기능을 하는 종교단체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국내총생산(GDP)로 국가가 잘 사는 정도를 매기는데 오로지 경제 성장만이 행복과 가치를 나타내는 믿을만한 지표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탐욕스러운 자원 채취를 연료로 삼아 경제 성장을 추구한 결과 해수면이 상승되다고 말하며 GDP와 경제가 급상승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가라앉고 있냐며는 냉소를 보낸다.
그 밖에 새로운 지정학적 관점에서 러시아 푸틴의 레반시즘, 중국의 신 실크로드, 아프리카 등에 대한 이야기도 지금의 국제 정세를 고려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시간 속에 갇혀 변화하지 못하고 고형화된 공동체의 산물이 아니라 변화와 이동성의 산물이다. 그러니 이 사실을 명심하고 '국가'라는 경계의 안팎에 존재하는 풍요로운 문화, 가지각색의 관습과 관계를 존중해야 한다.]
이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